연휴가 고달픈 사람들…‘대나무숲’ 북새통

일반입력 :2012/10/02 14:37    수정: 2012/10/02 14:42

전하나 기자

짧지만 그래도 명절이었다. 징검다리 연휴는 쉬지 못할지언정 추석에는 게으름 좀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직장에 불려나갔다. 시댁 혹은 친척 집에서도 꼼짝없이 가사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2일 일종의 트위터 신문고로 불리는 ‘대나무숲’을 둘러보니 연휴 기간 쉬지 못하고 일한 직장인, 며느리들의 이 같은 아우성이 잔뜩 메아리쳤다.

평소에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 IT 개발자들 중에는 추석 연휴를 회사에 꼬박 반납한 경우가 꽤 있었다. IT회사 옆 대나무숲(@bamboo65535)에는 “추석연휴 마지막 날 12시에 집에서 나와 밤 10시까지 회사협찬행사 진행하는데에 불려나가서 일하고 왔네요. 이시간까지 일하는데 편의점 샌드위치 달랑 하나먹고 일하고 내일 아침 8시반에 정상출근입니다. 이럴려고 고생해서 공부해 서울대까지 간건지..”라는 푸념이 올라왔다.

이를 본 다른 이는 “건축설비쪽 일하는 친구가 ‘나같은 노가다도 요즘엔 주 40시간 근무하는데...대가리도 굵은 니들이 수당도 없이 야근한다고? 다 대학나왔잖아?(그 친구는 고졸) 배울만큼 배운애들이 왜 그러냐’하는데 뭐라 할말이 없더라....”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촬영장 옆 대나무숲(@bamboo2412365)에서도 연휴에 쉴 틈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이 중에는 “명절이랍시고 돈도 면목도 없어 고향 못가고 자취방에 쳐박혀 보내는 영화인들, 유독 제 주변에만 많은 걸까요? 흑...” 등 자조 섞인 한탄도 흘러 나왔다.

오히려 추석 연휴 근무가 고맙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고객센터 옆 대나무숲(@bamboo1588)에선 “추석 때도 하루 쉬고 나머지는 모두 근무다. 그런데 근무하는게 고맙다. 최소한 클레임은 더 적으니까 말이다”는 아이러니한 심경 고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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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이들보다 고달플 수 있을까. 시월드 옆 대나무숲(@bamboo_in_law2)은 추석 내내 시댁서 마음 붙일 곳 없을 찾는 며느리들의 하소연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댁 어른 챙기는 건 왜 며느리만 해야하는건데.. 대접도 안해주면서 받아먹는 건 당연시하고.. 당신네 귀한 장손에게 말해야지”, “전화할 때마다 돈돈돈. 집에 갈 때도 돈돈돈. 당신 아들 돈 잘버는줄 아나봐. 매번 마이너스인데”, “우리 시어머니가 제발 자신이 진짜 좋은 시어머니라는 착각 좀 버렸으면 좋겠다.. 날 딸같다며 막대하는 거 정말 싫다. 그러실 때마다 신랑이 미워진다” 등 비슷비슷한 애환들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