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LTE 쟁탈전, KT 드디어 웃었다

일반입력 :2012/09/03 17:32    수정: 2012/09/03 17:39

정윤희 기자

지난달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통3사의 LTE 보조금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 최근 3년 내 가장 많은 이용자를 뺏고 뺏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KT 가입자의 순증이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9개월 동안 지속되던 가입자 이탈이 드디어 멈췄다. LG유플러스 역시 가입자가 늘었으나 SK텔레콤은 5만명 이상을 경쟁사에 빼앗긴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129만4천228건을 기록했다.(자사 번호이동 포함)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이며, 지난 2004년 번호이동 집계를 시작한 후 역대 4번째다. 자사 번호이동을 제외한 수치도 113만280건으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KT, 9개월 만에 가입자 순증…알뜰폰도 선전

KT는 총 9천910명의 가입자가 늘어났다. 경쟁사에 35만8천841명을 내주고 36만8천751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지난달에는 LTE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경쟁사보다 늦게 LTE 서비스를 시작한 KT는 그동안 가입자 이탈을 막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KT는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만 총 38만9천129명의 가입자를 경쟁사에 뺏긴 것으로 집계됐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증가세를 이어갔다. 25만7천458명을 뺏기고 29만1천691명을 유치해 총 3만4천233명의 가입자가 순증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올 들어 최악의 가입자 이탈을 겪었다. SK텔레콤은 경쟁사에 51만3천320명의 고객을 뺏겼지만 46만1천285만명의 가입자를 끌어오는데 그쳤다. 다시 말해 5만2천35명의 가입자가 순감한 셈이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가입자 수도 2만6천943명 순감을 기록하게 됐다.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사업자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방통위와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반값 휴대폰’ 홍보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모양새다.

티플러스를 서비스 중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은 지난달 총 8천493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601명을 이통3사(MNO)에 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7월보다 약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보조금 경쟁에 시장 불꽃…원흉 논란도

지난달 번호이동 시장의 과열은 이통3사간 보조금 경쟁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이통3사가 보조금 투입 규모를 줄이며 시장이 안정화되는 듯 보였으나,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보조금을 다시 늘리며 치열한 전쟁 중이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 이통3사가 최신 LTE폰에 지원한 보조금은 평균 60~70만원에 달했다. 심지어 온라인 휴대폰 커뮤니티 등에서 갤럭시S3 LTE의 할부원금이 2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보조금 경쟁이 한창 치열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 금액이 늘어난 것 같다”며 “이달 초에만 잠시 자제하는 분위기였을 뿐 다시 시장이 과열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T의 선전에 대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보조금 규모를 줄이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당초 이통3사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하반기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기로 공언했으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보조금 경쟁 과열의 원인을 놓고 KT와 LG유플러스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중이다.

당초 보조금을 올리며 경쟁을 촉발시켰다고 알려진 KT는 “LG유플러스가 14일 오후 3시부터 LTE폰에 대한 보조금을 올렸다”며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정책 변경에 따라 KT 가입자가 빠져나가 부랴부랴 14일 저녁 보조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는 LTE 커버리지, 서비스, 단말기 등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며 “LG유플러스가 먼저 시장을 과열 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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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통사의 보조금 경쟁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이달에는 아이폰5, 갤럭시노트2, 옵티머스G 등 최신 스마트폰 출시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통사들의 가입자 뺏기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구두 경고를 통해 이통3사에 보조금 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