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따라잡으려 과욕을 부리다가 그만...'
지난 해 3월 일본 지진 사태이후 2분기부터 꾸준히 낸드플래시 물량을 확대해 오던 도시바의 급작스런 30% 감산 발표 배경에는 무리한 증산 경쟁, 즉 삼성 제치기의 부작용이 숨어있었다. 말그대로 과욕을 부려 황급히 높은시장 경쟁을 하다가 몸살을 앓게 된 셈이다.
도시바는 지난 1분기까지 홀로 점유율을 높이며 높은 재고수준을 보이면서도 용량 확대에 나섰다. 공격적인 물량 확대 결과 지난해 4분기까지 용량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앞설 정도였다.
도시바는 이 기간 이후 지난 1분기까지 출하량 확대를 통해 용량 기준 삼성전자 점유율을 앞섰지만 매출만을 보면 여전히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출하량 1위, 매출 2위라는 의미는 생산량을 판매가 따라잡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도시바는 타 낸드플래시 업체보다 높은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감산 조치는 도시바가 재고 과잉에 몰려있는데다, 최대 수요처인 애플로부터 가격 인하 압박을 받기 전에 수급을 조절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해석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애플이 모바일 기기 분야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라는 점을 무기삼아 부품업체에게 강도높은 가격 인하 압박을 한다는 것은 부품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낸드플래시, 모바일D램 가격 하락에 대해 애플이 영향을 미쳤다는 증권가 분석도 나왔다. 새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도시바가 물량을 줄이며 가격 하락 압박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물량 확대의 부작용에 울며 겨자먹기식 감산
도시바는 지난 1분기에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3.2%포인트로 좁히며 지난해 1분기 수준 이상으로 격차를 좁혔다. 일본 지진 이후 벌어진 차이를 만회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34.6%다. 이 시장 1위인 삼성전자(37.8%)와의 격차는 3.2%포인트다. 지난해 2분기 일본 지진 발생 후의 12.9%포인트와 비교했을 때 빠른 속도로 물량을 늘렸다.
경쟁사들이 모두 매출을 줄이는 동안 혼자 출하량, 매출액을 확대했던 도시바는 결국 혼자 감산을 단행했다. 3분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모두 가동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에서도 이뤄진 것이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시바는 경영이 악화된 정도는 아니지만 물량 확대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바는 지난해 1분기 34.9% 점유율이 2분기 28.7%로 떨어졌지만 이 기간 삼성전자는 38.8%에서 41.6%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2분기를 정점으로 지난 1분기까지 꾸준한 하락세였다.
반면 도시바는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1분기까지 꾸준한 오름세였다. 지난 1분기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28.4% 대비 6.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도시바는 지난 1분기 4위권까지의 선두업체들이 모두 매출이 줄어드는 동안 홀로 확대했다.
■우리나라 반도체업체들의 감산 움직임은?
지난 1분기 도시바 낸드플래시 매출은 17억달러로 전분기 14억달러 대비 늘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매출은 19억달러에서 18억달러로, 마이크론은 9억달러에서 8억달러로, SK하이닉스는 6억달러에서 5억달러로 모두 전분기 대비 줄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용량 기준 출하량으로는 이미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를 역전했다.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점유율 30%로 26%인 삼성전자를 앞섰다. 2분기까지 이같은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도시바가 매출 기준에서 삼성전자에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용량 기준에서 앞선 것은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했으며 재고량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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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eMCP 제품의 경우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며 “도시바가 용량 기준 물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재고 밀어내기라고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의 갑작스러운 감산은 공급업체들의 조정 호응을 유도하고 애플 등 대형 고객에게 추가적인 가격 하락 압박을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의 감산 전망은 높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의 낸드플래시에 대해 “투자도 계획했던 대로 진행하고 감산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M12 투자를 통해 낸드플래시 용량을 꾸준히 늘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