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PC시장 "태블릿 영향 없었다"

일반입력 :2012/06/29 11:18    수정: 2012/06/29 11:53

스마트폰의 인기가 식을줄 모르는 가운데, 올 상반기 PC 시장도 선전했다. 노트북과 데스크톱PC 모두 기존 한계를 벗어난 폼팩터를 선보였으며, 핵심 부품인 CPU도 세대교체를 하는 등 소비자 이목을 끈 이슈가 빈번했다.

수익 구조도 '수량'보다는 '단가'로 바뀌었다. 지난 1분기 국내 PC 출하량을 살펴보면, 판매량은 줄었지만 매출액은 늘었다. 휴대성과 성능을 고루 갖춘 울트라북과 게이밍 PC 등이 인기를 끌며 국내 PC 시장도 '프리미엄' 중심으로 재편됐다.

특히 태블릿 및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해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PC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가며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새 하드웨어의 지속적인 출시와 '디아블로3', '블레이드&소울'과 같은 걸출한 콘텐츠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사다난했던 상반기 PC 시장을 되돌아봤다.

■PC 부품, 규격 대폭 변경

PC 시장은 칩셋 부품 업계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어떤 칩셋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PC의 성능은 물론, 외부 디자인까지 모두 바뀌기 때문이다. 올해 칩셋 업체들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 칩셋 등 노트북 시장을 뒤흔들만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인텔은 지난 4월 3D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 기술이 적용된 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전격 발표했다. 코드명 아이비브릿지 CPU는 기존 샌디브릿지보다 미세한 공정인 22나노 기반으로 설계됐고 내장 그래픽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인텔의 3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공식적으로 출하되면서 여러 PC 제조사들은 곧바로 아이비브릿지 탑재 PC 제품군을 선보였다. 전력 소비 효율이 대폭 개선된 터라 노트북의 경우 배터리 수명이 늘어난 점이 돋보였다.

AMD는 5월 2세대 그래픽코어 통합 프로세서 A시리즈를 발표했다. 코드명 트리니티의 CPU 역시 얇고 배터리 수명이 긴 노트북에 적합하도록 열설계 전력(TDP)가 낮은 편이다.

특히 AMD는 그래픽 성능 강화에 주력했다. 신제품은 라데온 HD7000 시리즈 그래픽을 탑재해 기존 코드명 라노 칩셋보다 그래픽 성능이 최대 56%까지 향상됐다.

인텔과 AMD가 모두 소비 전력을 줄이고 그래픽 성능을 강화해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면 엔비디아는 고성능 그래픽 칩셋을 선보였다. 지난 3월 첫선을 보인 엔비디아 케플러 아키텍처 그래픽 칩셋은 28나노 공정으로 제작됐다. 기존 페르미 아키텍처는 40나노 기반이다.

칩셋 외에 저장 매체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보급도 확산됐다. SSD는 울트라북을 중심으로 한 얇은 노트북에서 많이 쓰이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1기가바이트(GB) 당 가격이 1천원 미만인 제품이 늘어나면서 데스크톱PC 환경에도 많이 사용됐다.

이밖에 아이비브릿지가 칩셋 단위에서 USB 3.0을 기본 지원해 데이터 전송 규격도 변화 조짐이 일었다. 이전까지는 별도의 콘트롤러 칩셋을 기판 위에 탑재해야 USB 3.0을 사용할 수 있었다.

■조립PC 전파인증 대상 논란

상반기 PC 업계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조립PC도 전자파적합인증(EMC, 이하 전파인증) 논란이다. 올해 초부터 국내 용산 시장 대표적인 조립PC 업체인 컴퓨존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컴퓨존 자체 브랜드 ‘아이웍스’ 조립PC가 전파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민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초,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컴퓨존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이웍스 브랜드 제품 판매를 중단했고,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업계와 PC 사용자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방통위는 “조립PC에 쓰이는 부품별로 인증을 받았더라도 완제품의 경우 전자파 발생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파법에 따라 별도의 시험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150만원 가량의 시험 비용과 인증료 5만5천원을 개별 모델별로 지불하고 인증을 받지 않으면 불법이란 설명이다.

조립PC 업계는 대기업처럼 소수의 모델을 확정하고 양산하는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인증 절차를 밟게 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즉 영세 사업자들은 사실상 조립PC 판매를 포기해야 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연간 210만대에 이르는 국내 조립PC 시장에 대한 정부 부처의 이해가 부족했다”며 “해외에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 4월 방통위는 조립PC 전파인증을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원칙적으로 완성품 상태에서 전자파 적합 시험과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인증을 받은 부품으로 조립하고 완성품은 받지 않았다는 소비자보호 경고 문구를 부착하는 조건이다. 방통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오는 7월까지 개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컴퓨존은 2월 전파인증 문제가 불거진 이후 5월이 돼서야 아이웍스 브랜드 PC 판매를 재개했다. 판매를 중단한지 약 3개월 만이다. 컴퓨존 구매부 곽성근 팀장은 조립PC 전파인증 관련해 현행 인증제도의 개선 방안이 나오게 되어 아이웍스PC가 판매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울트라북, 올인원PC 급성장

울트라북과 올인원PC의 급성장도 상반기 PC 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인텔이 마케팅 지원 자금까지 동원한 차세대 노트북 플랫폼인 울트라북이 1분기 신학기 시장에서 판매된 노트북 가운데 약 25%의 비중을 차지했다. 또 국내에서 선호도가 낮았던 폼팩터인 올인원PC 시장 규모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출시되기 시작한 각 PC 제조사의 울트라북은 온오프라인 유통망 별로 주목할 판매량을 기록하며 새로운 노트북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이마트 노트북 바이어는 “(지난 2008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북보다 판매 증가세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칩셋 제조사인 인텔의 강력한 마케팅 지원 아래 국내외 PC 제조사 및 유통업계에서 진행한 활발한 프로모션이 울트라북 인기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인원PC 성장세는 울트라북보다 비중 면에서 빠른 편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올인원PC 시장 시장은 약 5만5천대 규모로 지난해 연간 약 8만대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1분기 1만5천대와 비교해도 3.6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 국내서 판매된 브랜드 데스크톱PC 10대 중 한 대가 올인원PC였다”며 “데스크톱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면도 있지만 다른 나라처럼 국내도 올인원PC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전체 PC 가운데 데스크톱PC가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이 가운데 90%가 올인원PC다. 국내는 고사양 그래픽을 지원하는 게임 이용자가 많아 올인원PC보다 일반 타워형 데스크톱PC 이용자가 많은 편이다. 성능 업그레이드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올인원PC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과 편의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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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주요 PC 제조사가 다양한 올인원PC를 선보이며 기존 데스크톱PC 대체 상품으로 주력한 것이 인기 상승으로 볼 수 있다. 상품 수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넘어 터치스크린 탑재한 제품도 나왔다. HP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올인원 워크스테이션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HP 관계자는 “TV를 살 때 다양한 크기를 고를 수 있는 것처럼 올인원PC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