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주 개발자용 iOS6 시험판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일반 사용자들에게 카드와 멤버십 등을 통합한 '패스북'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트위터에 이어 통합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통신사에 카카오톡 음성대화보다 거센 압박이 될 '페이스타임' 3G망 지원과 아이패드용 시리 등장이 예고됐다.
iOS6 변화 가운데 국내서 유달리 화제가 된 기능은 따로 있다. iOS5까지 쓰였던 구글맵을 대신할 애플 자체 지도서비스 기능이다. 구글맵과 달리 애플 자체지도 서비스는 대한민국 고유영토인 '독도'를 제대로 표시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일본어 '다케시마(竹島)'를 찾으면 우리나라 독도 위치를 찾아 보여준다.
국내 사용자들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놓고 다퉈왔기에 이를 단순한 기능상의 오류로 넘길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독도는 우리나라가 실제 점유, 통치하고 있지만 일본은 수십년간 독도를 비롯한 동해상의 여러 섬들을 자국 영토에 편입시키려 애쓰는 중이다.
정부측에서도 해당 문제를 인지한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공간정보기획과 박진식 사무관은 온라인 지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원본데이터를 해외로 반출시킬 경우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어 현행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이하 '측량법')을 근거로 (지도 서비스용)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애플측의 새 지도서비스에 독도 표기가 바로잡힐 수 있도록 대응중인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전부터 해외 지도서비스에서 독도는 일본측 명칭인 '다케시마' 또는 특정 국가 영토가 아닌 공해상의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로 표기된 빈도가 높았다. 즉 대다수 해외 지도서비스만 놓고 보면 독도란 명칭과 대한민국 영토라는 사실을 알기는 어렵다. 대신 일본 영토 다케시마 또는 리앙쿠르 암초라는 공유지(common land)로 알고 넘어갈 확률이 많다.
애플이 iOS6에 탑재한 새 지도서비스도 '그 하나'일 뿐이다. 회사가 새로 선보인 자체 지도는 영국 재단법인 '오픈스트리트맵(OSM)'의 것을 기본으로 하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차량용 네비게이션업체 '톰톰(TomTom)'이나 일본 '인크리먼트 P 코퍼레이션(ICP)' 등 해외 지도서비스 데이터를 조합했다.
어떤 사용자들은 1차적으로 애플에 지도 정보를 제공한 업체들이 옳은 데이터를 갖췄다면 iOS6 맵서비스도 독도를 제대로 표시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최근 애플코리아 관계자도 이같은 결과를 빚은 배경이 제공받은 지도데이터 내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위키사이트 방식인 OSM 데이터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 동해상의 데이터는 ICP 등 주로 일본 지도 회사들의 데이터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OSM' 문제가 아니다...애플, 신경 '덜 썼다'
실제로 현재 OSM 공식사이트에 들러 독도, 다케시마 등을 한글, 한자(竹島), 로마자(Dokdo와 Takeshima)로 찾아보면 일관성있는 결과를 제공하지 않는다. 한글 '독도'를 찾으면 우선순위가 높은 결과로 실제 독도 위치를 찾아준다. 보조 결과로 '남한령에 속하는 리앙쿠르 암초'를 표시한다. 한글 '다케시마' 검색 결과는 없다. 또 일본어 한자 '竹島'를 찾으면 우선순위가 높은 결과에 일본령의 엉뚱한 다른 섬이 표시된다. 'Takeshima' 우선검색결과는 아예 섬이 아니라 일본 내륙이다.
애플이 활용한 OSM 등의 지도가 반드시 지금처럼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게 만든 결정적 근거는 아니란 얘기다. 또 지명 표시 오류를 보이는 상황에 대한 이유로 지도서비스에 OSM과 여러 협력사 정보를 취합해 제공했다는 사실은 불충분해 보인다. OSM 정보와 취합한 타사 데이터에 기반하더라도 독도 지명표기를 보여주는 서비스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위치기반서비스(LBS) 포스퀘어는 '독도'를 제대로 찾아 보여준다. 포스퀘어 한국어 사이트에서 한글로 '독도'를 찾으면 실제 독도가 나온다. 다만 한일간 분쟁지역이며 다케시마 등 여러 명칭이 쓰인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또 '다케시마'를 검색하면 실제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시 다케시마초라는 행정구역내 다케시마 섬이 나온다. 일본 포스퀘어에서 takeshima 또는 竹島를 찾아도 결과는 같다. iOS6처럼 독도와 일본 영토 다케시마를 혼동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덜하단 얘기다.
즉 애플이 국내 제품 출시를 위해 미리 주의를 기울였다면 iOS6용 새 지도에 담긴 독도 표기 역시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회사가 OSM 지도를 활용했더라도 여러 지도 업체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각 지역마다 데이터를 최적화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검색결과의 일관성을 갖추려면 나라마다 중복되거나 상이한 지명과 위치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
더불어 애플은 굳이 지도 서비스가 아니라도 iOS5.1 이후 포함한 새 한글 글꼴 등 신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협력사 기반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중간가공을 거친 전례가 있다. 이는 어떤 기업이든 자사 제품에 일정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고 일부 지역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할 때 일상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이다.
■구글, 국내 서버로 해결…애플은?
다만 iOS6는 이제 막 등장했고 일반 사용자가 아니라 등록한 개발자들에게만 쓰이는 상황이다. 애플이 iOS6 정식판을 선보일 때는 관련 조치가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iOS6 베타 버전 사용자들은 竹島를 찾은 결과 화면에서 문제점 신고 기능을 통해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라는 대한민국 행정구역 정보를 애플측에 보내 정정 요청을 할 수 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 같은 문제를 보인 구글지도가 국내 서비스를 위해 해결한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애플이 iOS6 정식판을 내놓을 때 가능한 선택은 크게 3가지로 갈린다. 애플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경쟁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호재로 이용될만한 사안이다. 현재 일부 사용자들이 iOS6 업데이트 내용에 독도 위치정보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을 고려중이다.
애플 선택지 하나는 구글처럼 국내 지도서비스 업체들과 별도 제휴해 전세계 서비스되는 지도 데이터에 독도 위치와 표기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우리나라 시장 비중과 사용자간 여론을 의식할 경우 가능한 시나리오다.
실제로 일본어판 웹기반 구글 지도를 검색하면 등록된 지명에 대한 기본 정보는 우리나라 영토로 설명된다. 오히려 일본 사용자들이 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우리나라 국토부장관 허가 받아야 하나?
다른 하나는 애플이 한국어 환경에 한해 독도 위치와 표기를 수정 반영하는 것이다. 영어와 일본어를 포함한 타 언어권 사용자들에게는 iOS6 시험판과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 국내 여론에 대응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일본 시장 반응 등을 고려한 절충한 방식이다.
국내 측량법에 따르면 애플이나 그 제휴사가 어떤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공통적인 서비스로 제공하려면 국토해양부장관 허가를 받거나 외국 정부와 그 정보를 상호교환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맞춰야 한다.
이 제한을 받는 정보는 국토해양부가 모든 측량의 기초인 공간정보를 제공하기위해 세금을 들여 실시하는 '기본측량'의 결과에 기반한 모든 국내 지도에 해당한다. 공간정보기획과 박 사무관은 국내서 기본측량성과를 이용하지 않고는 온라인 지도서비스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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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애플이 현재 iOS6 개발자 버전에서 드러난 문제를 풀지 않고 iOS6 정식판에도 남겨둘 가능성도 있다. 애플이 국내 시장 제약을 이유로 해외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온 서비스를 막아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국내 사전심의제도 문제로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사업자들간 조율 때문에 아이튠스 음악, 영상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지 오래다. 구글처럼 국내법에 맞추기 위한 온라인 지도용 서버를 갖추게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