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금성 일식쇼 보세요…다음은 2117년

일반입력 :2012/06/05 17:54    수정: 2012/06/06 12:43

이재구 기자

'120년 만에 두 번씩 발생하는 금성의 태양일식 관찰기회.’

현충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금성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쇼를 우리나라 하늘에서 관찰됐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현충일 오전 7시 9분부터 오후 1시 49분까지 금성이 태양을 가로지르는 '태양면 통과' 현상이 일어난다고 발표했다. 1800년대 이후 금성이 태양면을 통과하는 것은 지난 2004년 6월 8일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6일은 20~21세기를 통틀어 120년만에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금성의 태양면통과를 볼 수 있는 기회다. 금성의 다음 태양면 통과는 앞으로 105년 뒤인 오는 2117년 12월 11일에 일어나므로 100여년 후에나 볼 수 있는 진기한 쇼다.

금성의 태양 통과는 달이 태양 앞을 통과하는 일식(日蝕·solar eclipse)처럼 천체인 금성이 태양 앞쪽을 지나는 것이다. 그러나 식(蝕)이라는 표현 대신 대개는 '통과'라고 표현한다.

이번 금성의 태양면 통과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와 시베리아, 오세아니아 일부 국가 등에서만 전 과정을 관측할 수 있다. 금성은 지구보다 안쪽으로 태양을 공전하지만 금성과 지구의 공전궤도가 약 3.4도 기울어져 있어 태양면 통과는 120년에 두 번씩 발생하게 된다.

금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은 태양-금성-지구가 일렬로 늘어설 때 일어난다. 금성은 공전 주기가 224.7일로 지구보다 140일 정도 짧다. 금성이 태양 주위를 2.6바퀴 돌고 지구가 1.6바퀴를 돌았을 때 태양과 금성, 지구는 일렬로 늘어서게 된다.

하지만 이 놓치기 아까운 우리 생애 마지막인 금성의 태양일식 관찰 기회이라고 해서 일반 선글라스나 육안으로 관찰하면 망막이 손상될 수 있다. 집에 있는 망원경·단망경은 태양필터 없이 사용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렌즈가 빛을 모으는 돋보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반드시 태양필터나 용접용 유리 등을 사용해야 한다.

집안에 있는 CD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반투명 CD 위에 문방구에서 파는 셀로판지를 4~5장 붙여 관측하는 것이다. 해상도가 떨어질 수 있다. 용접공들이 쓰는 용접용 헬멧에 쓰이는 차광유리는 일부 철물점에서 몇천원이면 살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등이 전국에서 개최하는 관측 행사에 참석하거나 천문연 사이트(www.kasi.re.kr)에서 고해상도 사진을 보는 방법도 있다.

태양필터는 천체망원경 판매점 등이 아니면 구하기 쉽지 않지만, 6일 천체관측 행사장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곳이 많다. 과천국립과학관매표소 앞, 서울 지하철5호선여의나루역, 서울대입구 관악산 등산로관리사무소앞,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서편 광장,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광주 광역시 교육과학연구원, 경기 김포시 석정초등학교 천문대, 의정부시 경기북과학고등학교, 강원도 춘천시 교육지원청 창의교육지원센터앞, 제주별빛 누리공원 앞 등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달에 비해 금성의 시지름(지구에서 본 천체의 겉보기지름)은 워낙 작아 태양 위의 점처럼 보인다. 달의 시(視)지름은 태양과 거의 비슷해 태양 앞을 지나면 태양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린다. 금성은 달 지름의 4배 정도로 크지만 시지름은 30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와 달까지 거리에 비해 100배 이상 멀어 작게 보인다. 금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은 볼거리를 넘어 천문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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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핼리는 우주관측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이미 금성이 태양을 통과할 때 지구 위 멀리 떨어진 두 지점에서 시간을 관측한 뒤 삼각측량법의 원리를 이용하면 지구-태양 간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근 들어서는 외계행성을 찾는 단서로 활용된다.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날 때 이를 먼 외계에서 보면 태양빛이 미세하게 변한다. 외계에 이를 적용하면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