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올해 2분기나 3분기에 PC 판매량 1위 자리를 레노버에 내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리서치(TBR)의 에즈라 가테일 연구원은 최근 이처럼 다소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연이은 악조건 속에서도 세계 PC 출하량 1위를 줄곧 지켜온 HP가 빠른 속도로 레노버에 따라잡힐 것이란 내용이다.
HP는 유럽발 경기 악재와 미국 PC 수요 감소, 본사 구조조정과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1분기 PC 출하량을 3~4% 늘렸다. 반면 레노버의 PC 출하량은 같은 기간 동안 전년대비 가트너 집계 28%, IDC 집계 44% 급증했다.
레노버는 최대 PC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의 급성장을 등에 업고 1위 HP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또 레노버는 일단 지키고 공격하는(Protect & Atteck) 전략에 따라 중국 시장을 굳건히 지키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HP뿐 아니라 전세계 PC 업계가 중국을 우선순위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HP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신제품 발표 행사를 본사가 위치한 미국이 아닌 중국 상하이에서 열었다. 중국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현재로서는 중국 시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중국 정부, 각 사업자와 파트너가 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이 세계 최대 PC 시장으로 급부상했을 뿐 아니라 2016년경 미국 PC 시장 규모의 2배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에즈라 가테일 연구원은 HP의 현 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으로만 보지 않는다. 우선 프린터 사업부를 PC 사업부에 통합시킨 것이 HP의 브랜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윈도8 태블릿 출시를 앞두고 HP의 태블릿 생태계 전략이 비교적 우위에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통한 개인용 클라우드에 한발짝 앞섰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HP는 레노버 본사에서 비즈니스 운영 담당 부사장직을 역임한 디온 와이슬러를 HP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총괄 책임자로 발탁했다. 경쟁사 레노버는 물론 중국 시장에 대해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에즈라 가테일 연구원은 “HP가 여전히 보다 뛰어나게 설계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1위 자리를 내주더라도)마이크로소프트와 보다 원만한 관계를 통해 IT 산업 리더 역할은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PC 시장의 중요성은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PC 출하량 3위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성공적인 중국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또 다른 급성장 시장인 중남미에서 전년 대비 2배 이상 출하량을 늘렸지만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중국 시장 목표는 삼성 브랜드 입지를 강화해 10% 수준의 시장점유유율을 달성해 5위 진입하는 것”이라며 “프리미엄 제품과 지역 특화 매스(대중적) 제품 등 투트랙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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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베이징에 CE & IT 전문 제품 연구소를 두고 자체 상품을 기획하며, 상하이에 위치한 삼성 디자인 센터(SDC)는 중국 자체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또 중국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중국 대학생 특화 모델인 시리즈5 Q470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제품은 6개월에 걸친 현지 시장 조사에 따라 설계된 노트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