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 CPU를 클라우드로 개발했더니…"

일반입력 :2012/05/31 15:28    수정: 2012/06/01 13:54

“파워7 CPU를 개발할 때 클라우드 환경에서 고성능컴퓨팅(HPC)을 이용했다. 전세계에 퍼진 IBM 연구진이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클라우드에 접속해 CPU회로를 설계했다. 그 결과 당초 예상인 24개월보다 이른 18개월만에 개발을 완료했다. 개발자당 비용도 50%나 줄였다.”

2010년 세상에 나온 IBM의 유닉스 프로세서 ‘파워7’ 개발에 대한 얘기다. 최근 기자와 만난 에드 메란다 IBM 클라우드 글로벌 세일즈 기술담당 임원은 HPC기술의 새로운 이용방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떠오르고 있다며 그에 대한 사례로 파워7 개발을 예로 들었다.

IBM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으로 구축하고, HPC 자원을 꾸렸다. 미국내 로체스터, 요크타운뿐 아니라, 프랑스, 일본, 인도 등에 퍼진 각국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책상에서 씽크패드와 클라이언트를 통해 오스틴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HPC 환경을 이용했다. 이로써 파워7의 형태, 기능, 각종 소프트웨어 등이 개발됐다.

IBM의 HPC 시스템은 양방향성 업무와 배치성 업무를 동시에 지원했고, 이를 통해 90%의 가동률을 보였다.

IBM측에 따르면 일부 파워7 개발자는 자신에게 지급된 워크스테이션까지 반납했을 정도였다. 처음엔 원격 접속으로 인한 느린 속도에 불편할 줄 알았지만,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하는 워크로드는 10%에 불과했고, 나머지 90%는 배치성이어서 오히려 매우 편리했다는 것이다.

에드 메렌다는 “이를 통해 IBM이 얻은 것은 개발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이었다”라며 “이는 엔지니어링에 HPC와 클라우드를 활용한 훌륭한 사례”라고 말했다.

슈퍼컴퓨터로도 익숙한 HPC는 국가기관, 대학 연구소, 유전공학, 제품 설계 등에 사용되고 있다. HPC는 기업 비즈니스 성과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중견, 중소기업들이 사용하기엔 너무 가격이 비싸다.

도입가격뿐 아니라 운영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소한의 규모라고 해도 특정 목적으로 도입한 HPC는 해당 목적의 소멸 뒤엔 사용하기 어렵고 유지비용만 소모한다. 자동차 에어백 분석 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HPC 클러스터는 에어백 분석 안하면 놀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IT자원을 언제든 누구나 쉽게 원하는 만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와 HPC를 결합하는 것이다. 복잡한 HPC 인프라를 최적화된 서비스로 제공받는 개념이다.

IBM은 클라우드를 통한 HPC를 3가지 방법으로 제공한다. 프라이빗, 퍼블릭,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모든 형태다.

기업이 HPC에서 돌아가는 데이터를 외부에 넘기지 않으려 할 경우 IBM은 HPC환경을 고객사에 구축하고, 셀프서비스포털과 관리도구를 제공해 클라우드 환경을 만들어준다. HPC를 구축할 규모가 안되는 기업에겐 ‘IBM 스마트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SCE)'를 통해 언제든 손쉽게 원하는 HPC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는 사용자가 가진 클라이언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중앙 클라우드 상의 HPC에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에드 메란다는 “미국에선 클라우드 컴퓨팅을 IT의 민주화라고 부른다”라며 “소수만 사용하던 컴퓨팅 리소스를 어느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똑같은 변화가 HPC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2~3명 규모의 기업이 과거엔 쓸 수 없었던 HPC 워크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단일한 컴퓨팅 인프라로 다양한 워크로드를 멀티테넌트로 지원해 고객은 클러스터나 컨피규레이션을 자기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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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퍼블릭 클라우드인 ‘SCE'에 대한 또 다른 업데이트도 이와 관련된다. IBM은 스마트클라우드의 서비스수준협약(SLA)를 99.95%로 높인 스마트클라우드플러스(SCE+)를 최근 선보였다. 유닉스, 메인프레임 등 고가용성을 보장하는 플랫폼을 활용한 게 특징이다. 또한 ‘플랫폼컴퓨팅’이란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HPC 클라우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HPC를 이용할 수 있는 워크로드를 20%로 제한했다. 나머지 80%는 아직까진 온프레미스 환경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세계 HPC 워크로드의 80%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돌아가고 있다”라며 “더 빠르게 기술을 도입해 직접 고객 니즈에 부합할 수 있게 되면 나머지 80%도 퍼블릭 클라우드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