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은 출판미디어의 미래가 아니다?

일반입력 :2012/05/15 14:18    수정: 2012/05/15 14:23

전통적인 활자매체가 미래 전자책 생태계에도 살아남을 것인지는 출판 미디어 업계 주요 관심사다. 현재 디지털 환경에서 전자책은 종이책을 흉내낸 'e북'과 프로그램처럼 작동하는 '앱북' 2가지로 갈린다. '앱(애플리케이션)' 기능을 가미한 앱북은 양방향성과 멀티미디어 성능을 강조한 새로운 매체로 눈길을 끈다.

국내서도 '인터랙티브 앱북'이라는 모바일앱 형태의 전자책 출시가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아이패드 사용자 기반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면서 나라안팎에서 앱 형태의 멀티미디어 잡지와 학습용 콘텐츠 제작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런데 해외서 전통적인 뉴스 및 출판미디어 사업자들이 앱북 기반의 콘텐츠 비즈니스로 전향했다가 좌절된 사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염두에 둔 앱북 비즈니스가 실패할 것이라는 전조로 진단한다. 그러나 앱 콘텐츠에 대비되는 웹 플랫폼도 앱을 닮아간다는 측면에서 석연찮다는 분석도 있다.

e북과 앱북의 차이는 뷰어를 기반으로 범용성을 보장할 것이냐, 자체 작동기술로 멀티미디어 성능과 양방향 특성에 초점을 둘 것이냐로 갈린다는 점에서 디지털콘텐츠의 미래가 '웹이냐 앱이냐'하는 화두를 연상시킨다.

이가운데 이달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산하 미디어그룹의 잡지 '테크놀로지리뷰'는 출판사업에 앱 기반 콘텐츠 모델을 도입하며 겪은 실패를 고백했다. 모바일기기에 올라탈 미디어의 미래는 앱이 아니라 웹이라고 인정하면서다. 굳이 웹과 앱의 태생적 차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실무적 차원에서 마주치는 어려움과 사업상의 함정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았다고 묘사된다.

■테크놀로지 리뷰의 앱 모델 실패기

신문과 잡지나 도서를 발행해온 출판사업자들은 이를 뜻밖이라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인터넷에 흘러다니는 웹보다는 태블릿 단말기가 책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웹은 세로로 쭉 내려 읽는 형식인데다 PC의 어느 구석을 봐도 책을 닮지 않았고 인터넷 자체가 공짜라는 점에서 출판사업자들과 불화하기 십상이었다. 반면 태블릿 기기의 외형뿐 아니라 그 안에서 옆으로 펼쳐 넘겨볼 수 있는 앱북들은 본격적으로 종이책을 흉내낸 것이다. 발행물 자체에 값을 매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훨씬 전통적인 출판사업 모델과 닮아 보였다.

더불어 앱북은 정적인 웹페이지보다 더 많은 상호작용을 구현해 재미를 느낄 수 있을뿐 아니라 이미 점령된 웹의 광고시장 기회를 피해 안정적인 광고지면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덕분에 애플이 아이패드에서 돌아가는 콩데나스트의 디지털매거진을 시연할 당시 뉴요커 편집자들의 서한에서는 흥분이 묻어났다고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적했다.

콩데나스트의 디지털매거진을 만든 도구는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SW)업체로 정평이 난 어도비의 출판편집솔루션 인디자인이었다. 같은 회사의 디지털퍼블리싱스위트(DPS)가 그 유통과 독자 피드백, 마케팅, 콘텐츠 업데이트와 광고집행, 협업을 돕는 서비스로 등장해 숱한 출판사들을 매료시켰다. 국내서도 인디자인을 써온 대형 출판사 상당수가 DPS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도입했다고 한국어도비 측은 귀띔했다.

국내 업계에 성공 또는 실패 사례로 회자되는 사례는 아직 찾기 어렵다. 미디어업체들이 사활을 건 앱북 매거진이나 간행물을 내놓는 사례보다는 전자책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이 군소 출판사 또는 콘텐츠업체와 제휴를 통해 단행본을 선보이는 경우가 더 잦다. 신문사들도 온라인으로 옮아간 뉴스사이트를 모바일앱 형태로 가다듬는 움직임이 대세를 이뤘지만 여전히 웹의 비중이 훨씬 높은 편이다.

■신문사-출판사, 웹으로 가야 하나?

독자뿐 아니라 사업자에게도 앱의 모습을 띤 디지털 콘텐츠는 더 익숙한 경험을 환기해주는 해법으로 인식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문제가 있었다.

전통적인 출판물을 다루는 관점에서 단말기 종류와 그 상태에 따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 배열과 상호작용 시나리오을 일일이 맞춰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책을 내놓기 위해 SW개발자를 고용하거나 적잖은 비용으로 외주를 맡겨야 한다는 것, 인디자인과 같은 전통적인 툴을 사용하더라도 멀티미디어를 심어넣고 양방향성을 가미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선 편집자에게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전통적인 책의 느낌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독자의 취향이라는 요소가 골칫거리로 작용한다. 이미 종이책과 별개로 웹이란 형식의 콘텐츠에 익숙해진 독자는 태블릿에서도 '웹이라는 익숙한 디지털 형식'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리뷰는 한때 앱을 진로로 삼았지만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를 벤치마크하기로 했다. 지난달 하순 파이낸셜타임스 HTML5기반 웹앱이 가입자 2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업계 관심을 모은 사례다. 지난해 6월 아이폰용 앱을 버리고 이를 웹으로 대체한지 1년 이내 실적치곤 성공적이란 평가다.

사업적인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지만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앱 모델을 버리고 웹을 선택할 경우 얻는 기술적 이점은 분명해 보인다.

주요 브라우저가 지원하는 웹 기술을 위주로 구현한 사이트는 대부분의 PC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서 원활하게 돌아간다. 단말기가 놓인 방향에 따른 레이아웃이나 조판 구성에 대한 최적화부담이 적다. 앱 형태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한 전문기술을 새로 도입하는 부담에 비해 기존 운영해온 웹서비스 기반 환경을 단계적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은 크지 않다.

그리고 앱 모델로 갔을 때 새로 출현하는 '지면'을 메울 광고 형식과 기술적요소를 고민하지 않고 웹에 게재되는 광고 형식을 차용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독자는 웹에서 앱과 같은 인터랙티브 요소를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책을 모방한 디지털 앱북보다 두루말이 문서를 은유한 웹의 친숙함이 더 잘 먹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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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리뷰의 행보와 파이낸셜타임스 웹앱의 성장세에 주목한 IT블로그 테크잇은 재정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미디어들은 앱보다 웹으로 가는 게 나을 것이라며 일반 뉴스 사이트라면 추가 인력과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앱으로 가는 게 나은 방식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 출판계 관계자도 책의 미래로 앱을 이야기하는 모델은 회의적이라며 본원적인 독자 가치는 상호작용이 아니라 '읽기'고 전자책에서도 이를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