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회사 비주얼샤워는 사무실이 세 개다. 인원이 넘쳐서는 아니다. 사람에 목마르기는 여느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다. 비주얼샤워는 현재 서울 충정로, 상암과 경기도 분당에 있는 사무실에 직원 25명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구성원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박홍관 비주얼샤워 대표는 “창업 이후 줄곧 가장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작은 스튜디오를 복수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사무실의 정원은 최대 12명. 이는 박 대표가 생각하는 ‘매직 넘버’다. 공동체 안에서 무리를 지어 팀워크를 해치거나 하는 일 없이 유기적으로 협력이 가능한 인원이라는 설명이다. 따로 떨어져 있어도 스튜디오 간 협업에는 문제가 없다. 자체 개발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법인 설립한 비주얼 샤워는 모바일게임 콘텐츠와 엔진에 주력하는 회사다. 사명은 국내에서 척박한 비주얼 컴퓨팅 분야에서 ‘소나기’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다. 소나기와 같은 철자로 멋지게 ‘보여주는 사람들(shower)’이 되겠다는 포부도 담고 있다.
이 회사는 피처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 왔다. ‘점프파라다이스’, ‘하얀섬’, ‘비욘드더바운즈’ 등의 게임이 피처폰 때 크게 인기를 얻었다. 이 중 하얀섬은 세계적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가 배급한 첫 국산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비주얼샤워는 이 게임으로 지난해 스마트폰게임 시장에도 안정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넷마블이 화이트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바꿔 출시한 하얀섬은 정통 미스터리 어드벤처 게임을 표방한다. 박 대표는 “하얀섬이 앱스토어 유료게임·최고 매출 순위 3위까지 오르며 선전해 성공 가능성을 맛봤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디지털 콘텐츠 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이달의 우수게임, 스마트 콘텐츠 어워드 노미네이트 등 수상 이력도 출중하다.
짧은 기간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비주얼샤워만의 특별한 조직문화가 한몫했다. 한 예로 이 회사에선 네트워크 관리팀이 코스모스(Cosmos)로, 회계팀이 트러스트(Trust)로, 포스트 프로덕션·마케팅팀이 샌드박스(Sandbox)로 불린다. 직무의 특성에 맞는 애칭을 팀명으로 정한 것이다.
박 대표는 “창의적으로 팀명을 정했더니 팀의 관리자는 물론 구성원의 로열티가 높아지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주얼샤워는 회사나 사무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구성원 그 자체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모든 직원들이 직급을 떠나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시너지를 낸다”고 덧붙였다.
비주얼샤워는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과도 긴밀한 협력을 이뤄내고 있다. 미국 수파사운드(SupaSounds)와 공동 제작한 ‘비트앤히트’가 좋은 사례다. 비트앤히트는 홈런 더비 방식에 리듬 장르 요소를 덧댄 게임. 국내에선 거의 처음으로 시도된 형식이다.
미국 현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원이 공을 때리는 장면을 한층 실감나게 한다는 평가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음악 카테고리 부문 1위를 꿰찼다.
박 대표는 “보통 개발사가 사운드 회사에 리스트를 보내면 견적이 나오고 여기에 맞춰 개발을 시작하는 식이 보통인데 우리는 게임음원에 특화된 수파사운드와 기획단계부터 같이 논의했다”며 “이런 노력과 철학을 사용자들이 알아보고 좋은 반응을 보내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비주얼샤워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 콘텐츠에서만 승부를 볼 요량은 아니다. 현재 게임과 관련한 주변기기 등 하드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서킷샤워’라는 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하드웨어와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면 이용자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관련기사
- 페이스북·티몬이 엔젤, ‘엄친아’ 벤처 화제2012.04.19
- 한콘진 ‘게임벤처 2.0’ 이러다 일내겠네2012.04.19
- 신생벤처가 칼퇴근? 어디길래2012.04.19
- 한국 혁신 벤처 “사진으로 글로벌 앱시장 제패”2012.04.19
멀티플랫폼 미들웨어를 상용화할 계획도 있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낼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8월 현지 CS 업무 총괄을 맡을 필리핀 마닐라 스튜디오를 론칭했다.
박 대표는 “콘텐츠와 솔루션을 함께 팔면서 시장에서 비주얼샤워의 브랜드를 높여가고 싶다”며 “궁극적으로 ‘언리얼 엔진’과 ‘인피니티 블레이드’로 유명한 에픽게임스와 같이 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