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초상권 관련 양준혁 현 SBS 해설위원을 놓고 벌어진 여론 공방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프로야구팬과 게임팬들로 입장이 갈리는 양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구마구’, ‘프로야구매니저’, ‘야구9단’ 등 국내 인기 야구게임에서 양준혁의 이름과 얼굴이 삭제됐다. 대신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장남식’이란 가상인물을 내세웠다.
사건의 발단은 선수협을 탈퇴한 양준혁이 선수 본인의 성명권 및 퍼블리티시권을 양준혁 야구재단에 넘기면서 시작됐다.
현재 온라인 야구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은 라이선스 계약을 모두 선수협과 진행하고 있어 선수협에 소속되지 않은 프로야구 전·현직 선수들의 초상권을 사용할 수 없다.
때문에 양준혁이 게임업계에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선수협을 탈퇴한 사실은 곧바로 도마에 올랐다. 게임 이용자들은 양준혁을 향해 ‘돈독이 올랐다’는 비판을 가차없이 가했다.
반면 ‘양신’ 양준혁을 지지하는 프로야구팬들은 프로야구게임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게임업계가 선수협과의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양준혁을 제물로 삼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게임업체가 일제히 양 위원 이름을 ‘장남식’으로 바꾼 것은 보복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장남식은 ‘장가 못간 남자 자식’을 이르는 은어로 양준혁을 내리 깎기 위해 일부러 사용한 말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양 위원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은퇴한 뒤 방송활동을 하는 나의 초상권을 선수협이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에 선수협이 동의했다”며 “재단에 내 초상권을 넘긴 것은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회사들이 내 초상권을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양 위원은 공식 입장 표명에도 이번 사태가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로선 양준혁처럼 선수협에서 탈퇴한 경우 게임사가 선수에게 직접 퍼블리시티권 사용 계약을 요청하는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선수협 소속이 아닌 선수들 개인과 초상권 사용료 등을 논의한 사례가 없고 이에 대한 야구계와 게임계의 공통된 기준이나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협의를 진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KBO와 선수협, 일구회로 이뤄진 프로야구 단체들의 라이선스 정책을 개선하지 않고선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선수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라이선스 가이드라인부터 정립해야 한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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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선수협이 NHN과의 기존 라이선스 계약은 무효라며 로열티 비용을 5%에서 10%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현 상황도 타계해야 할 난관이다. 이들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NHN이 선수협의 라이선스를 각 업체에게 재판매해온 구조 자체가 뒤집힐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양준혁 선수 외에도 이대호 선수가 이달 중에 모든 온라인 야구게임에서 일제히 가명으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논란은 한층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 선수는 일본 프로야구단 오릭스 버팔로스로 이적하면서 선수협을 일시적으로 탈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