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보안사고로 인해 정보보호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슈 선점을 위한 정부부처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부처 간 세력다툼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보안업계는 정부부처 눈치 보기에 바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터진 격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정부부처 간 보안분야 선점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로 인한 실질적인 한계 상황도 발생했다. 정보보호 업무 자체만을 전담하는 기관이 없다보니 일관된 정책 적용이나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이다.
현재 정보보호 관련 업무는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3개 부처가 함께 전담하고 있다. 이들 부처의 산하기관에서도 현재 정보보호 업무를 분산해서 담당하고 있다.
행안부는 정보화전략실에서 정보보호 관련 정책을 전담하고 있으며, 지경부는 정보통신산업 정책관 내 소프트웨어산업과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방통위는 네트워크정책국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각 담당업무의 성격이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각 부서에서 보여줄 수 있는 추진성과가 필요해 명목상 열리는 정보보호관련 행사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행사들 때문에 보안업체들 입장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부 및 공공기관 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보안업계 입장에선 가장 큰 고객인 정부부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책결정 단계에서도 업체들이 혼동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보보호 전담 주무부처가 없고 담당부처가 3개가 되면서 모든 부처의 지시와 정책을 따르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보안을 담당하는 부처가 여러 개로 나눠져 있어 보안업계에는 그야말로 3명의 신을 모시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실질적인 정책집행보다는 세력 확장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 등과 같은 단편적이 조치가 많아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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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범국가적으로 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정부부처가 각종 대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들이 많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보안성 강화와 정책 집행을 위해선 정보보호 주무부처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무가 분산돼 있다보니 업계 생태계 역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보안업체들이 정부부처 잘 보이기에만 급급해서 정책 결정시 업계 의견을 수렴할 때도 경쟁력있는 기술이나 보안 대응책 마련은 뒷전이고 담당 부처간 잡음이 나지 않도록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