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시장을 재편하겠다던 HP의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갔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오픈플로’에 대한 행보를 본격화하면서다. 제조업체 주도가 아닌 고객사 주도의 새로운 네트워크 흐름에 전폭적인 지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HP(대표 함기호)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대역폭 및 성능과 예산에서의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네트워크 관리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오픈플로우 스위치 포트폴리오를 발표했다.
HP는 기존 프로커브 제품군에 오픈플로 지원기능을 추가한 HP 3500, 5400 및 8200 스위치 시리즈 등 16개의 모델을 내놨다. HP는 올해말까지 모든 플렉스네트워크 아키텍처 네트워크 제품군에 오픈플로를 탑재할 것을 약속했다.
오픈플로는 유연하고, 확장성 높은 최적의 네트워크 구성을 간소화 하기 위한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이다.
기존 네트워크 스위치는 라우팅, QOS, 보안컨트롤 등을 담당하는 플레인과 패킷포워딩을 담당하는 데이터 플레인을 하나의 장비가 담당한다. 이를 각각 별도로 나눠 컨트롤플레인은 컨트롤러 어플라이언스에 소프트웨어로 설치되고, 데이터 플레인은 포트를 연결하는 박스로 존재한다.
현재 벤더의 네트워크 장비는 모든 컨피규레이션 설정을 장비마다 손수 해야 하는데, 오픈플로를 활용하면 소프트웨어 상으로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정책과 서비스만 설정하면 IP, 보안, QOS 등을 전체 스위치 장비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오픈플로는 지난 2007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과 버클리대학 연구진 주도로 처음 개발됐다. 작년 구글, 야후,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오픈네트워크파운데이션(ONF)를 창립해 오픈플로 표준화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들 회사는 ONF의 이사회를 구성한다.
HP를 비롯해, IBM, 주니퍼네트웍스, 브로케이드, 시스코시스템즈 등이 오픈플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HP는 HP랩에 오픈플로 연구팀을 조직해 개발초기부터 지원해왔다.
조태영 한국HP 엔터프라이즈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ESSN) 네트워킹사업부 상무는 “2년전 HP가 네트워크 시장의 룰을 바꾸겠다고 했던 선언이 작년 플렉스네트워크 아키텍처, 올해 오픈플로로 구체화되고 있다”며 “IT환경이 클라우드로 이동하면서, 네트워크 가상화를 본격 지원하고 가능하게 만드는 표준기술이자 프로토콜 ‘오픈플로’를 통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석 한국HP ESSN 네트워킹 사업부 과장은 “HP만큼 오픈플로 저변확대 노력하는 곳은 없다”라며 “IBM이 1개 제품만 오픈플로를 상용화한 것에 비해 HP는 16개 제품을 상용화했고, 현재 세계 오픈플로 테스트베드의 95%인 60여곳에서 HP 제품을 사용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픈플로는 기존 네트워크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한국HP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시스코 중심의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교체하겠다는 HP의 일성에 맞닿아 있다.
오픈플로를 사용하면 시스코가 앞세우는 다양한 유료 기능들을 오픈소스로 이용할 수 있다. 그것도 물리적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가상화된 소프트웨어로 가능하다. 때문에 시스코는 오픈플로에 참여는 하지만 열정적으로 동참하지는 않는다.
서영석 과장은 “오픈플로는 네트워크 확장성의 한계와, 관리의 어려움, 구성 복잡성을 모두 해결하는 기술이다”라며 “오픈플로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벤더종속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네트워크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픈플로를 사용하려면 일반 x86서버에 컨트롤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된다. 리눅스에 기반한 다양한 키트들이 관련업체들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ONF의 오픈플로 1.1을 설치하면 기본적인 네트워크 장비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기능은 SDK를 통해 개발할 수 있다. HP는 다양한 네트워크 기능을 소프트웨어키트로 무료 제공한다.
오픈플로와 ONF 이사회인 인터넷 서비스업체는 네트워크업체의 대형 고객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고, 벤더에 종속되지 않으며, 자동화되고 간편한 네트워크 구성을 원하고 있다. 소비자 주도의 인터넷인 웹2.0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네트워크업체의 행보가 조금씩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스코 공략 선두에 선 HP의 행보는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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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웅 한국HP ESSN 이사는 “오픈플로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보안 등으로 이어지는 전체 클라우드 인프라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하는 것이다”라며 “시스코가 오픈플로에 기겁하는 이유는 벤더 주도의 헤게모니를 고객에게 빼앗긴다는 것에 긴장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손 이사느느 “네트워크, 서버 구분 없이 사용자 중심으로 어떤게 가장 편하고 쉽고, 고객에게 제대로 된 일관된 서비스를 하느냐로 흐름이 이동하고 있다”라며 “중요한 것은 서비스지. 인프라에서 만들어져 올라가는 기존 흐름과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