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두 달이 지난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홈쇼핑에서는 여전히 무법지대다.
지난달 초 지식경제부에서 휴대폰 가격표시제 단속실태를 발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 같은 행태가 계속되면서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홈쇼핑들은 여전히 판매가에 통신요금 할인액을 반영해 마치 단말기가 공짜인 것처럼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짜폰’, ‘0원폰’ 등 직접적인 문구는 사라졌지만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함께 내는 방식을 이용해 마치 단말기 가격을 무료인양 눈속임을 하는 식이다.
휴대폰 가격표시제는 단말의 판매가를 통신요금과 분리, 명확히 표시하라는 내용이다. 판매자가 “A 휴대폰은 B 요금제 선택시 00만원” 등으로 고객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 요금제에 따른 할인에 대충 뭉뚱그려 실제 휴대폰 가격은 얼마인지도 모르고 사는 폐해를 막겠다는 정책이며, 위반 시 시정권고에 이어 최대 1천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홈쇼핑 휴대폰, 공짜의 탈을 쓰다
예컨대 A홈쇼핑의 경우 지난 1일 SK텔레콤 갤럭시S2를 판매하며 단말기 가격 57만4천200원, 여기에 요금할인 57만4천200원을 반영해 ‘결제 없음’, ‘추가비용 없음’ 등으로 표기했다. 가입비와 유심비는 면제다. 다만 이는 올인원44(4만4천원) 요금제 이상, 36개월 할부로 구매해야 되는 조건이다.
언뜻 보면 공짜로 갤럭시S2를 살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 기기값 57만4천200원은 36개월 동안 고스란히 소비자가 내야 한다. 36개월 동안 고객이 부담해야 할 할부이자도 총 6만2천136원이다.
지난달 1일에는 같은 홈쇼핑 채널에서 KT 모토로라 아트릭스를 판매했다. 단말기 가격은 58만5천200원, 여기에 요금할인 58만5천200원으로 ‘결제 0원’이었다. 역시 가입비와 유심비는 면제였으며, 여기에 23인치 삼성전자 LED TV모니터까지 덤으로 끼워 팔았다. 일반 소비자들로서는 공짜폰에 LED TV모니터까지 얻는다고 생각할 만한 구성이다.
지경부 정보통신산업과 관계자는 “통신요금 할인분을 반영해서 0원이라거나 결제 금액이 없다고 표시하는 것 역시 위반 사례”이라며 “해당 표기는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아 이미 시정토록 전달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약정 기간 표시 역시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했다. 앞서 언급한 SK텔레콤 갤럭시S2의 경우 홈쇼핑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24개월 약정(통신서비스), 36개월 할부(단말기) 방식이었지만 일괄적으로 ‘36개월 약정’으로 표시했다. 여기에 ‘의무사용기간’이라는 용어까지 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통신서비스의 경우 최대 약정기간이 24개월이지만, 단말기 할부약정의 경우 사업자 재량으로 36개월을 설정할 수 있다”면서도 “할부약정에 ‘의무사용기간’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이는 소비자를 혼란시킬 수 있는 표기”라고 지적했다.
■홈페이지 표시 안 해…단속 피하는 꼼수?
심지어 일부 홈쇼핑의 경우 TV방송에서는 통신요금 할인액을 반영해 공짜폰인 것처럼 판매하면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홈페이지에는 해당 내용을 아예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저녁 경쟁적으로 휴대폰 상품을 편성한 B홈쇼핑과 C홈쇼핑의 경우 TV방송에서는 A홈쇼핑과 마찬가지로 단말기 가격에 통신요금을 반영해 ‘결제금 없음’으로 표시했지만 홈페이지에는 해당 시간대 제품설명이 비워져 있었다. 사실상 방송시간에 맞춰 보지 않는 이상 정확한 판매 조건과 행태를 알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B홈쇼핑은 별정통신사 에넥스텔레콤에서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M을 내세웠다. 325요금제에 36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단말기 구입가는 ‘0원’이었으며 가입비와 유심비는 면제다. 사은품으로는 32인치 디지털 HDTV가 증정된다. 판매자들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최근인 지난 1월에 출시된 ‘최신 스마트폰’임을 강조했지만 정확한 단말기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C홈쇼핑은 삼성전자 갤럭시S2를 들고 나왔다. 가입비 2만4천원, 유심비 8천원, 채권보전료 3만5천원 등 총 6만7천원의 가입 제반비용은 모두 면제된다. 특히 단말기 판매가격 84만원에서 요금 할인 84만원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늘 결제 금액 없음’이라는 문구가 계속 눈에 띄었다. 마치 단말기 가격 결제가 없다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이는 오늘은 상담 신청만 이뤄지고 실제 개통은 5일 이내 전문상담원의 해피콜을 통해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에는 홈쇼핑에서 출시된 지 오래된 휴대폰을 마치 새 것인 것처럼 판매하는 경우,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에 가입한 줄 알았는데 이들의 망을 임대해 사용하는 별정통신사에 가입된 경우 등이 피해사례로 보고됐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홈쇼핑의 휴대폰 판매는 통신사가 의뢰하는 것이 아닌 대리점이나 판매점 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가 직접 컨트롤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별정통신사가 철 지난 휴대폰을 새 제품인 것처럼 파는 경우도 많아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지난달 1일 휴대폰 가격표시제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대리점, 판매점 뿐만 아니라 온라인사이트, 홈쇼핑에서 가격미표시, 통신요금 할인금액을 판매가격에 반영해 표시하는 행위(공짜폰, 0원폰), 출고가격 표시 등이 단속 대상이었다.
조사결과 전국 약 4천500여개 업체 중 560개 업체가 위반해 평균 위반율 12.6%로 집계됐다. 위반내용은 가격미표시 470건(76%), 공짜폰 표시(통신요금할인액 반영) 97건(15.7%), 출고가 표시 51건(8.3%)이었으며, 58개 업체가 중복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경부 관계자는 “휴대폰 가격표시제 위반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시정토록 각 지자체에 행정지도를 내렸다”며 “온라인 사이트나 홈쇼핑의 경우 지경부에서 직접 단속하고 있으며 신고가 들어올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휴대폰 가격표시제 한 달…10곳중 1곳 위반2012.03.03
- 휴대폰 약정가입하면 할부이자?…‘분통’2012.03.03
- 공짜폰 눈속임 여전…벌금 천만원 우습다?2012.03.03
- 무늬만 공짜폰 광고 퇴출…위반 벌금 천만원2012.03.03
이에 대해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취급하는 물품이 수십만 가지인데 그 중 휴대폰 관련 세부 사항까지 중앙에서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부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대외협력부서에서 유권해석해 해당 담당자한테 통보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경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일정 유예기간을 부여했는데 그 기간 중 단속 결과가 발표돼 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