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탭 후속작 갤럭시탭2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삼성 구주포럼에서 14일 공개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날 공개된 갤럭시탭2의 사양을 보면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탑재한 것 이외에는 후속작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 수준이다. 1Ghz 듀얼코어 CPU나 1024x600의 해상도는 요즘 일반 스마트폰 수준에 불과하다. 300만 화소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매번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보여온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갤럭시탭2는 지나치게 평범하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아몰레드 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1.4ghz로 구동되는 갤럭시탭 7.7이나 1.2ghz로 구동되는 갤럭시탭7.0 플러스보다도 하드웨어 측면에서 뒤떨어진다.
그동안 번외로 낸 10.1, 8.9 등은 화면 크기를 다양화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정식 후속 번호를 달고 있는 갤럭시탭2는 적어도 소비자들이 끄덕거릴만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사실을 삼성전자도 모를리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은 그간 저조한 태블릿 판매량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패드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많은 IT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태블릿을 선보였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지난 4분기 삼성전자 컨퍼런스 콜에서 한 임원은 “태블릿으로 재미 본 회사는 애플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제품 중에서도 유독 한 제품만은 아이패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승승장구 하고 있다. 바로 아마존 킨들파이어다. 킨들파이어는 사양만 보면 여타 태블릿과 비교해서 떨어지면 떨어졌지 나은 점은 발견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성공한 비결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에 과거 킨들 시리즈때부터 검증받은 전자책을 중심으로한 콘텐츠 생태계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그동안 애플을 정면으로 겨냥해 온 삼성전자가 태블릿 만큼은 전략을 수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이패드가 고가에 팔리고 있다고 해서 이를 따라하기보다는 오히려 킨들파이어처럼 사양을 낮추더라도 사용성을 강화하고 구매 부담을 낮춰 보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갤럭시탭2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가격이다. 갤럭시탭2의 가격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만~30만원대에 판매될 경우 시장에서 적잖은 파급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안드로이드OS를 채택하고 있는 킨들파이어와 비교한다면 보다 상위 버전을 탑재하고 있고 하드웨어의 생산능력에서도 앞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2의 비교 우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콘텐츠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는 각종 허브 시리즈는 아직까지 아마존 콘텐츠 마켓과 비교하면 부족한 측면이 많다. 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취약한 분야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아마존과 손을 잡고 갤럭시탭2에 아마존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아마존은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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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해온 독자적인 콘텐츠 공급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전 세계 시장을 개별적으로 공략하기에는 한계성을 지닌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탭2는 오는 3월 유럽부터 출시되는 정식 후속작”이라면서도 “특히 아이스크림샌드위치가 탑재된 최초의 태블릿이라는 의미에서 2라는 숫자를 부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