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뭘 믿기에…방통위 경고에도 초강수

일반입력 :2012/02/10 13:11    수정: 2012/02/11 10:29

융합화로 인한 갈등이 특허권→저작권→망이용대가 등 IT산업 전 분야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0일 KT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이날 오전 9시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서비스 접속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다.

방송·통신·제조 분야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과거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업자 간 다툼은 그야말로 생존경쟁이다. 삼성-애플 간 특허 분쟁, 지상파방송-케이블TV 간 재송신 분쟁이 대표적 예다.

특히, 단말·네트워크의 고도화로 비즈니스의 토대가 ‘모바일’과 ‘스마트기기’로 옮겨가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혈투가 사방에서 펼쳐지고 있다.

KT가 스마트TV 사업자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것도 스마트TV가 인터넷과 디지털TV, 콘텐츠가 결합된 융합서비스이기에 발생한 분쟁이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갈등은 PC, 웹 기반의 비즈니스가 TV, 스마트폰,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붙은 사활을 건 싸움이다. 더욱이 휴대폰, 태블릿, PC, TV 등이 개별 서비스가 아닌 N스크린으로 통합되는 추세도 이들을 물러설 수 없도록 만든다.

■스마트폰 보고 놀란 통신사, 스마트TV는…

KT를 포함한 통신사들은 2009년 11월말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지 불과 2년 만에 스마트폰 가입자가 2천만을 돌파하고, 이로 인한 트래픽 폭증을 학습한 터라 스마트TV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까지 스마트TV 구매자는 100만, 이중 실제 이용률은 10만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스마트TV가 디지털케이블TV나 IPTV와 차별성이 크지 않고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부족으로 이용률이 크지 않지만 확산 추세임은 분명하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피쳐폰·3G폰 생산을 사실상 접고 스마트폰과 LTE폰에 집중하는 것처럼, TV 제조사 역시 스마트TV와 3DTV로 주력 품목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연말 아날로그TV방송 중단으로 디지털TV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마트TV의 확산은 이전보다 가팔라 질 것이 분명하다.

한국전자파학회는 2020년 모바일 트래픽이 지난해 대비 약 11~1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통위가 조사한 ‘스마트폰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스마트폰 이용자 중 94%는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이용으로 문자메시지 이용량이 감소한다고 응답한 이용자가 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들은 이 같은 결과가 스마트폰으로 인한 모바일뿐만 아니라, 스마트TV를 통해 유선망에서도 똑같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특히, 통신사는 새 융합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같이 기존 통신사의 수익을 빠르게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인식한다.

KT가 방통위의 압박에도 스마트TV 접속 차단을 한 첫째 이유다.

■삼성·LG가 타깃?

KT가 삼성의 스마트TV를 타깃으로 삼았지만 그 뒤에는 네이버, 다음, 구글, 애플 등과 같이 제조·콘텐츠·인터넷 등 자사 유선망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이 대상이다.

인터넷·콘텐츠 기업들이 웹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모바일로 전환시키며 통신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는데다, 제조사마저 가전·스마트기기로 통신영역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급속히 확산되는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등의 서비스가 모두 유무선망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다. 모바일 역시 유선망이 기반이고, 스마트 환경에서 유선망의 가치가 더 크다고 믿는 KT 입장에서는 불편한 시장구조가 확산되는 것이다.

특히 매년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응해 유무선망에 조 단위의 투자를 하는 통신사들은 이 같은 추세가 달가울 리 없다. KT의 경우 유선망 운용으로 인해 올해 2조3천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3천643억원, 작년 기준)보다 많은 3조5천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스마트 서비스 사업자는 규제 없다?

KT뿐만 아니라 통신사의 또 다른 불만은 스마트TV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규제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TV와 유사한 IPTV는 3년여 동안 방송·통신업계가 갈등을 겪으며 제도화 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스마트TV는 VOD 판매가 이뤄지는 데도 제도권 밖에 있다.

IPTV의 전신인 메가패스TV(KT)나 하나TV(하나로텔레콤, 현 SK브로드밴드)는 같은 VOD 서비스였음에도 초고속인터넷의 부가통신서비스로 규제를 받았다. 또 하나TV를 제공했던 하나로텔레콤은 LG파워콤의 망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접속차단이 되기도 했으며 결국 망이용대가를 지불해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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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KT는 이들 사업자와 공생관계이기도 하지만 스마트TV 사업자로써의 삼성전자, 아이폰의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 구글TV를 제공하는 구글 등과 경쟁관계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 이 같은 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지상파방송 재송신 제도개선에 실패한 방통위가 스마트 시대를 대비한 규제정책 마련에도 실패한 것이다. KT가 방통위의 압력에도 스마트TV 접속 차단을 강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