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유전물질(DNA)을 이용해 2나노미터(nm)급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우표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에 고화질 영화 1만편을 저장할 수 있는 기존 최고의 기술공정에서 나오는 20nm급 반도체의 약 100배 용량을 담을 수 있게 된다.
반도체 회로 간 선폭을 미세하게 구현하는 기술은 지금까지 10nm가 한계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카이스트는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DNA를 그래핀 위에서 배열시키는 기술을 이용해 이 같은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 내용은 화학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 1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으며,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다. 연구팀은 실리콘 기판 위에 빛을 통해 회로를 그리는 광식각 패턴기술을 적용하던 반도체 회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체소재를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DNA는 2nm까지 정교한 미세패턴을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신소재로 주목받아 왔다고 김상욱 교수는 밝혔다.
연구팀은 ‘DNA사슬접기’라고 불리는 나노 구조제작 기술을 이용해 금속나노입자나 탄소나노튜브를 2nm까지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쉽게 말해 DNA물질을 이용해 2nm급 회로선폭의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실리카나 운모와 같이 전기가 흐르지 않는 특정한 소재의 기판 위에서만 패턴을 형성할 수 있어 반도체칩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김 교수팀은 다른 물질과 잘 달라붙지 않는 성질을 가진 그래핀을 화학적인 구조변경을 통해 표면에 다양한 물질을 선택적으로 흡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래핀은 원자수준에서 평탄하면서도 잘 휘거나 변형되는 고유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이 위에 DNA사슬접기를 이용해 회로를 그리면 기존에 불가능했던 잘 휘거나 접을 수 있는 형태의 DNA회로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상욱 교수는 실리콘 기판이 그래핀 소재라면 DNA는 회로를 그리는 패터닝 소재라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현재 이 기술은 원천기술단계로 직접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 교수는 또한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는 그래핀 소재 위에 2nm급 초미세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 이 기술은 나노반도체나 바이오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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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10nm급 공정을 구현하는 반도체 기술은 고분자 나노 패터닝 기술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는 인공물질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생체 내에 칩을 이식하는 것과 같은 기술에는 응용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DNA소재를 이용한 생체칩은 체내에 거부감 없이 칩을 삽입할 수 있어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