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 '제 살 깎아먹기' 언제까지

일반입력 :2012/01/09 15:43    수정: 2012/01/09 16:43

김희연 기자

지난해 각종 대형 보안 사고로 인해 국내 보안 시장이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꾸준히 지적되어 온 ‘제 살 깎아먹기’ 관행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 업계에서 저가 경쟁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문제점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6일 국내 정보보안 시장 매출규모가 1조4천억원을 돌파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보안업계는 수치상의 규모는 커졌을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 보안 투자 규모가 워낙 작았고, 업계 상황도 열악하기 때문에 갈 길을 멀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제는 보안 시장 생태계 개선을 통해 원천적인 시장 확대가 이뤄져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안업계, ‘제 살 깎아먹기’ vs ‘어쩔 수 없는 선택’

관련업계는 이러한 저가 경쟁 방식은 불가피한 점도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피투성이 싸움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몇몇 보안업체들은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무료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반적으로 경쟁 업체와 가격수준을 맞춰 공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일부 후발주자 역시 시장 선점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넘게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라며 “지난해 연이은 보안 사고로 인해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사회적인 보안인식 부재와 낮은 솔루션 가격 책정까지 산업자체가 활성화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고객들, 저가 솔루션 당연한 줄 아는 것도 문제”

관련업계는 고객이 성능보다 가격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보안 강화 보다는 보안 솔루션을 도입했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는 인식 부재가 가져온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질적인 노력을 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여전히 이러한 면피성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식의 부재는 물론이고 담당자가 솔루션의 기능적인 차이점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면서 “결국 고객 입장에서는 동일 솔루션 중 당연히 낮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부터 본격 활성화되기 시작한 모바일단말관리(MDM) 시장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로 MDM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관련업체들은 너도나도 MDM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오피스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장에 출시되는 MDM솔루션 수도 증가 추세다.

한 MDM솔루션 보안업체 관계자는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영업을 진행해 선순환구조를 낳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라며 “초기 시장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되면 향후에도 MDM 솔루션 시장 확대가 어려운 것은 물론 계속해서 제 값을 받을 수도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가공급을 통한 솔루션 보급률을 높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지만,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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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MDM 솔루션 시장의 후발주자로 나선 한 보안업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장선점을 통해 많은 레퍼런스를 확보해야만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기 때문에 많은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 악순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가정책으로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실질적인 보안조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보안에 허점이 여실히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생을 위해서는 업계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