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해를 맞으며 인터넷 익스플로러(IE) 6 버전에 이별을 고했다. 미국내 시장 점유율이 1%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자사 브라우저 점유율이 미미한 수치로 떨어진 점을 고무적으로 여기는 뉘앙스다.
MS는 3일(현지시각) 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스 통계를 인용해 미국내 IE6 사용 비중이 0.9%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더불어 IE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굿바이 IE6'이라 적은 케이크를 만들고 이를 사진에 담아 올렸다.
회사가 IE6 점유율 하락을 환영하는 이유는 해당 브라우저가 현재 낡은 시대의 상징처럼 남아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과거 윈도XP 운용체계(OS)와 함께 등장해 10년 이상 업계를 주름잡아 왔지만 그만큼 많은 비판에 시달려오기도 했다. 표준 웹기술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데다가 액티브X 기반 부가기능이 한창 유행하면서 많은 보안상 취약점을 노출해왔기 때문이다.
구글을 포함해 국내외 포털사와 주요 웹서비스 업체들은 최근 몇년간 IE6 퇴출에 속도를 냈다. 사용자들에게 새로 나온 브라우저를 써달라며 목소리를 내는 활동에 MS도 나서서 힘을 실었다. MS가 각 나라별 IE6 점유율을 조사해 제공하는 'IE6 카운트다운' 사이트가 단적인 예다. 미국 IE6 점유율 1%도 이런 노력의 결과로 풀이된다.
■사용자-서비스업체엔 희소식
전세계 IE6 점유율은 7.7%다. 미국(0.9%)과 서유럽, 러시아(2.1%), 호주(1.4%), 남아프리카(2.7%) 지역은 3% 미만인 반면 한국(7.2%), 일본(5.9%), 중국(25.2%), 베트남(5.5%), 인도(5.4%) 등이 5%를 웃돌아 비교적 높다.
MS IE 마케팅 담당자 로저 카프리오티는 IE6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게 그만큼 더 많은 개발자와 IT전문가들이 낡은 브라우저를 지원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활동에 우선순위를 낮게 잡을 수 있다는 뜻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보도한 미국 지디넷의 블로거 래리 디그넌은 마치 '페인트가 마르듯' 천천히 죽어가는 IE6가 어떻게 이토록 오래 살아남았는지 묻는 게 더 유익할 것이라며 이 변화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평했다.
MS는 전통적으로 기업 사용자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 전략을 펼쳐왔다. 그래서 새로 등장을 예고한 IE10 버전이나 현존하는 IE9 브라우저에 담길 개발 전략이 기존 접근방식을 크게 이탈할 것이라 보긴 어렵다. 일반사용자들에 인기가 높은 구글 크롬의 특성인 '잦은 업그레이드'가 기업시장에선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다.
■IE6 퇴출이 일반 기업에 던지는 메시지
디그넌은 IE6 브라우저가 시장에서 사그러지는 배경에 ▲매우 천천히 움직이는 기업 성향이 반영돼 있으며 ▲특정 기술을 한 번 도입시 잘 바꿀 수 없는 IT 환경 ▲일반적으로 간단한 변화도 거부하는 기업 실무 환경, 3가지를 꼽았다.
첫번째 배경은 IE6이 기업 안에서 윈도XP와 함께 표준 업무시스템으로 묶여 통용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대다수 기업은 웹표준의 가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덕분에 최신 브라우저 이용에 대한 요구가 희박하하다. OS 역시 하드웨어가 마르고닳도록 쓰는 게 보통이라 새 브라우저를 품은 OS를 쓰는 업그레이드 주기도 좀처럼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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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배경은 한정된 IT예산으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려다 보니 외부 기술 변화에 민감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사용자 환경을 IE6 기반으로 짜넣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유지하려면 정상 작동을 보장하지 않는 새 브라우저를 신중하게 도입할 수밖에 없다. MS가 브라우저 업그레이드 주기를 굼뜨게 유지해온 까닭이다.
세번째 배경은 실제 업무 환경에서 사람들이 이미 적응한 대상을 바꾸는데 인색한 성향을 반영한다. MS까지 나서서 IE6 퇴출 캠페인을 벌이게 된 배경은 역설적으로 사용자들이 그만큼 보수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주 사용 브라우저를 바꾸는 일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