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 패딩처럼? 고딩 필수품 앱 떴다

일반입력 :2012/01/04 10:54    수정: 2012/01/04 14:46

전하나 기자

‘고딩’들 사이에 노스페이스 패딩만큼이나 필수품으로 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피펫(Pipet)’얘기다.

피펫은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저자들이 직접 저술한 수능 참고서 ‘참깨’의 아이폰·아이팟용 앱이다.

해당 앱에는 최근 5개년 수능 기출 문제와 수리, 사회탐구, 과학탐구 3개 영역의 방대한 콘텐츠가 담겨 있다. 참고서로 치면 총 26권 분량이다.

그림과 도표, 스티커 등이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적용됐다. 친구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 참고서 저자들의 멘토링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문제를 나열한 다른 앱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됐다. 게다가 이 모든 게 ‘공짜’다.

이 앱을 만든 넥스트스토리 임영주 대표는 “서비스 대상이 소비 경험이 부족한 고등학생인데 결제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무료로 콘텐츠를 내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때문에 현재로선 수익모델은 트래픽과 신간 도서, 사립대학 등을 홍보하는 모바일 광고가 전부다. 대신 그는 “학생들을 양질의 콘텐츠로 쥐고 플랫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전략은 통했다. 명문대 선배들의 입시 노하우와 만점 비결을 ‘깨알같이’ 모았더니 저절로 입소문을 탔다. 지난 8월 첫 선을 보인 피펫은 현재 다운로드 3만건에 달한다. 스마트 기기를 가진 고등학생 비율을 추정해볼 때 결코 적지 않은 수다. 하루 평균 순방문자수(UV)는 5천~7천 사이를 오간다.

최근에는 우수 사회적 기업이자 입시생들의 대표적 인터넷 커뮤니티 ‘공신닷컴’과 MOU를 맺는 성과도 거뒀다. 향후 피펫에 공신닷컴에 올라가는 칼럼 등을 정기적으로 노출시킨다는 전략이다. 몇몇 스타 강사들과 동영상 강의를 제휴하는 안도 논의 중이다.

피펫을 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용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생각이다.

임 대표가 법인을 세운 것은 2009년이다. 그는 그 해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쉽지 않은 분야에서의 창업이었다. 대형 교육업체들도 모바일 이러닝에 진출하고 있지만 동영상 서비스가 대부분이고 e북 형식의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실질적인 구매력을 생각하면 입시 시장보다 성인 영어나 유아용 시장을 타깃으로 했어야 마땅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하고 싶었다”며 “지금 이 시장에서 모바일 패러다임으로 가장 먼저 넘어왔다는 것에 자부심 느낀다”고 했다.

그는 또 “모바일 러닝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디지털 기기를 들고 다니며 과연 공부가 되겠어?’라는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은 편견이 많이 극복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기 전, PMP시장을 통해 선학습한 결과다. 지금은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철수하는 바람에 넥스트스토리도 관련 사업을 접었지만 초기에는 콘텐츠가 한달에 수백개씩 팔렸다. 매스마케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앱 다운로드가 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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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스토리는 설립 당시 4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3명으로 불어났다. 그간 자금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회사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용역’도 뛰었지만 최근 인터넷 쇼핑몰 ‘기프트코치’ 등 신규 사업도 론칭하며 수익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중 아이패드용 피펫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과거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교육이 불었던 것처럼 패러다임은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 오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이 분야의 1등이 되기 전 적당히 ‘출구(exit)’를 찾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신념과 비전이라면 조만간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는 일도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