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천사’ 아이엔젤, 감성을 터치하다

이주환 소프트맥스 콘텐츠사업부장

일반입력 :2012/01/03 10:35    수정: 2012/01/03 10:59

정윤희 기자

소프트맥스가 다시 한 번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에서다. ‘창세기전’ 시리즈으로 과거 PC, 콘솔 게임을 풍미했다면, 이제는 모바일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을 시도 중이다.

‘아이엔젤’은 소프트맥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용 증강현실 게임이다. 쉽게 말하면 스마트폰에서 나만의 천사를 키우는 식이다. 스마트폰 속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천사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아이엔젤’을 기획한 소프트맥스 콘텐츠사업본부 이주환 부장을 만났다. 그는 아이엔젤에 대해 ‘운명’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작품을 내놓기 까지 사람, 엔진, 기술, 심지어 하드웨어까지 운이 맞아들었다는 회상이다.

“사실 아이엔젤은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에요. 프로젝트 자체도 생각지도 못하게 결정됐고요. 증강기술, 아이폰4S, 게임엔진까지…지금은 아이엔젤이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의 삶을 끌고 나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이엔젤’ 천사는 주변에 있는 엽서를 모아 가져오고 내가 보내는 엽서를 전달한다. ‘엽서’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 위치 주변의 사람들과 무작위로 관계를 맺는 셈이다. 다만 일반적인 게임 배경이 아닌 현실세상을 배경으로 해 사실성을 더했다. 증강현실에 위치기반(LBS) 기술을 결합한 결과다.

이 부장은 오픈된 공간 보다는 이렇듯 천사라는 일종의 아바타를 앞세운 관계가 동양인에게는 더욱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사실 가벼운 글을 쓰고 싶을 때도 있고, 진지한 글을 쓰고 싶을 때도 있는데 현재의 SNS에서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가면무도회예요. 자기 아바타 뒤에 자기를 어느 정도 감추는 거죠. 이것이 자기를 완전히 오픈하고 비난 받는데 익숙지 않은 동양 문화권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아이엔젤이 현대인의 고독을 조금이라도 치유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이용자 반응도 좋았다. 지난해 12월 셋째주 주말에 출시된 후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앱스토어 전체 순위가 30위 내까지 쭉쭉 올라갔다. 오히려 ‘성급하게 굴지 말자’는 마음을 가졌던 개발사인 소프트맥스가 다소 놀랐다는 후문이다.

현재 ‘아이엔젤’의 주 사용자는 여성이다. 이 부장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아기자기한 천사 캐릭터 덕분인지 빨간 엽서가 많이 오간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활성화된 천사는 2만명을 넘어섰고, 하루에 오가는 엽서만도 1만4~5천통 수준이다.

“고양이나 개를 키우는 여성들이 카페에 모여서 수다 떠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해보면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게임성은 약하고 소셜성이 강합니다. 서울 코믹월드에 참가해 화보집을 나눠주는 마케팅을 했을 때도 여성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이용자들이 느끼는 애정도 상당하다. ‘아이엔젤’ 공식 카페에는 천사를 직접 키우는 과정에서의 애정 어린 사연, 세이브파일이 날아갔을 때의 가슴 아픈 사연 등이 속속 등록되고 있다. 이 부장은 심지어 발생한 버그에 대한 항의가 들어왔을 때도 ‘아이엔젤’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아이엔젤’을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것은 ‘증강가상’이다. 네이버 웹툰 ‘콘스탄쯔 이야기’에서 인용한 ‘증가가상’이라는 개념은 현실과 가상을 혼합했다는 점에서 증강현실과 같다. 다만 증강현실은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의 개념을 올렸다면 증강가상은 반대로 가상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 다르다.

‘아이엔젤’은 이용자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진화 중이다. 하루라도 빨리 버그를 수정하고 기능을 개선하려다 보니 연말연시도 없다. 최근에는 카메라로 인한 배터리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메라를 끈 버전을 테스트하고 있다.

향후에는 ‘검은 천사’라는 새로운 캐릭터 6마리가 추가되고 미니게임도 넣는다. 엽서만으로는 다소 심심해질 수 있는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적절한 보상을 주기 위해서다. 이 부장은 “게임 내에서 모아야 하는 보석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인터뷰 내내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없으면 소용없다는 말이다. ‘아이엔젤’의 경우도 콘텐츠 콜라보레이션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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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콘텐츠의 보고로 웹툰을 꼽았다. 1인 창작물로서 최대한 창작의 자유를 보장 받는다는 것이 이유다. 소프트맥스에서는 올해 네이버 웹툰 ‘와라 편의점’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용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프트맥스는 스토리나 캐릭터성을 잘 살려내는 회사입니다. ‘아이엔젤’만 봐도 그렇죠. 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년에는 좀 더 캐릭터성, 콘텐츠성이 강한 N스크린 디바이스 비즈니스 쪽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