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결산]반도체, 모바일 큰 흐름속에서 성장 낚다

일반입력 :2011/12/30 12:24    수정: 2011/12/30 12:26

송주영 기자

올 한해 한국 반도체업계의 큰 흐름은 ‘새로운 성장 동력 장착’이란 말로 요약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양대산맥의 흐름은 이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개척했던 시스템LSI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반도체 분야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점, 그리고 하이닉스가 10년만에 SK라는 새 주인을 만나면서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점이 이 흐름을 보여준다.

양사의 성장 동력 트렌드 속에는 모바일이라는 세계 IT업계의 큰 흐름이 놓여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하며 AP가 속해 있는 시스템LSI부문이 매출, 영업이익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또다른 큰 이슈인 하이닉스의 SK텔레콤 인수도 모바일산업 성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이 그룹 차원의 새 성장동력으로 반도체를 선택한 것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것이다.

통신업체인 SK텔레콤이야 말로 모바일의 성장성,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가장 잘 인지할 수 있는 업체로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소 팹리스 업계에게는 희비가 엇갈린 해였다.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이 시장 호황을 타고 방긋 웃었던 반면 LCD 분야 반도체 업체는 업황 부진에 따라 우울한 해를 맞았다. 이 가운데 팹리스 업체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매출 다변화 노력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시스템LSI・D램 ‘비상’

삼성전자 반도체에게 올해는 모바일 바람을 타고 그야말로 비상한 '최고의 해'였다. 시스템LSI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증권사 추정치 기준 반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지난해 25%에서 올해는 40%로 늘어날 전망이다.

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D램 시장 독식의 문을 연 해이기도하다. D램 가격 급락 속에 유일하게 3분기 흑자를 낸 D램 업체로 이 시기 45%로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 D램 점유율이 32%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시장에서 삼성의 지배력이 단기간에 얼마나 향상됐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실적보고서를 통해 시스템LSI 올해 매출액이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총 매출액은 지난해 27조6천400억원 대비 27조2천1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시스템LSI에서는 6조9천130억원 대비 증가한 11조2천530억원이 예상됐다. 시스템LSI 영업이익은 더 큰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5천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3배로 늘어 1조6천80억원에 제시됐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브랜드로 대변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힘이 컸다.

올해는 스마트폰 시장의 부각 속에 삼성전자, 애플 모두 선전한 한해였다. 애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올해 모바일 혁명 속에 실적 호조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AP도 스마트폰의 수혜를 입어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때 시스템LSI에서 AP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시스템LSI와는 달리 메모리 분야는 실적보다는 점유율로 말했다. 3분기 아이서플라이는 삼성전자가 D램 시장 분기 점유율 45%를 달성하며 이 시장이 삼성의 시대를 맞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4분기에는 점유율이 5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 D램 2개 중 1개는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시장에서만큼은 삼성전자가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골든 프라이스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새해에도 반도체 시장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내년 반도체 투자규모는 14조원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바짝 추격하고 있는 낸드플래시는 중국 공장 투자를 통해 최소 4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SK 인수 후 새해가 기대되는 하이닉스

올해를 불과 한 달 여 앞둔 지난달 하이닉스에게도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수년 동안 계속됐던 채권단의 하이닉스 주인 찾기가 마침내 성과를 내는 순간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4일 하이닉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텔레콤은 우선협상자 선정 후 불과 3일만에 발 빠르게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주인 없는 설움 속에 투자 확대에 목말랐다. 매년 3조 수준의 투자를 하기는 했지만 메모리 시장의 변화 속에 D램,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답보 상태다. 특히 낸드플래시에서는 한때 하이닉스가 20% 근접한 수준까지 점유율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10% 초반대에 머무르며 마이크론과 3, 4위 경쟁을 벌였다.

SK텔레콤이 통신, 모바일 업체라는 점에서 향후 모바일 시대에 더욱 기대되는 낸드플래시, 시스템LSI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방문도 향후 SK텔레콤 인수 후의 하이닉스 밝은 앞날에 대한 기대에 힘을 보탰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이천 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SK그룹의 30년전 반도체 사업 진출 모색을 언급하며 “대규모 투자 결정이 적기에 내려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으며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회장이 직접 챙기겠다”고도 했다.

새해 SK 인수 후 하이닉스 대규모 투자설도 솔솔 나오며 향후 하이닉스에게 밝은 빛이 비치고 있다.

■팹리스, 스마트폰·LCD TV에 울고 웃고

올해 팹리스 업계는 스마트폰의 호황과 액정디스플레이(LCD) TV의 수요증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중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한계로 지적되는 국내 대기업에 일부 칩을 공급하는데 편중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매출 다변화를 모색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2007년 이후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은 이전 세대인 피처폰에 사용되는 카메라용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 코덱칩, 멀티미디어처리용 칩 (AP)등을 공급하던 국내 팹리스 기업들에게는 위기로 작용했다.

엠텍비젼·코아로직 등은 피처폰에 사용되는 ISP·AP 등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주요 스마트폰용 AP 제조사인 애플·퀄컴·TI에 이어 삼성도 ISP·코텍칩 등을 통합한 칩셋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고전했다. 이들 기업은 매출 다변화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코아로직은 2008년 이후 2년 6개월만인 지난 2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3분기에는 약 157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대비 229% 성장을 기록했다. 코아로직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은 완전히 접고, 블랙박스와 모바일TV에 탑재되는 AP인 제이드, 루시, 팔코 등에 집중하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까지 적자를 기록했던 엠텍비젼은 지난 19일 판교 사옥 이전을 마무리 하고, 내년부터 800만 화소 카메라시그널프로세서(CSP)를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하면서 근거리무선통신(NFC)칩 분야에서도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매출 기준 팹리스 1위 기업인 실리콘웍스는 기존 주력제품이던 노트북용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 분야 이외에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진출에 활발하다. 이달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시스템IC2015)의 자동차 제어부문 칩 개발 주관사로 선정된 이 기업은 그동안 인피니언·프리스케일·르네사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던 자동차 제동장치용 기능통합 시스템반도체(SoC)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국내 보다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은 실리콘마이터스는 LCD TV용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PMIC)에 집중하던 데서 내년부터 스마트폰용 PMIC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팹리스 기업 중 메모리 부문에서 선전한 피델릭스는 일본 기업에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에 사용되는 노어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성장했다.

피델릭스 측은 “일본 르네사스와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초고속메모리 공동개발을 진행해 지난 9월 르네사스로부터 첫 수주를 받았다”며 “내년에는 노어플래시메모리와 PS램 생산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한 칩을 고객사에게 공급하는 곳에서 매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델릭스는 지난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06% 성장한 2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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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기업은 대형 디스플레이용 타이밍컨트롤러(티콘)를 제조하는 아나패스다. 이 기업은 티콘과 드라이버IC를 서로 연결하는 고속 인터페이스 기술인 AiPI를 지난 2008년부터 국내 대기업과 공동개발했다. 배준우 아나패스 마케팅 담당 이사는 “TI가 2000년대 중반까지 주도했던 미니LVDS라는 기술표준을 AiPi가 대체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팹리스 업계는 피델릭스·에프씨아이·코아로직·엘디티 등의 기업이 전년동기 대비 200%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팹리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전자산업계 시황에 워낙 변수가 많은 탓에 외형 성장의 기쁨보다도 앞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