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 시장은 내년이면 스무살, 어엿한 성년이 된다. 긴 맹아기를 지나 이제 꽃 피울 준비에 한창인 셈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산 전자책 시장 규모는 약 1천600억원. 단행본 시장 규모만 살펴도 5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엔 사람들이 전자책이 뭐야?라고 의아해 했다면, 올해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 전자책을 직접 구매하기 시작했다.
콘텐츠도 종류도 크게 늘었다. 한국전자출판협회는 올해 출판된 전자책이 5만여 종에 이른다고 밝혔다. `나는 꼼수다` `스티브 잡스` 등 종이책 베스트셀러 중 일부도 이미 전자책으로 절찬리 판매 중이다.
시장이 태동하자 참여자도 늘었다. 신세계아이앤씨, LG유플러스, 네이버 등 유통사, 통신사, 포털 분야의 대기업들이 모두 올해 전자책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전자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출판사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문학동네, 민음사, 창작과 비평사, 위즈덤하우스, 웅진씽크빅 등 국내 주요 출판사들이 모두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간 전자책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콘텐츠 부족` 문제도 조금씩 해결되는 분위기다.
■전자책을 잡아라 대기업 진출 급물살
전자책 시장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대기업 진출이 잇따랐다. KT 올레이북, SK플래닛에 이어 LG유플러스가 전자책 사업을 시작했다. 네이버 등 포털 사업자들도 만화책을 위주로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세계아이앤씨는 내년 2월 개장을 목표로 현재 사내에서 전자책 플랫폼을 실험 운영 중이다.
대기업 참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성장으로 급부상한 디지털 생태계의 역할이 컸다. 아마존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단말기를 하나로 융합한 모델을 선보이며 국내 대기업들도 신시장 육성에 적극 나섰다.먼저 사업을 시작한 곳에선 유의미한 매출도 내고 있다. T스토어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올해 전자책 부문서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교보문고의 경우 지난해 대비 전자책 매출이 8배 가량 올랐으며, 예스24도 6배나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 애플리케이션인 `리더스 허브`에 전자책 상점인 `딜라이트북스`를 추가했다. 동영상, 음악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전자책을 직접 판매한다.
글로벌 업체들도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퀄컴은 지난달 교보문고와 손잡고 자사 컬러 전자책 디스플레이인 ‘미라솔’을 국내서 선보였다. 아마존과 구글 등 세계 최대 전자책 업체들 역시 국내 출판·유통사들과 회담을 가지며 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1인 출판 약진·출판사 참여 증대
12월 현재 국내서 영업중인 출판사는 3만6천여개다. 주요 출판사 1천500개를 제외한 신생업체는 대부분 1인 창업인 경우가 많다. 이중 다수는 전자책을 전문으로 한다. 작가, 종이책 편집자 등 전문가들도 1인 출판사 열풍에 동참했다.
업계는 이같은 1인 출판사의 증가가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출판 시장에서 종이책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장됐던 도서 비율이 95%를 차지했던 만큼, 향후 더 다양한 콘텐츠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인 출판사들이 전자책을 쉽게 낼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크게 성장했다. 유페이퍼나 북씨, 바로북 등 전자책 시장서 잔뼈가 굵은 중소 플랫폼·유통 업체들은 올해 4~10배까지 매출을 키웠다.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앱북' 판매도 늘었다.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총수가 쓴 '닥치고 정치'는 앱북으로 출간돼 3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 외에 '보수를 팝니다' '나는 꼼수다-뒷담화'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등 베스트셀러들은 유료 앱북임에도 꾸준한 판매호조를 보였다.
출판사들도 올해 전자책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해외 도서 비중이 큰 단행본 시장에서 출판사들은 전자책 출간을 위한 2차 전송권 확보와 콘텐츠 발굴에 노력 중이다. 문학동네는 북큐브네트웍스와 손잡고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을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위즈덤하우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디지털 문학상을 마련, 수상작을 전자책으로 발간한다.
한국출판콘텐츠(KPC) 정남수 본부장은 출판사들이 지난해보다 많이 호의적이 됐다며 올해는 내년을 대비해서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는 주요 출판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 어떤 지원 필요하나?
전문가들은 내년 전자책 시장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콘텐츠 제작과 발굴, 판매에 대한 지원을 꼽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가 올해 2천500만대 가량 보급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수요가 폭발한 만큼, 이에 맞는 콘텐츠 확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먼저 1인 출판에 대한 지원문제가 지적됐다. 혼자 책을 쓰고, 전자 문서로 변화해 출판, 유통까지 해야하는 만큼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주시설, 공용시설, 제작이나 마케팅 및 재무회계에 대한 컨설팅, 창업 자금 등이 주요 지원 항목으로 언급됐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새로 생겨나는 1인 출판사에도 체계적인 도움을 주어 더 많은 콘텐츠가 양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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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을 개척해야할 필요성도 제기 됐다. 종이책 시장에선 국내 저작물의 해외 진출이 저조했지만, 전자책은 물리적 한계가 적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번역과 마케팅 등 필요한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장기영 국장은 올해부터 한글로 된 전자책 콘텐츠가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에 수출되고 있고 내년에는 그 폭이 더 커질 것일며 글로벌 시장은 내수시장의 40배 정도 더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