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만 "PC 2위 레노버, 지금부터 시작이다"

일반입력 :2011/12/20 09:44    수정: 2011/12/21 10:50

올해 PC시장서 레노버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 2005년 IBM에서 PC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버는 올해 3분기 델을 제치고 HP에 이어 세계 PC 2위 업체로 올라섰다.

PC 1위 HP 퍼스널시스템그룹(PSG) 매각설이 떠오를 때도 가장 강력한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최근 일본 NEC와 합작 벤처를 만들었고 독일 PC업체 메디온을 인수해 일본과 유럽 시장서 파이를 늘렸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를 PC로 포함하면 애플이 세계 최고 PC업체라고 이를 만큼 모바일 기기가 강세를 보이는 터라 레노버의 급성장이 더욱 주목된다. 올해 들어 모바일 기기도 선보였지만 레노버 전체 매출에 비하면 미약하다. 둔화된 PC 시장 성장 속도에 불구하고 레노버는 주종목인 PC로 큰 힘을 얻었다.

이를 두고 박치만 한국레노버 사장은 지킬 것은 지키고, 공략할 부분은 더욱 거세게 공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시장 잠재력에 따라 본사 방침인 프로텍트 앤 어택(protect & attack) 전략이 주효했어요. 신흥 시장과 성숙 시장을 나눠 서로 다른 공략 방식을 고수했고, 제품별로 가격 포지셔닝을 설정해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습니다.

이를 통해 레노버는 시장 평균보다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레노버는 지난 9월까지 8분기 연속으로 상위 4개 PC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했으며, 업계 전체 평균보다 7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또 10분기 연속으로 업계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미 예고됐던 일, 성장 잠재력 충분했다

빅블루 IBM보다 레노버의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주력 제품인 씽크패드보다 그간 넷북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판매에 치중했던 아이디어패드 인지도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중국 업체라는 이유도 브랜드 이미지를 낮췄다. 이를 두고 박치만 사장은 “다른 PC 제조사들도 중국에서 생산하는데 본사가 중국이란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며 지금의 성장세를 이루기가 쉽지는 않았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레노버가 PC 사업부를 인수할 당시 씽크패드를 개발한 야마토 연구소나 랠리 연구소 인원은 그대로 남아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연구개발 부분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결합돼 새로운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했다.

레노버의 성장은 예고됐던 일입니다. 연구 개발에 막대한 힘을 기울였어요.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이후에 특허는 25% 가량 늘었습니다.

연구 개발의 결과를 두고 박 사장은 씽크패드 X1을 예로 들었다. 신뢰성이 우선 사항인 기업용 PC 시장에서도 디자인까지 고려한다는 것이다.

세월이 가니 사용자 취향도 바뀌었어요, 스티브 잡스가 고객의 취향을 바꿔놓았습니다. 예전에는 제품 성능이나 내구성만 집중하면 됐는데 고객들이 디자인을 신경 쓰니 이를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가야만 했어요.

시장별 전략인 프로텍트 앤 어택이 제품에도 맞아들어 성능, 내구성은 지키면서도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으로 계속 변해왔다는 설명이다. 빨콩과 힌지 등 전통적인 씽크패드 이미지는 지키면서 시장 트렌드를 쫓아간 노트북이 X1이란 것.

꾸준한 연구 개발에 힘입어 중국 PC 시장의 급성장도 레노버가 2위 업체에 오르는데 한몫했다. 중국은 인도, 러시아, 브라질과 더불어 레노버가 집중하는 대표적인 신흥시장이다. 중국의 PC 시장 성장률은 14%. 이 가운데 레노버는 23%나 성장했다. 크는 시장에서 더 크게 성장한 것이다.

아시아 PC 시장 성장 속도는 연간 14.7%에요, 반면 레노버는 연간 45% 성장했습니다. 국내는 시장 자체로만 본다면 성숙 시장이지만 성장 속도로만 본다면 꾸준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시기가 왔다… 신사업 주목

PC 시장 2위에 오른 레노버의 목표는 단연 선두 업체다. 5년 내에 개인용 PC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본사 방침이다. PC 시장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모바일 기기가 득세하는 시절이 됐다고 하더라도 PC는 죽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치만 사장은 태블릿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제품이라면, PC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도구 가운데 가장 강력한 폼팩터라고 말했다. PC는 여전히 수익성이 있는 산업이며 성공할 여지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박치만 사장은 이같이 설명하면서 때가 왔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시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타이밍이 왔다는 것이다. 이는 PC 사업뿐 아니라 신사업이 빛을 낼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표현이다.

레노버는 올 1월 태블릿,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 TV,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홈과 같은 제품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모바일 인터넷 디지털 홈 그룹(MIDH)'를 신설했다. 기존 PC 시장이 모바일 영역과 교차하는 컨버전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용자끼리 혹은 사용자와 웹콘텐츠가 연결될 수 있는 제품,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조합으로 컨버전스에 집중할 겁니다. 모바일 인터넷, 디지털 홈,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신흥 기술에서도 기회를 찾을 계획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PC 시장에 주력하며 IT 기기 전반에 걸친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된 제품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윈도7을 탑재한 태블릿이 그 결과물이다. 레노버 태블릿 3종은 일반 소비자, 기업 시장을 모두 노리고 있다.

관련기사

요즘 레노버는 스마트폰과 스마트 TV까지 바라보고 있다. 신제품을 넘어서 신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생겼다.

다음달 열리는 CES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 레노버 로드맵에 있는 놀랄만한 다양한 제품들이 공개됩니다. 더 크게 성장할 때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