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출구전략’ 필요하다?

일반입력 :2011/12/18 12:59    수정: 2011/12/18 13:26

정현정 기자

지난 2005년 12월 ‘손안의 TV’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태어난 지상파DMB가 출범 6주년 만에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퇴물 신세로 전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6개 지상파DMB 사업자에 대한 재허가를 의결했다. 심사결과 KBS, MBC, SBS, YTNDMB, 한국DMB, U1미디어 등 6개 사업자 모두 650점 이상을 획득해 재허가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불어나는 적자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영향으로 지상파DMB는 전파법에 명시된 최대 허가 유효기간인 5년도 챙기지 못했다.

지상파 계열 DMB는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누적 적자가 여전히 큰 규모다. 신규DMB 사업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YTN은 257억원, 한국DMB는 254억원, U1미디어는 260억원이 결손 상태다. 누적결손이나 자본금 잠식 회복 가능성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3월에도 지상파DMB를 놓고 방통위 상임위원들 간에 살생(殺生) 논란이 벌어졌다. 지상파DMB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다. 당시 방통위는 지상파DMB 활성화 방안으로 채널 유료화 방식을 포함해 신규수익모델 도입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과 규제 완화 검토, 기술개발 지원 등을 논의했지만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9개월 만에 이 논란은 살(殺) 쪽으로 기울었다. 논의 과정에서 상임위원들은 “사업자들의 누적결손이 심화되고 스마트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설자리를 잃은 지상파DMB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변한데는 몇 개월 새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방송서비스가 확산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각각 K플레이어, 푹(POOQ), 고릴라 등 스마트폰 N스크린 방송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 중이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지상파의 경우 푹이나 고릴라 등 실시간 애플리케이션 방송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수도권 DMB 사업권은 반납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4G LTE 시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사라지면서 지상파DMB가 다시 각광받을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실시간 방송 서비스의 망 부하를 대체할 수단으로 지상파DMB가 단순한 송출사업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용섭 위원은 “지상파DMB의 적자원인은 콘텐츠 때문”이라면서 “지상파DMB를 단순 송출사업자로 바꾸고 콘텐츠 제작 없이 송출 비용만 부담하도록 하면 적자도 줄일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 방송으로 인한 트래픽 부하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지상파DMB 업계는 울분을 토했다. 그 동안 지상파DMB 업계는 광고 이외에 별도 수익모델을 마련하고 새로운 모바일 방송 기술을 도입한 차세대DMB 방송 업그레이드를 위해 절치부심해왔다. 하지만 방통위가 제대로 된 활성화 방안은 내놓지 못한 채 대뜸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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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DMB 업계 관계자는 “정작 사업자들은 M&A 등 출구전략은 꿈에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정부차원의 지원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책임하게 출구전략만을 얘기하는 것은, 애를 낳아놓고 부모로서 역할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다른 아이로 바꾸자는 것과 똑같은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재허가가 의결된 6개 사업자는 허가 유효기간인 오는 31일까지 사업자별로 수신환경개선, DMB용 별도 재난방송 실시, 경영개선 방안 등에 대한 이행각서를 마련해 제출하고 허가증을 교부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