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윈도 복제하면 곧장 형사처벌?

SW저작권 '비친고죄' 단서조항

일반입력 :2011/12/02 11:18    수정: 2011/12/03 09:40

검찰 같은 수사기관이 윈도, 포토샵, 한글같은 프로그램을 정품으로 쓰지 않았다는 혐의로 자신이나 직장에 공소를 제기한다면?

새해부터 불법복제 소프트웨어(SW)를 쓰는거나 유포하는 이들이 적발될 경우 SW저작권자와의 합의 없이 형사처벌될 여지가 늘었다. 내년 발효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내용에 따라 저작권 침해를 '비친고죄'로 다루는 단서조항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4조 1항에 따르면 SW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저작권법 보호 대상으로 명시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신고를 받아 공소 수사 및 처벌을 하게 되는 친고죄다. 즉 현행법 상으로는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자를 형사 처벌할지, 합의할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새해부터 FTA가 발효되면 SW불법복제 사용은 비친고죄로 바뀌게 된다.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고도 공소할 수 있게 됐다. 저작권법에 비친고죄 단서조항이 늘어났다는 것은 기존 저작권 침해 사례 가운데 검사의 직권 공소를 통한 형사처벌 대상이 확대된다는 얘기다.

한미FTA 이행법안에 따라 달라질 저작권법 개정안을 보면 140조1항 비친고죄 단서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난다.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공소 가능한 경우가 영리를 위해 (그리고) 상습적으로 침해한 경우에서 영리(를 위해) 또는 상습적으로 침해한 경우로 바뀌어 발효될 예정이다.

즉 저작권법이 '영리성'과 '상습성'이라는 2가지 조건을 모두 채워야 어떤 저작권 침해 행위를 비친고죄로 다룰 수 있었는데 내년부터 2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만 들어맞아도 비친고죄로 다뤄진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영리성과 상습성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을 실제 법이 시행된 이후 판례가 있어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실제 개정된 법안이 발효된 이후 법원 해석에 따라 SW 저작권 침해 행위를 적발당한 개인, 단체가 권리자와 합의하는 것과 별개로 피소될 가능성이 생긴다.

개인이나 단체가 윈도, 포토샵, 한글같은 데스크톱SW를 불법복제 사용 또는 유포한 행위를 수사기관에 적발당하면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어도비, 한글과컴퓨터 등이나 권리 대행자에게 합의금을 내거나 손해를 배상하려는 것만으로 사건을 매듭짓기 어려워지게 된다는 의미다.

■패키지 SW시장에 '악재'

여기서 일반 콘텐츠 저작물과 SW 저작물의 권리자간 희비도 엇갈린다. 일반 콘텐츠 저작물과 SW 저작물을 이용하는 시장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콘텐츠 저작물은 특수한 목적이나 용도로 나오는 게 아니라 대중적인 이용자 다수를 대상으로 창작, 제공된다. 저작권이 언제 어떻게 침해되는지 일일이 추적, 고소할 수 없다는 게 저작권자의 고민이었다. 한미FTA이행법안대로 저작권법이 바뀐다면, 일반인도 스스로 수사기관의 공소 대상이 될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콘텐츠 저작권 침해행위를 그만둘 생각을 품게될 수 있다. 저작권법상 비친고죄 단서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는 취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정은영 사무관은 저작권법은 창작 활동과 정당한 저작권 이용문화를 장려하는 사회적 장치라며 이를 침해하면 저작권자에게 주는 피해와 별개로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사회적 권리 또한 침해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어떤 SW 저작물은 특수한 목적과 분야에 도입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사진과 동영상 편집 도구, 출판물이나 설계 디자인 SW, 프로그램 개발 도구, 사무용 SW, 컴퓨터 운용체계(OS) 등은 특정 직군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사용하는 환경은 해당 SW를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그리고 해당 SW를 쓰지 않았던 개인이나 단체는 향후에도 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SW저작권을 가진 개발사들의 입장에선 불법SW를 사용하는 이들을 적발해 형사처벌 하는 것보다 손해배상이나 합의금을 유도하고 정품 사용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 SW저작권자들은 이들을 잠재적인 시장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불법SW 혐의로 처벌되면 해당 개인, 사업장이 잠재적인 시장으로 포함될 기회가 사라진다. 궁극적으로 SW저작권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셈이다. 한국SW저작권협회(SPC)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회원사들 입장을 대변해왔다.

■SW산업 진흥과 저작권은 무관?

정 사무관은 지적한 문제는 부처 담당자와 (SPC 등) 관계 단체간 검토, 논의된 사안이라면서도 이번 저작권법 개정은 한미FTA 협정문상의 요구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업계 이해관계는 다른 차원에서 (추가 입법, 예외조항 논의 등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장 특수성을 갖고 이번 이행법안에서 SW저작권을 별도로 다루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현재 SW저작권은 국제협약인 '베른 조약'에 따라 일반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으로 묶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다. 국내 SW산업을 총괄한다고 여겨지는 지식경제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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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무관은 SW의 저작권 주무부서는 문화부이고 SW산업진흥은 지경부가 맡고 있다며 타부처가 개진해온 의견은 SW저작권 관련 정책에 반영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는 법령이 정한 직제에 따라 관할 업무과 나뉘어있는 것이기에 타부서 업무 내용과 방침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SW산업진흥과 SW저작권을 별개 부처가 관할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풀지 못한 가운데 향후 달라질 수 있는 이해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