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 아이나비는 왜 살아남았나?

일반입력 :2011/11/18 09:38    수정: 2011/11/18 12:18

봉성창 기자

“완전히 자기 무덤 파는거죠. 다같이 죽자는 것도 아니고… 분명 후회할 겁니다.”

1년 전 국내 선두 내비게이션 업체 팅크웨어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아이나비3D를 갤럭시 제품에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을 때 경쟁 업체 관계자 반응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와 경쟁을 위해 여러 콘텐츠 업체와 손을 잡았다. 그중에서도 팅크웨어의 아이나비3D는 강력한 차별화 콘텐츠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내비게이션 업계는 우려를 금치 못했다. 내비게이션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은 맵을 포함한 솔루션을 넘긴다면 누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쓰지 내비게이션을 사겠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운전자들은 여전히 전용 내비게이션 제품을 선호한다. 혹은 아예 자동차에 매립하는 제품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내비게이션으로 대체해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사용자들이 내비게이션이 자동차와 일체된 하나의 부품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거잭을 사용한 전원관리 측면에서 태블릿은 여전히 불편하다. 일회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자동차 앞유리에는 전용 내비게이션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무엇이든 다 되는 만능 스마트 기기가 각광받고 있는 요즘 MP3 플레이어나 PMP와 비교해 내비게이션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중에서도 팅크웨어의 지난 1년간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마트기기와 경쟁이 아닌 상생을 꾀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아이나비3D가 탑재된 스마트기기는 무려 1천만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제품에 제공되는 아이나비3D는 최초 1년은 무료지만 그 이후부터는 1년에 1~2만원 가량의 맵 업데이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잠재적인 시장 수요가 1천만대나 되는 셈이다.

게다가 내비게이션은 제품 특성상 무엇보다 조작이 어렵지 않아야 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번 익숙한 내비게이션을 계속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팅크웨어는 아이나비 제품에 한번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이후에도 같은 회사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바로 UX의 힘이다. 실제 국내 모바일 OS 중 iOS와 안드로이드 다음으로 많이 설치된 운영체제가 바로 아이나비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최근 팅크웨어는 안드로이드OS 기반 내비게이션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내비게이션의 편의성과 안드로이드OS의 확장성이 결합된 완전체다. 갤럭시 제품을 통해 한번이라도 아이나비3D를 써본 사람이라면 결국 이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함으로써 플랫폼으로 발전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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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를 고집하지 않은 팅크웨어는 결과적으로 지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경쟁 업체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린 결정이 지금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본다”며 “향후 아이나비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