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의 새로운 시대? '소니 DEV5'

일반입력 :2011/11/14 12:10    수정: 2011/11/14 13:03

지난 여름 소니가 새로운 개념의 광학기기 신제품을 깜짝 발표했다. 바로 디지털 3D 레코딩 쌍안경 DEV 시리즈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풀HD 3D 영상 촬영이 가능한 쌍안경이다.

두 개의 렌즈와 CMOS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3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것은 물론 정지 영상 촬영으로 디지털카메라 기능도 함께한다. 소니가 처음으로 선보인 3D 캠코더 'HDR-TD10'과 같은 방식이지만, 모양이 쌍안경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일반 캠코더처럼 옆으로 펼칠 수 있는 액정 창이 아닌 2개의 접안 렌즈를 통해 보고 촬영이 이뤄진다. 촬영 결과물도 접안렌즈에 눈을 대고 볼 수 있다. 접안렌즈는 각각 122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EVF)로 제작됐다.

무엇보다 이 제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쌍안경에 걸맞게 고배율 줌 기능을 지원해 멀리 내다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소니코리아는 이 제품을 63빌딩에서 국내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리뷰에 쓰인 DEV-5는 광학 10배줌까지 가능하다. 디지털 줌을 이용할 경우 최대 20배까지 멀리 있는 물체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실제 동작대교 북단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편인 반포대교 남단을 지나는 자동차가 화면 가득히 보이는 정도다. 이 구간의 거리는 약 1.27킬로미터다. 1천300미터 가량 떨어진 물체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몰래카메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농담 섞인 평을 듣기도 한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기능적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우선 최대 20배 줌 기능은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다. 이미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하이엔드급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36배줌까지 지원하는 제품이 있을 정도다. 또한 광학 10배줌 이후 디지털 줌 기능이 사용될 때 다소 화질이 저하된다. 물론 이 제품이 3D 촬영까지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아주 이해못할 현상은 아니다.

이밖에 손떨림 방지 기술인 광학식 스테디샷 모드를 지원하지만 안정적으로 촬영하기 힘들다. 어깨에 고정하는 견착식 캠코더와달리 눈에 제품을 대고 두 손을 들고 촬영해야 하는 방식 때문이다. 익숙치 않은 촬영 자세로 인해 안정적인 촬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또 고배율 줌으로 당겼을 때 작은 흔들림에도 피사체의 흔들림이 크다.

대신 이 제품 하단에는 삼각대로 고정할 수 있는 나사 구멍이 있다. 삼각대를 활용할 경우 흔들리지 않은 고배율 줌 풀HD 영상 및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단 이 경우 기동성이 떨어진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데 기동성은 중요한 요소다. 애당초 등산가나 스포츠 관람객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기동성을 고려할 때 무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구성 면에서 캠코더 2개를 합친 것과 같기 때문에 약 1.3킬로그램으로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스트랩과 휴대용 가방을 통해 손쉽게 들 수 있다. 휴대용 가방은 벨트나 베낭에 맬 수 있기 때문에 여행시 손쉽게 들 수 있다. 지난 13일 한강변에서 직접 사용하면서 자전거를 탔지만 크게 무리 없었다.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기능은 GPS 지원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영상 촬영 장소가 파일에 기록된다. 즉 등산 중에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면 어느 지역에 있는 산 어디쯤에서 찍었는지 알 수 있다. 가령 산봉우리 풍경을 많이 담았을 경우 비슷한 장면을 구별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GPS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하위 제품 DEV-3는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DEV-5가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만 미국 출시 가격이 2천달러라는 점에서 국내 판매가 219만원은 다소 저렴하게 출시됐다는 평가다. 소니의 풀HD 3D 캠코더 HDR-TD10 199만원과 비교해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특히 이 제품은 한 쌍의 엑스모어R 이면조사형(BSI) 센서와 F2.8~3.4 밝기를 지원하는 소니 G시리즈 렌즈를 탑재했다. 이미지 처리 엔진으로 2개의 비욘즈 프로세서도 장착됐다.

소니 G렌즈와 엑스모어 R 이미지센서의 힘은 야간 촬영시 느낄 수 있었다. 한강 건너편 여의도나 조명이 켜진 원효대교를 환히 찍을 수 있었다.

확장성도 뛰어난 편이다. HDMI, USB, AV 연결 등 외부 출력 방식이 다양하고, 저장 매체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SD 메모리 카드를 사용한다. 지향성 마이크와 같은 별도 액세서리를 통해 제품 기능을 보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음성 입력의 경우 좌우 스테레오 마이크와 돌비 스테레오 솔루션을 지원한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제품인 것은 분명하다.

아래는 13일 한강 난지공원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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