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분식회계 인정"…일파만파

일반입력 :2011/11/08 17:37    수정: 2011/11/08 17:42

일본 광학기기 전문업체 올림푸스가 기업 인수합병 자문료 지급을 둘러싼 분식회계 의혹을 인정했다. 과거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투자 손실을 숨겨온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최근 발생한 자국 내 최대 규모 회계 부정 사건으로 보고 있다.

8일 올림푸스는 도쿄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1990년대 발생한 증권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외부 자문 수수료 등을 과다 지불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밝혔다.

다카야마 슈이치 일본 올림푸스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결과를 인정하며 부적절한 처리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쿠카와 쯔요시 전 회장 겸 사장과 모리 히사시 부사장, 야마다 히데오 상근감사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모리 히사시 부사장은 8일자로 해임됐고, 야마다 히데오 감사는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야마 슈이치 사장은 이 3명에 대해 형사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푸스는 2008년 영국 의료기기 업체 자이러스 인수 당시 지급했던 과도한 수수료와 2006년~2008년 사이 중소업체 3곳을 인수한 자금 등이 실제로는 여러 개의 투자펀드를 통해 이런 손실을 보전하는 데 사용됐음이 외부 패널의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올림푸스 발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90년대부터 유가증권 투자 손실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았다. 또한 2008년 영국 의료기기 업체 자이러스를 인수하며 수수료를 과도하게 지급했고, 그 이전 3개 중소기업을 인수한 자금은 여러 개의 투자펀드를 통해 손실 보전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한 투자손실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다카야마 사장은 외부기관 조사 결과에 일임했다.

지난 달 14일 올림푸스는 경영 노선과 일본 기업 문화의 차이를 이유로 마이클 우드포드 사장을 해임했다. 반면 마이클 우드포드 사장은 인수합병 자문 수수료로 7억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치른 것은 비정상적이며,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된 중소업체를 인수하는데 거금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우드포드 사장은 이 같은 문제제기를 했다가 부당한 보복성 해임을 당했다며 반박했고, 이에 따라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졌다.

이 일은 우드포드 전 사장이 영국 중대비리조사청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미 연방수사국(FBI)도 조사에 나서며 일본 전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이 사건으로 올림푸스 주가는 급락했다. 투자자 압박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고 우드포드 전 사장을 해임시킨 기쿠카와 쯔요시 회장 겸 사장 대행은 지난달 26일 사퇴했다. 가라앉지 않는 올림푸스 사태에 대해 일본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더욱 확실히 해명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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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증권거래소는 올림푸스 주주 피해와 은폐된 손실 규모 등을 파악하고 분식회계에 대해 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만간 조사에 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올림푸스 분식회계 발표 후 도쿄 증시에서는 이 회사 주가가 29% 급락, 최근 16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언론은 이 사건이 일본 기업 통치 기능의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일본 기업 전체의 신뢰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