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984의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되려는 것 아니냐.”
뼈 있는 농담이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지만 최근 검색, 스마트폰, 모바일 광고 등 세계 IT 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는 것에 대한 경계의 기색이 역력했다.
카카오톡을 서비스 중인 카카오에는 “인터넷 기업은 열정과 창의력이 중요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히 ‘냉정과 열정사이’라 할 만 했다.
31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와 카카오 본사를 방문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양사 대표에게 각각 건넨 대조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구글엔 ‘냉정’…‘빅 브라더’ 우려 제기
최 위원장은 구글코리아에 들어서자마자 유튜브가 자체 방송콘텐츠를 제작해 100개 채널을 개국한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위원장은 “세계 IT 시장에서 구글의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전 세계를 혼돈으로 이끌 것인지 풍요로 안내할 것인지 (우려된다)”며 “구글이 무한경쟁 속 독주 체제로 가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구글이 빅 브라더가 되는 것이) 가까이 오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부터라도 염동훈 구글코리아 대표와 잘 사귀어 둬야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은 전 세계 인터넷, 스마트폰, 콘텐츠 산업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구글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이 염동훈 구글코리아 대표에게 시종일관 독선, 독주를 경계하고 상생, 협력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빅 브라더’ 발언에는 구글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것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글은 스트리트뷰 촬영 과정에서 와이파이망(Wi-Fi)로부터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 구글 본사 스트리트뷰 개발 책임자를 소환했으나 이에 응하겠다는 답은 없는 상태다.
최 위원장은 “미국, 혹은 구글만 독주하지 말고 더불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달 초 방한하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의 면담에서도 구글이 한미 IT 협력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만약 슈미트 회장이 이 같은 선물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하게 해야겠다”며 농담 섞인 엄포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 위원장은 구글플러스 내 수다방(행아웃) 서비스의 시연을 본 후 “구글이 자유스러운 것은 좋지만 농담 같은 분위기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수다방이라는 이름보다는 전체적인 비즈니스 흐름상 (서비스 이름을) 진지하게 변화시킬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카오톡엔 ‘열정’…“규제 뛰어넘어라”
반면 구글코리아에 이어 방문한 카카오에서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최 위원장은 이제범 카카오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오래 전부터 방문해 격려해 주고 싶었다”며 친근감을 표시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이 대표의 발표가 계속되는 동안 직접 필기를 하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위원장은 카카오톡을 용기, 동경, 희망의 상징으로 꼽으며 극찬했다. 국내 IT 벤처기업 3만개 중 1%만 살아남아도 성공인데, 현재로서는 카카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카카오톡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회사들이 얼마나 많이 명멸했냐”며 “카카오톡마저 그러면 어떡하나 안쓰러워 많은 지원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국가인권위가 방통위에 권고한 카카오톡의 개인정보 수집 과정에서의 정통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카카오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 28일 카카오톡이 목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이용자에게 이메일 주소를 수집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 이용을 거부한다고 밝힌 것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아직까지 인권위로부터 구체적으로 공문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은 이상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연구, 개발 부문에서는 너무 법규를 의식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인터넷 분야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현행 규제 안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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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넷의 발전은 법규를 의식한 상태에서는 이루기 힘들다”며 “연구원들은 일단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보완할 점이 있다면 보완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카카오에 “자부심을 가지고 도전하라”며 “오는 2020년쯤 됐을 때는 카카오가 엄청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믿는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