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거주 주부 최모㊸씨. 어느 매장에서도 휴대폰 모델별 가격이 똑같다는 KT 직원 말에 최신 스마트폰을 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인터넷을 뒤적이던 아들이 말했다. 엄마, 여기선 30만원 더 싼데?
최씨에게 휴대폰을 판 익명의 직영점 관리자. 왜 다른 곳보다 비싸게 파느냐는 고객 항의에 매일 진땀을 뺀다. 온라인 등 개인 판매자들은 훨씬 싼 가격에 손님을 뺏어간다. 가격을 내리고 싶지만 본사에서 막으니 답이 없다.
KT가 기종 별 휴대폰 가격을 매장마다 똑 같이 맞춘다는 KT '페어프라이스' 전략 부작용으로 고전 중이다. 직영점 대비 더 싼 곳을 찾기 쉬운 것이 사실.
■온라인은 수십만원 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이동통신 판매 사업자들은 휴대폰을 KT 오프라인 매장 대비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직접 서울 시내 매장을 돌며 확인 결과 KT 직영점 간 휴대폰 가격은 대부분 동일했지만 온라인으로는 훨씬 저렴한 구매가 가능했다. 예컨대 팬택 '베가넘버5'는 KT 페어프라이스 가격이 75만8천원이지만 온라인에는 41만8천원까지 나왔다. 2년 약정 월 5만5천원 요금제를 적용하면 KT 직영으로는 매달 6천500원을 내야하지만 온라인은 오히려 8천원을 할인 받는다.
이 같은 부작용은 KT가 페어프라이스를 시행한 지난 7월부터 논란이 돼왔다. KT 본사 영향력이 미치는 직영 매장만 페어프라이스를 잘 지키면서 온라인 사업자들이 가격을 확 내리는 것이 애초에 문제였다.
이와 관련 KT는 부작용 제거를 약속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휴대폰을 페어프라이스 대비 싸게 구입 가능한 온라인 매장들이 쉽게 눈에 띈다. 이들은 인건비와 매장 임대료 등 인프라 유지비가 오프라인 매장 대비 적기에 가격 경쟁력 갖추기가 유리하다.
결국 페어프라이스를 믿고 KT 직영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이용자들 중 적잖은 이들이 손해 본 느낌을 받는 것이다.
■KT 오프라인 매장들도 한숨
불똥은 KT 오프라인 직영점에도 튀었다. 본사가 정한 가격을 자체적으로 내려줄 수가 없으니 손님이 떨어진다.
때문에 실적을 만회하려고 개인 자금으로 손님에게 채권료 혹은 경품을 주는 매장들도 부쩍 늘었다. 경품 경쟁이라는 부작용이 나온 것이다.
한 KT 직영점 관리자는 “페어프라이스란 이름으로 휴대폰 가격을 통일하면서 경쟁사나 온라인 매장 대비 판매 경쟁력이 줄었다”며 “손님 유치를 위해서는 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관계자들도 '페어플라이스'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유통채널 전체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과자나 음료수도 마트마다 가격이 다른데 휴대폰 가격통일은 현실성이 없다”며 “모든 이동통신사 유통 채널이 정찰제를 적용하지 않는 이상 가격통일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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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두 회사 일선 매장들은 KT 페어플라이스 대비 싸게 팔겠다며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KT 측은 “고객에게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자는 페어프라이스 취지에 공감하는 유통점이 상당히 늘었다”며 “페어프라이스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