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수 보다 유명하다” 발칙하고 도발적이다. 신성모독에 가깝다. 영국 리버풀 출신의 풋내기 청년 존 레넌은 거칠 것이 없었다. 그의 말처럼, 비틀즈는 지금 ‘팝의 전설’로 남았다. 존 레넌은 죽은 지 벌써 30여년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찬란히’ 묻혀 있다. 시대의 아이콘 이었다. 극강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밑바탕이다.
“나는 세상의 왕이다” 타이타닉은 아카데미 11개상을 휩쓸었다. 당시까지 사상 최고 흥행 기록작 이었다. 오스카 시상식 무대에서 도망치듯 내려가며, 감독 제임스 카메런이 말했다. 이 오만하고 독불장군인 남자는 파문을 예상했다. 눈치 빠른 관객들은 알아 차렸다. 그것은 타이타닉 주인공 디카프리오의 대사 중 한 부분이었다. 대중은 달랐다. 수줍은 표정의 카메런을 보았다. 진심이었을 것이다. 몇 년 후 아바타가 증명했다. 카메런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제 ‘세상의 왕’이 되었다.
우연일까? 스티브 잡스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이매진’이었다. 비틀즈 해체 후 존 레넌이 불렀다. 세기의 천재들간 정서적 공감대 였을까? “모든 사람이 세상을 서로 나누고 산다는 상상을 해 봐요/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말할 지 몰라요. 하지만 나 혼자 만 그런 생각을 하는게 아닐껄요/ 언젠가는 당신이 우리 생각과 함께하길 바래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는 거예요” 이매진의 노랫말은 이렇게 끝난다.
2011년 10월 6일 우리는 또 하나의 ‘별’을 추억으로 묻는다. 이번에는 차가운 머리에 간직한다. 스티브 잡스 영면. “예수 보다 유명한, 세상의 왕”이었다. 그런 사람 이었다. IT 혁명이 아닌 일상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비즈니스의 틀을 혁신했다. 사람들에게 “인류의 ‘미래’를 펼쳐 보여 주었다. 역사와 시간의 개념을 거스른 최초의 ‘인간’ 이었다.
심지어 독점적, 폐쇄적 마케팅의 얼굴까지 바꾸어 놓았다. 나눔이 아닌 배제를, 선택이 아닌 강요를 들고 나왔다. 시대의 흐름을 되돌린 것이다. 그럼에도 질타와 비판은 무뎠다.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획득했고 부를 창출했다. 약탈적 노동 수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죽음으로 항거한 폭스콘 노동자의 열악함은 그의 업적에 가린 작은 돌부리에 불과했다. ‘과’마저 ‘공’으로 돌려 세웠다.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의 그릇 크기였다.
고백한다. 평균적 대중적 눈 높이를 가진 ‘언론인’ 나는 반성한다. 아이폰을 과소 평가했다. 삶과 기술의 패러다임이 변하는데도 깎아 내리기에 급급했다. 결국 손 들었다. 끊임 없이 비판적 시각을 고집 하지만 스티브 잡스라는 인간 자체에는 ‘완전 항복’이다. 기자로서 경험한 최강, 최고의 천재 였다.
잡스는 2011년 대한민국에도 많은 것을 남겨 주고 떠났다. 이명박 정부는 ‘삽질’ 프레임과 철학에 꽁꽁 갇혀 있다. 국정 주도세력은 ‘삽질’이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가치를 외치며 왔다. ‘삽질’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룬다. ‘삽질’을 통해 부의 분배를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덕분에 세계 2위의 IT경쟁력을 자랑하던 나라는 더 이상 없다. MB정부 4년만이다.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 나라 유일의 성장 엔진 IT는 이제 동력을 잃었다. 일종의 제도적 개념적 폭력이다.
그런 삽질주의자들이 마침내 ‘항서’를 썼다. 애플 같은 회사를 만들자고 떠들어 댄다. 예산 몇 푼 나눠 주며, 잡스 같은 인재 육성 한단다. 무개념남, 무개념녀들이 유난히 득실대는 정치권도 맞장구 친다. IT 되살린다며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인다. 노트북 쓰고, 트위터 하는 것이 IT 엔진 재가동 이란다. 속아 줄 수가 없다. ‘정치 쇼’에 해당한다. 표면적 굴복, 면종복배 이다. 안철수가 단박에 박근혜를 뛰어넘었다. 그들은 아직도 진정한 이유를 모른다.
고맙다, 스티브 잡스. 영혼도 없고 퇴물 철학을 금과옥조로 여긴 이 나라 주도세력들의 눈꼽 만한 진일보는 모두 당신 탓이다. 국정 운영 역량의 1만분의 1만큼이라도 IT에 투입하겠단다. 관심을 보이기로 작정했단다. 잡스가 없었더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작은 혁명(?)’이다.
기업에도 잡스의 족적은 뚜렷하다. 삼성전자 LG전자가 몸부림이다. 기존의 모든 가치와 철학을 뒤바꾸고 있다. 빠른 추격자의 시대는 마무리됐다. 그 덕에 삼성전자는 세계 랭킹 1위 IT기업에 올랐다. 더 이상 쫒을 곳이 없어 머뭇거렸다. 방만과 교만 사이를 오갔다. ‘살찐 돼지’가 되어갈 즈음, 잡스가 나타났다. 견제 수준이 아니었다. 태풍 이었고 거대기업은 흔들렸다. 고맙다 잡스.. 세계 최고 한국 IT기업들에 무지막지한 예방주사를 선사했다.
그래서 모두 말했다. 잡스와 애플을 벤치마킹 하라고. 잡스 처럼 생각하고, 애플 처럼 혁신하며,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승부하라고.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따져보자. 과연 가능한 일일까? 잡스는 세계 최고의 천재이다. 60억분의 1 이다. 그와 필적하려면 빌 게이츠나 주커버그, 세르게이 브린 정도는 데려와야 한다. 억울하지만 현실이다. 규격화 획일화가 문화로 자리 잡은 국내 기업들은 어불성설이다. 일일 노임단가에 목을 매는 IT 개발자들이다. 그 현실을 팽개쳐 놓은 채 잡스 운운한다. 죄악이다.
잡스와 애플은 지분구조 관심도 없었다. 경영 역량의 많은 부분을 후계 구도에 쏟지도 않았다. 검증 받지 않은 사람을 누구의 자식이라며 높은 자리 승계 시키지도 않았다. 학벌 성별 지역별 소수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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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과 상상력은 모든 구속을 거부한다. 조직 운용체계와 의사결정 구조는 그대로 ‘한국기업’이다. 구조적으로 IT와 개발자들을 질식시킨다. 잡스가 되고 싶다면, 애플이 되고 싶다면 우선순위가 틀렸다. 오너 먼저 바뀌고 경영자가 변해야 한다. 직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그것이 문화와 패러다임을 이동시킨다. 나는 ‘바담 풍’하며 너는 ‘바람 풍’하라면 코메디이다. 강력한 오너쉽, 일사불란한 목표 추구, 혼을 담는 제품 생산은 잡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 버렸다. 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궁극의 먹이사슬인 상상력과 창의성의 승부 세계가 되었다.
다시한번 고맙다 잡스.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가 변하지 못했을 테니까. 당신은 우리의 거울 이요 소금 이었다. 땡큐 스티브 , 굿바이 잡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