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태블릿'…PC업체 어찌하오리까?

일반입력 :2011/09/08 09:50    수정: 2011/09/08 16:57

남혜현 기자

남들이 다 하는데 우리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자하기도 힘들다.

새 시장이 열린다고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태블릿 시장을 바라보는 PC제조업체들이 그렇다. PC시장이 모바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기존 업체들이 투자 대비 수익을 놓고 고심 중이다.

국내 PC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태블릿 출시를 고려하고 있지만 결정되지는 않았다며 내부에선 개발 및 테스트를 진행 중이나 실제로 출시한다고 해도 얼마나 판매될지는 미지수라 전했다.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출시하기로 했던 태블릿 사업을 전면 취소했다. 수익성 때문이다. 국내 태블릿 시장이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았다는게 당시 LG전자의 공식 입장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PC업체 중 태블릿으로 유일하게 선전하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연초 지난해 4분기 출시한 7인치 갤럭시탭을 약 3개월간 전 세계서 150만대 가량 판매했다고 밝혔다.

해외서도 HP, 델, 레노버 등 글로벌 톱3 PC업체들이 태블릿을 내놨다. 타이틀도 모두 '아이패드 대항마'다. 그러나 애플 아이패드의 시장 점유율은 요지부동이다. 아이패드 대항마끼리만 작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형국이다.

■공룡 PC업체들이 태블릿서 고전하는 이유

문제는 차별화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HP, 델, 레노버, 에이서 등 글로벌 PC제조업체들의 태블릿은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했다.

소프트웨어가 같다 보니 PC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특징으로 OS 최적화, 디자인, 제품 사양을 꼽는다. 그런데 이 제품들의 외형은 대체로 네모난 판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사양도 왠만하면 1기가헤르츠(GHz) 이상을 지원하는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속도만 놓고 따진다면 그나물에 그밥이다.

자체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HP는 자체 운영체제인 웹OS를 탑재한 '터치패드'를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HP가 수익성을 이유로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재고 가격을 절반 가까이 내린 다음에야 '터치패드'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업계서는 이같은 현상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콘텐츠 생태계, 둘째는 가격이다. 콘텐츠 소비를 주목적으로 하는 태블릿에서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수가 적다면 소비자 외면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놓고 써먹을 데도 없는데 가격마저 비싸다면 굳이 지갑을 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PC업체들이 아직도 노트북을 보던 시각에서 태블릿을 바라본다며 하드웨어를 만들던 업체들에 갑자기 콘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빠르게 그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마존, 왜 유일한 아이패드 대항마로 거론되나?

국내외 전문가들의 관심이 아마존에 집중되는 이유는 여기서 비롯된다. 아마존은 서적, 비디오, 음원 등 디지털 문화 상품을 비롯해 노트북, 태블릿,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전 세계 최대 온라인 장터다.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오는 11월경 250달러에 7인치 태블릿을 출시할 전망이다. 풀컬러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양 자체만 놓고 보면 기존에 출시된 태블릿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도 아마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바로 콘텐츠 때문이다. 아마존은 태블릿 시장 개척에 기존 PC업체와는 전혀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마존은 자사 태블릿을 구매한 사람들에 연간 79달러에 제공되는 프라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임 서비스는 아마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서적 대다수와 생활용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게다가 아마존은 비슷한 전략으로 승리한 경험이 있다. 바로 킨들 모델이다. 아마존은 e잉크 단말기인 킨들을 출시하며 콘텐츠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자책 시장을 선점했다. 콘텐츠 판매가 주 목적인 만큼 최근들어선 단말기 가격도 100달러 이하로 파격 할인하기도 했다.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애플도 전자책 시장 만큼은 아마존에 밀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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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업계서는 아마존이 PC업체가 갖고 있지 못한 콘텐츠와 판매 플랫폼, 이를 이용하던 고객을 미리 확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존이 유일한 애플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4분기 태블릿 시장에서 300만~500만대 태블릿을 팔아치울 것으로 예상했다. 온라인 쇼핑몰 강자가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태블릿 시장에 사상 처음으로 유의미한 경쟁자로 등극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