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들어보고 사라
IT 기기 소비자 유통에 체험 상담 판매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SK텔레콤, 롯데마트 등이 체험 판매 방식을 도입한 오프라인 매장 개설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추세는 기존 유통 공식을 뒤엎는 새로운 트렌드다. 체험 매장 확산은 일반 IT기업으로선 오히려 '밑지는 장사'일 수 있기 때문.
일반 판매와 달리 판매직 직원 수를 늘려야 하고, 소비자에 충분히 제품에 대해 알릴 수 있도록 사전 직원 교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외비용이 많이 든다. 즉 유통 마진이 인건비로 인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매장을 얻어야 하므로 임대료도 비싸다. 가전 제품 전시 공간 면적도 넓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는데도 기업들이 체험매장 개설에 나서는 이유를 업계에선 '애플스토어 방정식'이라 설명한다.애플스토어는 매장 직원이 제품 판매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친숙도를 높일 수 있도록 영업이 아닌 상담을 한다.
결국 제품 친숙도가 높아진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생기며, 추후 제품을 구입할 때 직접 만져본 제품을 우선순위에 두게 된다. 국내 진출하지도 않은 애플스토어가 유통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는 셈이다.
또한 스마트 열풍과 더불어 체험 판매 방식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스마트 기기로 불리는 제품들은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으로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는 어려운 기계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대중들이 사용법도 잘 모르는 비싼 제품을 선뜻 구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3일 이매진 1호점 매장을 열면서 제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개인 IT 비서 '스마트 라이프 컨설턴트'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판매 상담 직원들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합숙 등의 과정을 통해 각 제품과 서비스 교육을 받았다. 최대한 소비자에 제품 관련 정보를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개장 첫날 한 소비자는 디지털 카메라 특징과 사용법을 한시간 반가량 듣고 제품 구입을 결정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1일 문을 연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는 '샵인샵(Shop in Shop)' 형태로 체험 상담 판매 방식을 강화했다. 샵인샵은 전체 매장 내에 브랜드 별 매장을 제조사나 기타 유통 업체가 직접 코너를 만들고 판매하는 매장이다.
이 곳에는 애플프리미엄리셀러(APR) 매장인 윌리스와 삼성전자 제품만 전문으로 다루는 매장이 맞붙어 있다. 이밖에 한경희생활과학, 모뉴엘과 같은 중소기업도 자체 매장을 갖고 있다. 유통 업체에 자사 물건 판매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나 대행 판매 업체가 직접 소비자와 대면해 제품마다 특장점을 소개하는 것이다.
3일 이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일반 가전양판점에서는 가격대에 맞는 제품 소개를 많이 듣는 반면, 이곳은 제품 기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직접 만져보며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 업계도 브랜드 별로 올해 들어 전시 매장을 차리고 있다. 국내 진출한 카메라 업계는 올해 들어 대부분 플래그십 매장을 갖췄고, 최근 대만 휴대폰 제조사인 HTC도 강남역에 체험존을 열었다.
관련기사
- "강남역 잡는 자, IT유통 지존이 된다"2011.09.05
- SKT, 디지털 비서 ‘이매진’ 오픈2011.09.05
- “소셜커머스 구매 전, 매장부터 구경하세요”2011.09.05
- 짝퉁 애플스토어 세계적 유행?...심지어 뉴욕까지2011.09.05
삼성 딜라이트샵도 이같은 매장의 대표격이다. 삼성전자는 리빙프라자나 삼성 모바일샵과 같은 유통 판로를 운영하면서도 본사 사옥에 대규모 매장을 열고 이같은 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이곳을 매장이 아닌 홍보관이라고 칭하고 있다.
한 APR 매장 관계자는 이전처럼 소비자가 직접 알아보고 사는 것보다 매장을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만져보고 구입한 이들이 대체로 만족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체험 판매 방식을 두고 충분한 제품 설명을 하는 방문 판매와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는 가전 양판의 혼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