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주민번호 삭제, 하는거야 마는거야?

일반입력 :2011/08/02 11:41    수정: 2011/08/02 11:43

정윤희 기자

네이트-싸이월드 해킹으로 개인정보 3천500만건이 유출되면서, 포털이 보관 중인 주민등록번호를 삭제하라는 요구가 높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해킹 발표 이틀만인 지난달 29일, 보관 중인 주민번호를 폐기하고, 신규 가입시 1회 인증 용도만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전자상거래법상 도토리 등 금융거래 기록이 있는 이용자는 기록 삭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털의 주민번호 수집제한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초부터 연구 용역을 맡겨 주민번호 수집 최소화, 보관 중인 주민번호 폐기 방안에 대해 검토해 왔다.

석제범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은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자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어왔다”며 “관련해서 (최소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때가 다 돼 이를 공론화시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함께하는 시민행동(대표 지현, 박헌권)도 성명을 통해 “주민번호는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라며 “네이버와 다음을 비롯한 다른 포털이나 인터넷 언론사들도 이 기회에 주민등록 폐기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필요하게 주민번호 수집을 강제하는 법제도를 조속히 철폐해야한다”며 “정보통신망법과 선거법상의 인터넷 실명제 조항을 폐지하고, 주민등록번호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털, 우선 환영…“그동안 관련법에 따라 정보보관”

당사자인 포털업체들은 우선 반기는 모양새다. 다음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민번호 삭제나 포기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포털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과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포털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정보를 적게 보관하는 것을 원한다”며 “이번 논의 자체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관계자 역시 “관련법에 따른 수사기관이나 유관기관의 요구가 없다면 주민번호를 보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주민번호 폐기는 포털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방통위와 포털업체들의 시각차다. 포털업체에서는 그동안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과 전자상거래법 때문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관해왔다고 설명했다.

현행 정통망법 시행령에 따르면 게시판 정보 게시 후부터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 본인 확인 정보를 보관하라고 명시돼있다. 전자상거래법 상에서도 금융거래가 있는 경우 5년간 본인 확인 정보를 보관하라는 조항이 있다.

이같은 규정 때문에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관해왔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폐지 주장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규정된 개념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때 게시자가 기입하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 후(본인확인 후)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방통위 “제한적 본인확인제, 정통망법 관련없다”

그러나 방통위는 정통망법 등을 고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포털 업체가 관련법을 핑계 삼아 과도한 정보를 축적했다는 입장이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물론 금융거래 등 관련법에 대해서는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핵심은 가입할 때부터 주민번호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경우 포털에서는 신용평가사 등이 글을 쓰는 당사자가 본인임을 확인했다는 자료만 가지고 있으면 되지, 굳이 가입 때부터 주민번호를 수집할 필요는 없다”며 “해외 사례와 비교 해봐도 국내 포털에서는 전 국민의 정보를 과도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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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해외에서는 웹사이트에 가입할 때 이름, 이메일 주소 등만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포털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정통망법이 관련 없다는 지침을 내려주면 포털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라며 “포털은 주민번호를 폐기하고 부담을 줄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