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셜게임 1세대 이야기

일반입력 :2011/07/18 14:00    수정: 2011/07/18 14:44

전하나 기자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굉장히 멋있게 보이는 사회가 됐다.”

한 스타트업 기업인의 말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는 벤처붐이 뜨겁다. 그 중심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불리우는 것이 바로 소셜게임이다.

흔히들 소셜게임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괜찮은 소규모 개발사들은 무조건 물어오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고 돈을 퍼나르는 대기업들의 ‘묻지마 투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관심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다. 최근 주목받는 소셜게임을 만든 이들은 지금의 성공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다. ‘현재진행형 성공’을 경험하고 있는 국내 소셜게임사 대표 주자들을 만나 현재의 고민을 물었다.

■우리는 성격대로 벤처한다…“배고픈 열정에 투자를”

김지호 이지모드 대표는 “벤처는 성격”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격에 맞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고 실패하더라도 또다시 도전하기 마련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는 “말린다고 해도 할 사람들은 다 하는 것이 벤처”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이정웅 대표는 “시작하는 벤처에게 필요한 것은 돈과 열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벤처하겠다고 나서도 돈이 없다. 벌거나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 초기에는 둘 다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의 투자 환경은 열악하다. 소프트뱅크 투자심사역 출신 임정민 라이포인터렉티브 대표는 “미국은 민간투자가 활발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70~80%가 공적 자금을 받아서 투자한다”며 “그러다보니 리스크를 회피하게 되고 자연스레 스타트업에는 투자가 원활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선 벤처가 투자를 받으려면 벤처기업 인증을 정부에서 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정책자금인 모태펀드와 다른 벤처캐피털이 함께 자금을 대다보니 신생업체에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이 적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에서 벤처붐을 장려하면서 자금은 늘었지만 창투사는 한정돼있기 때문에 나아질 것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상 와일드카드컨설팅 대표는 “투자자금이 400억에서 4천억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10군데 40억을 지원하던 것을 100군데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10군데 400억짜리를 찾는다”며 “자금이 늘고 안늘고를 떠나서 스타트업들은 점점 더 말라간다”고 호소했다.

오히려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많아지면서 잠재력있는 업체들은 불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동준 리니웍스 대표는 “정부가 지원센터에 아이디어만 가진 1인창조기업을 입주시키면서 5천만원씩 지원하겠다고 나서는데 성공케이스가 별로 없다”며 “성장 단계에 있는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민 대표는 “소액 5천만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다보니 창업가의 변별성이 약해진다”며 “결국 시한부 인생만 여럿 늘리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벤처붐 지속하기 위해선 ‘사람’이 풍부해져야

이날 모인 스타트업 기업인들은 벤처에 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가장 시급한 것은 인력 리소스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웅 대표는 “시장 개척 단계에선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었지만 갈증은 점차 시간, 사람으로 옮겨가더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선데이토즈를 처음 꾸리던 2007년에는 ‘창업을 도대체 왜 하냐’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힘들었다면서 “지금 되돌아보면 시장에 아무도 없다보니 제대로 된 인식도 없고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선데이토즈는 창업 후 1년 만에 수익을 낸 내실이 탄탄한 벤처기업이다. 이미 ‘아쿠아스토리’ ‘애니윷놀이’ ‘정글스토리’ 등의 대표 브랜드 게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중에서도 아쿠아스토리는 최근까지도 매월 1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신규로 설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회사 규모와 인지도가 커지다 보니 이 대표의 현재 고민은 좋은 구성원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스타트업은 초기 연봉도 적고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는 인식에 사람 찾는 일이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70여명의 직원을 이끄는 플로우게임즈 김헌준 대표에게도 인력수급이 고민거리이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창업기업은 그렇게 ‘좋은 일자리’로 인식되지 않는다. 설사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준다 해도 굳이 갓 창업한 기업에 취직을 하려는 젊은 인재들은 극소수다.

김 대표는 “벤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복지나 자본력은 부족하지만 스톡옵션 등의 기회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얻는 보상이 크다”며 “확실한 비전이 있는 벤처 기업이라면 과감히 도전해볼만 하다”고 했다.

이정웅 대표는 “스타트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려면 높은 업무 만족도에 대한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결국 시장 생태계를 확립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으로 선데이토즈는 얼마 전 경력직이 아닌 신입 프로그래머를 뽑았다. 오래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사람을 키워나가자는 생각에서다.

■소셜게임 생태계는 더욱 커진다

그리 유명세를 타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현재 100여곳 정도의 벤처기업이 소셜게임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모두 제 2의 ‘징가’를 꿈꾼다.

그런데 대부분 비슷비슷한 ‘물건’을 내놓는다. 신생 벤처기업으로 트렌드를 잘 읽어 베끼는 것만큼이나 빠른 승부수 전략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정웅 대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초기 진입 단계에선 검증 안된 아이템으로 무작정 시도하기 보다 트렌드를 벤치마크하는 것이 의미있는 전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 이후 얻어낸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얼마든지 차별화된 운영법을 고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아이디어를 벤치마크하는 것 또한 철저히 준비된 계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발을 들이는 것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그는 자신도 시장이 너무 빨리 변하는 탓에 배울 것이 자꾸 쌓인다며 “시장의 흐름을 3·6개월, 1년 단위로 끊어서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소셜게임 시장은 앞으로 얼마나 더 규모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소셜게임이 ‘대세’라고는 하나 아직 시장의 변수들은 많다. 여전히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김헌준 대표는 “소셜게임도 기존의 협동 요소 뿐 아니라 경쟁 등 다양한 게임성이 추가되면서 더욱 게임다워지고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동준 대표는 “3년 후쯤에는 모두가 딱 집어 말할 수 있는 메이저 소셜게임 업체들도 생겨나리라 본다”며 “소셜게임은 스마트폰과 같이 숨쉬는 것처럼 당연한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정민 대표도 “엔씨소프트, 넥슨과 같은 회사가 짧은 시간 동안 지금의 산업을 일궜던 것처럼 소셜게임도 그렇게 안되리라는 법은 없다”고 자신했다. 김지호 대표 역시 지금 치룬 학습비용은 소셜게임이 바꿀 미래를 생각하면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소셜게임 파티, 소셜게임 쇼케이스 등을 기획하며 소셜게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김윤상 대표는 “두어차례 개최한 행사가 인맥, 학연 등 출신성분에 전혀 얽매이지 않았데도 이른바 ‘대박’을 치는 것을 보면서 소셜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행사를 알리면서 잇따라 SK커뮤니케이션즈, NHN, 엔씨소프트 등에서 후원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행사는 산업계 전문가들이 5분~20분 가량씩 자유롭게 스피치하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구성됐고, SNS를 타고 생중계되면서 성황리에 끝났다. 소셜게임의 ‘태생’인 SNS를 영리하게 이용했던 것이 제대로 ‘먹혔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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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앞으로도 개발자, 투자자, 배급사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며 “소셜게임은 명실공히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생태계는 무한확장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치열한 시장에서 기자가 만난 이들이 내년에도 살아남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들이 온몸을 내던진 소셜게임의 가능성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소셜게임이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견고하게 뿌리 내린 우리 산업의 지형을 좀 더 다채롭고도 재밌게 바꿔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