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시작된 애플 신화가 태블릿에 이어 클라우드까지 확장됐다. 이제 애플이 마음먹고 시작해서 성공하지 못할 비즈니스는 없어 보인다. 애플이 자동차를 만들거나 집을 지어도 성공할 것 같은 거침없는 기세다.
특히 애플이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즐겨 사용하는 접두어인 ‘아이(i)’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고유명사 앞에 ‘아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만으로 뭐든지 애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MP3, 휴대폰, 태블릿, e북, 클라우드 그 어느 것 하나도 애플이 최초로 발명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어느 순간 원래 애플 고유의 것 마냥 간주된다.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에서 ‘아이카’나 ‘아이하우스’를 발표하더라도 이제는 별로 어색하지도 않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은 ‘승자독식사회’라는 저서를 통해 소비자들이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기업이 해당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 할 정도의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은 그 누구에도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확실한 승자다.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애플 생태계 때문이다.
이러한 애플의 독식 구조는 생태계를 바탕으로 산업 경계는 물론 국경마저도 무너트리고 있다. 한 분야에서 독점 구조를 이루는 것도 모자라서 여러 분야에 걸쳐 착실하게 모든 것을 애플 것으로 만든다. 이는 그동안 그 어떤 기업도 하지 못한 일이다. 그래서 애플은 위대(胃大)하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이러한 생태계가 철저하게 애플이 쳐놓은 테두리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애플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날 필요도, 굳이 다른 제품에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생태계는 본래 먹이사슬에 의한 공존 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애플 생태계는 철저하게 자기 본위로 돌아간다. 가령 7일 WWDC 2011에서 발표된 아이메시지만 해도 그렇다. 이미 애플의 최대 걸작인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플은 직접 메시지 서비스를 내놨다.
아이클라우드도 마찬가지다. 이미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클라우드 기반의 스토리지 서비스와 음악 스트리밍 앱들이 인기리에 서비스 중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마저도 먹어치웠다.
한 김에 더 따져보자. 소셜 게임이 인기를 끌자 게임센터를, 각종 언론사들이 너도나도 뉴스 앱을 선보이니까 이제는 뉴스스탠드라는 곳에서 모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 확장을 통해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두고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조건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경제 논리가 꼭 옳은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애플의 새로운 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간편하고 편리하다. 제품 생산부터 운영체제,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쥐고 있는 애플이니까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바꿔 말하면 애플 이외에는 할 수 없다.
생태계에서 1차 포식자가 비대해지면 결국 교란만 일어날 뿐이다. 결국 애플의 이와 같은 행보는 제 2의 애플을 꿈꾸는 IT 중소기업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애플이 이제 그만 먹어치워도 되는 이유다. 이미 많이 먹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