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1인칭슈팅(FPS) 게임 '서든어택' 협상안을 놓고 계속되어 온 게임하이(넥슨 자회사)와 CJ E&M간 진실공방 사태가 남궁훈 CJ E&M 게임부문 대표 사임으로 새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지난 2일 CJ E&M 게임부문 관계자는 남궁훈 대표가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적으로는 남궁 대표가 직접 결정한 일이나, 문책성 성격이 짙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진흙 싸움이 되고 있는 이번 사태에서 수세에 처한 CJ E&M이 초강수 카드를 빼들었단 분석을 내놨다.
■전초전 : 넥슨-CJ 두 거물의 다툼
넥슨과 CJ라는 두 거물의 다툼은 지난해 5월 넥슨이 서든어택 개발사인 게임하이를 인수하면서 어느 정도 점쳐져왔다. 서든어택은 국내 FPS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으로, CJ E&M이 현재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해만 539억원 수익을 기록, CJ E&M 게임부문 매출에서 2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서든어택이 CJ E&M 효자게임으로 불려왔던 것이 사실. 이런 가운데 서든어택 개발사인 게임하이를 CJ E&M이 아닌 넥슨에서 인수하면서 이른바 '족보'가 꼬였던 셈이다.
게임하이와 CJ E&M간 퍼블리싱 계약 종료일은 오는 7월10일이다. 양사는 재계약 협상이 거듭 난항을 겪자 최근 신경전이 극에 치달았다.
■전면전 : 진흙 싸움 비화
본격적인 전쟁에 불을 당긴 것은 CJ E&M이었다. 지난달 30일 남궁훈 CJ E&M 게임 부문 대표가 넷마블 홈페이지에 서든어택이 넷마블을 떠나 다른 곳에서 서비스됨으로써 이용자 여러분이 겪게될 불편을 방지하고자 게임하이와의 계약 연장을 위해 업계 최고 조건인 150억을 제시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린 것이다. 그는 해당 게시글에서 수익배분율을 7:3(게임하이:넷마블)으로 책정, 넷마블만의 단독 서비스가 아닌 게임하이의 모회사인 넥슨을 포함한 타사의 서비스가 가능토록 공동퍼블리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독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진행 중인 협상 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외부에 알린 것은 상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는 비난이었다. 게임하이도 즉각 반발했다.
게임하이 모회사인 넥슨은 이날 밤 보도자료를 내고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CJ E&M측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대응했다. 또 1일에는 김정준 게임하이 대표가 직접 CJ E&M이 거론한 150억원의 계약금과 수익배분 비율을 7:3으로 하는 파격적인 제안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계약조건은 지난 연말 게임하이가 제시한 것이었고, 당시 CJ E&M이 이를 거절했다는 설명이었다.
CJ E&M도 곧바로 게임하이가 지난해 언급한 재계약 조건은 퍼블리싱이 아닌 채널링이었으며 이는 당사가 말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날을 세웠지만, 게임하이는 진실을 호도하는 CJ E&M에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평가 : CJ E&M의 무리수
관련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재계약 협상에서 벼랑 끝에 몰린 CJ E&M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다. 7년여동안 서든어택 서비스를 해오면서 얻은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여론몰이'를 시도하다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특히 CJ E&M이 계약서에 명시된 게임DB(아이템, 레벨 등 플레이 기록) 소유권을 볼모로 삼아 게임하이에 재계약 압박을 가해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여기에 게임하이는 CJ E&M이 최근 구축한 FPS홈을 활용해 서든어택 이용자를 스페셜포스2나 솔저오브포춘과 같은 경쟁작으로 유인하는 장치를 지속적으로 마련했다고 문제 제기했다.
실제로 이용자가 넷마블 서든어택 페이지에서 로그인했을 때, 해당 FPS홈으로 연결된 뒤 다른 게임과 관련한 공지가 뜨고 서든어택 관련 링크는 없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하이는 CJ E&M이 퍼블리셔의 지위를 이용해 자사가 서비스하는 서든어택 경쟁작을 살리는데 적극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CJ E&M이 DB를 인질삼고 뒤로는 이용자 빼내기 수순을 밟고 있었다는 얘기다.
CJ E&M이 1일 발표한 공식 자료에서도 해당 사항에 대한 반박은 찾아볼 수 없어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 넷마블 FPS홈에서 서든어택 페이지와 관련 혼란을 초래했던 문제는 복구된 상태다.
■소강 국면 : 남궁훈 CJ E&M 게임부문 대표 사임
이런 와중에 남궁훈 CJ E&M 게임부문 대표가 사퇴한다. 이에 따라 서든어택 재계약 협상도 원점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으며 연이틀 계속되어 온 공방전에서 CJ E&M이 '백기'를 내걸었다는데 입을 모았다. 남궁 대표 사임이 서든어택 재계약 포기 의사를 내포한 것이란 관측이다.
이로써 시장의 이목과 우려를 한번에 모은 이번 사태는 곧 진정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남궁 대표는 현재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년 오개월...아쉬움이 많네요...이후에라도 좋은 성과가 나와서 제 일년 오개월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거해주었으면 하네요. 믿고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상태다.
남궁훈 대표는 지난 1998년 김범수씨와 한게임을 창업, NHN USA를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해외 게임 사업 전문 경영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09년 12월 CJ E&M에 합류했으며 해외사업 부진으로 시름해 온 게임부문 조직의 구원투수로 일했다. 최근에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인기를 능가한다고 알려진 해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프트'와 '얼로즈'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특유의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남궁 대표는 사임 직전까지 대표 직속 테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리프트 안착에 매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 국면 : 방의 귀환, 넷마블 창업자 방준혁
업계에선 남궁 대표 후임 자리에 이목을 모으고 있다. 현재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씨가 신임 대표나 고문으로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 씨는 지난 2000년 게임포털 '넷마블'을 설립했던 인물이다. 신생 넷마블을 국내 3대 게임포털 중 하나로 키워낸 후 지난 2004년 CJ그룹에 매각하고 CJ인터넷(현 CJ E&M 게임부문)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2년만에 돌연 사퇴, CJ인터넷과 3년간 고문 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이 계약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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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CJ E&M 게임 부문 핵심 개발 자회사 애니파크의 지분 10% 가량을 취득, 게임업계 복귀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방 대표는 또 스틱인베스트먼트, 당시 CJ인터넷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게임하이 인수를 추진하면서 서든어택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 E&M이 방준혁 카드로 완전히 새 국면을 맞게 됐다며 제 2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