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총아’로 주목받았던 IPTV는 출범 3년을 맞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연내 목표로 하고 있는 500만 가입자 돌파가 뉴미디어의 성공을 가늠하는 기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IPTV가 맞닥뜨린 환경은 녹록치 않다. 하반기 ‘미디어 빅뱅’을 가속화 시킬 종합편성채널이 개국을 앞두고 있는 데다 스마트TV와 N스크린 등 미디어 환경 변화도 예상된다.
미디어 급변기에 IPTV 살림을 꾸려가는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IPTV 300만 돌파 직후인 지난 연말 취임한 이상현 사무총장은 그 누구보다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승승장구 IPTV…과제는 ‘콘텐츠’
IPTV의 실시간 가입자 수는 상용서비스가 실시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12월 말 300만을 돌파했다. 유료매체 중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이룬 결과다. 이상현 사무총장은 그 원동력과 의미에 대해 “IPTV가 가진 장점과 사업자들의 강력한 의지가 결합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IPTV의 본원적 경쟁력에 기인한 성과라는 평가보다 거대 통신사의 마케팅의 힘입은 결과라며 깎아내리는 시선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물론 그런 측면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소비자들 역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IPTV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졌다”며 여유를 내비쳤다.
이처럼 IPTV가 출범 이래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향후 과제도 만만찮다. 핵심은 ‘콘텐츠’다. 협회에서도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로 ‘콘텐츠 수급’을 꼽는다.
“현재 IPTV 매출액 중 80% 정도가 콘텐츠 비용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사업이 원활하게 되려면 우선 콘텐츠를 적정한 가격으로 제공받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3사 공동 수급을 통해 콘텐츠를 도매대가(bargaining power)로 제공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IPTV 3사가 시험적으로 일부 채널에 대해 공동 수급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원활한 콘텐츠 수급을 위한 첫째 조건으로 공정한 정부정책을 들었다.
“근본적으로는 콘텐츠 유통 질서가 바로 확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방송법이 제대로 정비가 안돼서 콘텐츠 유통질서가 제대로 안 잡혀 있어요. 흥정을 잘 하면 싸게 사고 후발주자들은 아쉬우면 비싸게 사라는 배짱장사 때문에 손해를 보는 거죠. 협회 차원에서도 전반적인 콘텐츠 산업질서가 잡힐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 건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IPTV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IPTV에 특화된 콘텐츠 개발을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자들이 공동 콘텐츠 펀드 조성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난해보다는 콘텐츠 투자에 진일보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N스크린 전략에서 보듯 향후 원소스멀티유즈를 통해 콘텐츠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콘텐츠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KT가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미디어콘텐츠(GMC) 조직을 만들고 SK텔레콤이 뉴미디어 사업부를 통합한 것도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디어 빅뱅 소용돌이…IPTV 피해갈까?
하지만 언뜻 봐도 통신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세 사업자를 중재하고 윈-윈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현 사무총장은 통신 3사를 두루 거쳤다. KT(구 한국통신) 기획조정과장에서 지금의 LG유플러스(구 데이콤) 전략기획팀장을 거쳐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통신) 대외협력실장 등 통신 3사를 두루 거쳤다. 3사의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적임자라는 평이다.
“통신 관련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3사를 두루 거치게 됐습니다. 통신 3사는 가진 배경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요. 협회 일을 통해 경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죠. 이와 함께, 사업자 회비에 의존하는 협회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새로운 수익모델도 개발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IPTV 사업자 간 ‘부익부 빈익빈’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350만에 이르는 가입자 중 KT 가입자가 절반이 넘는다. 특히, 2009년 8월 선보인 위성방송과 IPTV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는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가입자를 흡수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타 유료방송 업계의 견제와 반발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다.
“OTS 상품도 근본적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들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 것이라고 봅니다. 기존 케이블업계는 현재까지 독점적인 위치에 안주한 탓에 서비스 마인드도 부족했습니다. 이제 경쟁 플랫폼이 늘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올 하반기 출범할 종합편성채널이 IPTV를 포함한 유료 방송시장에 미칠 영향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IPTV 입장에서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종편채널들이 콘텐츠에 투자할 경우 IPTV도 저렴하고 좋은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고 지상파 고자세를 완화시킬 수도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은 종편이 콘텐츠는 등한시하면서 광고에만 목숨을 걸면 이제 막 IPTV가 광고도 늘어가는 찰나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IPTV의 장밋빛 미래, 있다? 없다?
IPTV는 출범 이후 교육·국방·보건의료·민원·교통·사회안전망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로 시청자들로의 호응을 받았다. 올해 공공분야 사업 계획을 물었다.
“올해는 새롭게 ‘경찰공부방’ 사업을 통해 동네 치안센터에서 의경들이 IPTV를 통해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마을 경로당과 보건소를 연결하는 ‘IPTV 건강센터’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IPTV가 향후 의료분야에 활용될 경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기대감이 높다.
“대면진료만을 합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법이 개정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자가 측정을 한 후 IPTV를 통해 원격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환자들의 불편과 진료비 부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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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IPTV는 가장 주목받는 뉴미디어 매체였다. 그만큼 많은 지원책들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제 정부는 ‘스마트TV’를 이야기 하고 있다. 갓 세 돌이 지난 시점에서 IPTV에 찾아온 위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IPTV와 스마트TV가 다를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IPTV는 ‘IP+TV’라는 기술적인 용어를 사용하다보니 스스로 제한을 두게 되고 플랫폼도 폐쇄적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IPTV가 오픈플랫폼으로 나아가면 스마트TV의 경쟁력을 능가할 것으로 봅니다. T커머스 등 양방향 서비스가 늘어나면 콘텐츠 이용문화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TV와 IPTV는 상생하는 모델로 가야지 경쟁으로 가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