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우리나라 대표 IT산업이자 문화 경쟁력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게임이 몇몇 범죄 사례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사회 병리 현상으로 취급받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는 이러한 우리 사회 시선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질수록 분명 사회적 기대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게임을 해야되냐 아니냐' 혹은 '게임을 몇시간이나 해야 하나'는 것에 머물기보다 '게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해답을 찾을 시기라고 지적한다.
게임은 디지털세대인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놀이 규범이다. 적당한 규제와 보호적 접근이 필요하되 근본적으로 게임에 대한 문화교육이 요구되는 이유다.
게임을 활용해 다양한 놀이문화를 발굴하는 활동가들이 있다. 이들이 만드는 프로젝트는 게임창작워크숍 '머시니마'로 불린다. 머니시마는 기계를 뜻하는 '머신'과 영화의 '시네마'를 합친 말로, 게임 엔진을 이용해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를 지칭한다.
머시니마는 지난 2009년 8월 시작돼 최근 5회째를 맞았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부산서 진행된 워크숍은 청소년들 뿐 아니라 교사 연수도 함께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이 행사는 문화사회연구소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최하고 사회적 기업 노리단이 주관했다.
교육 프로그램은 설명보다 체험 위주로 구성된다. 게임에 대해 토론해서 직접 시나리오를 만들고, 컴퓨터로 실제 게임을 즐기면서 촬영과 편집 후 목소리를 입혀 하나의 영상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교사와 아이들은 각각 두 팀씩 나눠 각각 감독, 촬영감독, 작가, 배우, 성우 등 역할을 분담했다. 교재는 네오위즈게임즈의 1인칭 슈팅(FPS) 게임 '아바'. 워크숍에 참가한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부모 동의서를 받았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교육을 진행한 이창호 선생님(노리단 교육사업개발팀)은 학생들에겐 자유 주제를 준 반면, 교사들에게는 '반전'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다며 교사들이 아이들보다 게임을 이해하거나 상상력을 펼치는 폭이 좁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반해 학생들은 해석이 자유로웠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사랑이나 우정, 연대와 같은 다양하고 교육적인 메시지를 끌어내더라는 것. 나아가 게임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면서 적당히 몰입하고 또 적당히 제어하는 균형감각을 스스로 찾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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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획자인 문화연구소 양기민 연구원은 머시니마에 참여한 아이들은 게임이 친구들과 어른들 간 소통매개가 된다는 것을 무척 기뻐했다며 게임 과몰입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 역시 셧다운제라는 훈육책보다 게임을 통해 관계를 맺어나가는 '디지털 돌봄'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들은 게임을 문화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머시니마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개발하고 보급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양 연구원은 게임이 우리와 아이들의 관심거리인 만큼, 게임을 이야기하고 또 활용하는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