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만 공유하는 사이트는 뭔가 심심했어요. 회원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싶었죠.
언젠가부터 개발자 혼자서는 프로젝트를 맡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제대로 프로젝트를 해내려면 적어도 '개발자-기획자-디자이너'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나선 개인 개발자들이 자기와 딱 맞는 짝을 찾기는 어렵다. 이같은 틈새 시장을 노린 곳이 디자인그룹나인이다.
디자인그룹나인은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들이 모인 국내최대 프리랜서 그룹이다. 기업 고객으로부터 디자인이나 앱 개발 의뢰를 받으면 등록된 프리랜서 회원들의 신청을 받아 프로젝트를 완수할 하나의 팀을 꾸린다. 가입회원만 4천여명. 이 중 20%가 넘는 1천여 회원이 매년 1회 이상 디자인그룹나인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한다. 고객들도 정부기관에서부터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들까지 저변이 다양해졌다.
이성구 디자인그룹나인 대표는 능력은 있는데 어떻게 고객과 만나야 하는지 모르는 개발자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올해 진짜 실력있는 개발자, 디자이너 9명을 스타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세는 '모바일웹'…중소기업도 찾아
이 대표에 따르면 디자인그룹나인은 일을 찾는 사람들과 의뢰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이다. 사람이 모이다 보면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법. 여기저기서 의견이 쏟아지다 보니 최근 가장 '핫'한 아이템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빠를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트렌드를 '웹표준 코딩작업'이었다고 말한다. 관공서나 기업들 중심으로 일반 웹사이트를 표준화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또 다르다. 연말부터 시작된 새로운 코드는 바로 '모바일웹 페이지'라는 것. 아직까지 개발 의뢰는 전체 중 20%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만큼은 압도적이다.
그는 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보다는 모바일웹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실제로 기업들과 이야기 해보면 앱을 만들어 수익을 내거나 효과를 봤다는 업체가 드물었다고 말한다.
기업에서 앱을 만들어 배포하더라도 무료일 경우에만 다운로드 수가 많아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앱 제작에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많이 파견됐지만, 최근들어 기업들이 앱 개발에는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이에 반해 모바일 웹페이지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라는게 이 대표의 전언이다. 이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갈지는 작은 기업들의 참여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기업 대다수가 모바일 웹페이지 개발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앱보다 웹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분명 있다. 우선 앱은 비용이 많이 든다. 만들기도, 관리하기도 비싸다. 앱을 하나 개발하려고 하면 보통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개발비용을 지불해야함은 물론이거니와 업데이트를 할 경우에도 전담 직원을 뽑거나 따로 개발을 의뢰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추가된다. 기업들이 앱을 꺼리는 이유다.
이에 비해 모바일웹은 기존 PC 홈페이지를 모바일에 최적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는 평이다. 비용도 앱 개발에 비해 10분의 1수준이다. 웹으로 연동돼 있어 업데이트 등 관리도 비교적 수월하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따로 다운로드 받을 필요 없이 웹에 접속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금 PC 웹에서 사용하는 홈페이지나 사이트들이 모두 모바일로 전환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수요가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이미 초기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모바일 웹페이지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적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디자인, 기획, 코딩까지 모두 모바일에 최적화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시장에서 원하는 수요보다 실제로 나가서 일 할 수 있는 모바일 전문가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디자인그룹나인에 등록된 4천명 중 모바일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은 300~400명 수준이다. 인기는 많은데,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적다는 것은 앞으로 개발자 부족 문제를 또 한 번 불러올 수 있는 문제로도 읽힌다.
■스타 앱 개발자가 되려면?
4천명의 회원이 있지만 이 중 실제로 1년에 한 건 정도 프로젝트와 연결되는 회원수는 1천여명 정돕니다. 기업에서 선호하는 전문가만 추려내면 200명 가량으로 줄어요. 기업에서 선호하는 스타 개발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죠.
이성구 대표는 '누구나 찾는 스타 개발자'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잘 나가는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우선, 정보에 민감하라는 조언이다. 둘러보면 굉장히 유익한 정보가 많음에도 실력으로만 승부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얘기다. 실력이란 것은 어느 순간이 되면 비슷비슷해지는 법. 실력이 궤도에 오른 후에는 정보력 싸움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먼저 시작한 사람이 유리한 부분은 물론 있지만 일정 시점에 도달하면 실력이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정보를 누가 더 빨리 섭렵하느냐가 성공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고객과 관계유지다. 흔히 '이 바닥이 좁다'고들 이야기 하는데, 실제로 뛰어난 개발자나 디자이너, 기획자들은 금방 입소문이 난다고 한다. 또,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거나 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의뢰업체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개발자 중 일부는 소속감이 없다는 이유로 '이것만 하면 끝'이란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 롱런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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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뭉쳐야 산다'는 점이다. 혼자하는 마케팅은 힘이 없다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무조건 혼자라고는 생각하지 말고 여러 곳과 제휴를 맺거나 그룹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한 군데 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 같이 소속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게 좋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업계에선 디자인그룹나인 외에도 '이랜서' 등 개발자들이 모이는 사이트가 있는 데 이를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회원 중에 아까운 인재가 굉장히 많다며 연예인 중에서도 스타가 있는 것처럼, 수많은 개발자들 가운데 눈에 띄는 스타가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