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MBC 주말 뉴스데스크가 '게임 폭력성'을 주제로 보도한 내용이 연이틀 누리꾼들의 패러디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게임의 폭력성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실태를 알리고자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도하며 PC방 전원을 내리고 청소년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진행했다.
청소년 게임 이용자들은 몰두하고 있던 게임 화면이 꺼지자 흥분하며 욕설을 했고 보도는 '청소년들이 폭력게임의 주인공처럼 변해버렸다'는 멘트를 내보냈다.
누리꾼들은 무언가에 몰두하다가 방해받기만 해도 화가 나지 않나며 결과를 정해놓고 실험을 끼워맞추는 취재 태도가 폭력적이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폭력 게임' 패러디를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
현재 뉴스데스크 인터넷 게시판은 바둑판을 엎었더니 할아버지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합니다 수능 시험 듣기 평가 시간, 스피커를 껐더니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합니다 기자실의 PC 전원을 껐더니 기자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합니다 등의 갖가지 패러디로 뒤덮힌 상태다.
급기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패러디가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해당 보도를 보지 않은 누리꾼들까지 비판 여론에 가세했다. 이들은 대부분 게임이 아니어도 어떤 일에 몰입했다가 돌발 상황이 닥치면 누구든지 흥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해당 패러디는 특정 패러디물들이 일정 시간대 급증했다가 시들해지는 것에 반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드라마나 연예인과 관련한 패러디가 아닌 뉴스 보도가 패러디됐다는 것도 이례적인 대목이다.
이는 최근 청소년 게임 과몰입과 관련한 우려 속에 게임산업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떠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역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온갖 작위적인 수단이 동원된 선정 보도가 이제 개그 소재까지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PC방 차단기 내리는 것, 셧다운제 논리와 뭐가 다르나
해당 보도의 목적은 본래 청소년들이 안전망 없이 폭력 게임에 노출된다는 것을 고발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 동원된 취재 방식이 작위적이라는 비난이 줄잇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PC방 전원기를 한꺼번에 끈다는 발상이 '셧다운제'논리와 별 다르지 않더라고 말했다.
셧다운제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여성가족부(여성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방침이다.
최근 여성부가 이를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연동이 되는 콘솔, 스마트폰용 게임까지 적용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법효력의 실효성과 외산 게임과의 형평성 등이 논란거리가 됐다.
결국 게임 역기능을 지적하는 보도 방식이 단발적이고 일방향의 규제라고 지적받는 게임 규제안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청소년이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청소년보호는 보편적 합의로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해당 사안을 편리하게만 접근해선 안된다고 일갈했다.
■폭력 게임으로부터 청소년 보호 방법…장기적인 혜안은 없을까
1조8천억과 51만. 이는 모두 게임과 관련한 숫자다. 1조8천억은 지난해 게임이 거둔 수출 실적, 51만은 게임 과몰입 상태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규모다.
한 숫자는 게임이 의심할 여지없는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것을 주장하는데, 또 다른 숫자는 청소년들이 안전망 없이 유해환경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쓰인다.
한쪽에선 청소년 보호 가치에 대한 이견이 없다며 자율 규제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강력한 규제만이 최전선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해줄 방패막이라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물러설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질수록 분명 게임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존재한다. '게임을 해야되냐 아니냐'는 것에 머물기보다 '게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해답을 찾을 시기라는 얘기다.
조희원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실장은 게임 중독 예방에 대한 필요성을 안다면 이를 어떻게 잘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 방법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게임이 디지털세대인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놀이 규범이라고 얘기했다. 적당한 규제와 보호적 접근이 필요하되 근본적으로 게임에 대한 문화교육이 요구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행된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은 이러한 차원의 교육사업이다. 정부는 전국 5개 도시(서울 및 경기, 충청, 강원, 영남 호남) 503개 학교와 7만여명 학생을 대상으로 게임 교육을 실시했다.
전문 강사 양성 과정에 참여한 조 실장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대상이 아닌 주체로 보게 된다며 게임미디어교육은 결국 이용습관에 대한 자기주도성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게임문화' 교재 저자인 정연실 이문초등학교 교사는 언제나 '하지마라'가 전제되는 중독예방교육 이전에 게임이 뭔지 특성이 어떤지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게임을 이용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다양한 관점에서 게임과 관련한 현상들을 살피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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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사에 따르면 실제로 한학기 동안 방과 후 게임문화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용하고 있는 게임이 다양한 이해관계에 의해 고려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또 자발적으로 게임시간과 태도에 대한 점검을 하게 됐다. 게임 과몰입에 관한 수업 이후엔 과몰입 정도를 스스로 진단하는 결과를 얻었다.
정 교사는 게임이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게임이 우리와 우리 학생들의 관심거리라면, 학교가 마음을 열어 게임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교육적 시도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