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혈충돌, IT 수출 브레이크

일반입력 :2011/02/01 09:01    수정: 2011/02/02 08:47

김태정 기자

반정부 유혈시위가 터진 이집트에서 한국 IT도 제동이 걸렸다. 한-이집트 IT 합작 사업들은 모두 멈춰섰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집트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현지 정부와 진행해 온 IT 사업에 대한 검토는 모두 미뤄 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현지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차단했다. 미국의 원주로 이집트 정부가 관광지에 제공해 온 와이브로도 끊겼으며, 현지인들은 유선전화와 아마추어 무선 라디오 등을 동원해 연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망 차단이 아니어도 유혈사태로 인해 산업 전반이 마비됐기에 수출전략 등을 논할 상황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해외 IT 기업들도 ‘피난’을 시작했다. 방통위는 크게 와이브로와 지상파DMB 두 부문에서 이집트와 협력해왔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6월 이집트서 장관회담을 갖고 한-이집트 방송통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은 와이브로와 DMB 등 기술을 이집트에 제공하고, 이집트는 관련 기술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최 위원장은 이집트 정부가 보유한 2.5GHz 대역의 와이브로 주파수의 조기 할당을 요청해 기대를 모았었다.

이후 일부 국내 IT 기업들이 아프리카 공략 주요 고지로 이집트를 지목하는 등 관심을 표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관련 논의가 백지화 된 분위기다.

최준호 방통위 해외진출추진팀 과장은 “이집트와 와이브로 관련해 특별히 진전된 사항은 없다”며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DMB는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이집트 시범 서비스를 지난 2008년 12월 시작해 지난해 12월 마감했고, 상용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단말기 보급률 등 시장 상황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현지 유혈사태가 심화되면서 향후 협력 재개 가능성이 확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이집트에서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다양한 부분에서 관심을 보여 왔지만 현지 상황이 복잡해서 구체적으로 논하기 힘들다”며 “아프리카 수출 전략에서 이집트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이집트 내 제품 생산, 판매 등을 중단하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등 수출 전략에 차질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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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의 실리콘밸리로 불린 ‘스마트빌리지’에 해외 IT 기업 500개사를 유치하려던 이집트의 계획 역시 무산될 위기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선두로 한 피난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천여명에 달하는 이집트 내 우리 교민 신변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일부 차량 파손 이외 우리 교민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