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와이파이 수신 강도 좋으면 속도도 빠를까?

일반입력 :2011/01/25 18:44    수정: 2011/01/25 19:01

곽후근 펌킨네트웍스 이사 gobarian@pumpkinsolutions.com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와이파이(Wi-Fi) 존 파인더’ 앱 하나 정도는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3G보다는 Wi-Fi 속도가 좋고 무료다 보니, 좀더 빠른 통신을 원하거나 데이터 통신 비용을 아끼기 위해 Wi-Fi를 찾게 된다.

네트워크 및 통신 전공자 입장에서 볼 때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Wi-Fi를 선택하는 기준이 참 모호하다는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해왔다. 무슨 소리냐 하면 우리는 최고 속도를 보장하는 AP(Access point)를 신호 수신 세기만 보고 AP를 고르는데, 이는 실제와 다른 선택일 수 있다.

예를 통해 설명해 보겠다. 스마트폰을 갖고 주변에서 이용 가능한 Wi-Fi 네트워크를 찾으면 리스트 형식으로 쭉 접속 가능한 AP(Access point)가 올라온다. 그리고 각 AP 옆에는 신호 수신 강도를 나타내는 이미지가 뜬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수신 강도가 높은 AP를 선택하게 된다. 이게 ‘최선의 선택이란 믿음’과 함께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실제와 다르다. 신호 수신 강도가 세다고 속도가 빠른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처리 용량이다. 신호 수신 안테나는 꽉 차 있더라도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접속해 부하가 집중되면, 처리 용량은 떨어지게 된다. 이는 곧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속도 저하로 이어진다. 그런데 사용자는 안테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한다. 안테나는 속도를 재는 바로미터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자가 안테나 외에 AP처리 용량에 대해 참조할 수 있는 다른 정보를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처리 용량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AP 속도를 측정하고자 할 때 고려되어야할 요소들은 꽤 많다. AP 기기의 CPU, 메모리 등 자원 사용률부터 BPS(bit per second), PPS(packet per second) 등 트래픽 처리 성능 관련 지표 등을 골고루 따져 봐야 한다. 이렇게 분석된 정보가 스마트폰 등 무선 기기 사용자에게 전달되어야 가장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들 정보가 스마트폰 사용자 1천만 시대를 향해가는 2011년 현재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관련 해결책이 소개되어 왔다. 즉,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란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08년 IEEE ICOIN(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Networking)에 논문을 게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주제가 IEEE 802.11 WLAN 환경에서의 대역폭 최적화였다. 

논문 내용은 간단하다. 32비트 아스키 코드인 SSID(Service Set Identifier)를 활용해 사용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SSID를 통해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자의 현 위치에서 가장 처리 용량이 좋은 AP를 제시할 수 있다.

첫 번째는 SSID Hiding(은닉)이다. 이는 현재 위치에서 잡히는 여러 대의 AP 중 처리 용량이 가장 좋은 것만 사용자 스마트폰 상에 표시해 주고 다른 것들을 아예 보이지 않게 감추는 방식이다. 이 때 감추어져야 할 대상의 AP를 정하는 것은 Wi-Fi 네트워크 상에서 이를 중재할 서버를 두거나(WLAN Controller) 또는 AP끼리 상호 정보를 주고 받으며 협상을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보이는 SSID에게 사용자 요청이 몰리게 되면 해당 SSID는 하이딩 되고 다른 SSID가 사용자들에게 보이게 된다. 이때 하이딩 되는 SSID를 사용하고 있던 기존 사용자들의 연결은 그대로 유지된다.

두 번째는 Multiple(다중) SSID이다. 이는 주위에서 감지되는 모든 AP를 현재처럼 리스트 형식으로 보여 주되, 사용자에게 단순한 수신 세기 정보가 아니라 처리 용량의 수준을 직접 확인해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AP에서 사용할 수 있는 SSID를 하나로 고정해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가용 처리 용량에 따라 AP의 SSID를 다르게 보내는 것이다. 즉, AP의 현재 처리 용량에 따라 100, 75, 50, 25 등으로 구분해 보여주는 것이다. SSID가 100이면 처리 용량이 좋은 것이고 25면 처리 용량이 좋지 않은 것이다. 사용자는 이때 각 AP의 처리 용량을 보고 가장 좋은 처리 용량을 가지는 AP를 선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요청이 하나의 AP로 몰리면 해당 AP는 낮은 SSID의 값㉕을 가지게 되고, SSID의 값이 바뀌더라도 기존 사용자의 연결은 그대로 유지된다.

필자가 새삼스럽게 Wi-Fi의 신호 세기가 갖는 눈 속임을 언급하는 이유는 공급자 입장에서 AP를 많이 설치한다고 해서 사용자가 느끼는 체감 통신 성능을 끌어 올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무슨 소리냐 하면 1만 개의 AP가 추가로 설치되었지만, 특정 위치에 있는 것에만 트래픽이 몰린다면 양적 확대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즉, 공급자 입장에서는 AP 인프라 전반의 부하분산(Load Balancing)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숫자의 증가는 비효율적 투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AP가 많은 지역이라 해서 언제나 만족할 만한 속도를 느낄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AP를 숫자가 아니라 최적화 관점에서 바라봐야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