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문화로 읽어야 하는 이유

일반입력 :2011/01/06 11:32    수정: 2011/01/06 22:18

전하나 기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합의한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 시선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임이 범죄나 살인 등의 몇몇 사례로 이어지자 사회 병리 현상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게임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우리나라 대표 IT산업 경쟁력으로 그 공로를 톡톡히 인정받기도 한다.

‘게임의 문화코드’에서 저자인 이동연 교수는 이러한 양비론을 넘어 게임을 ‘호모루덴스(유희하는 인간)’가 즐기는 문화로 조명했다. 문화로서 게임은 산업, 혹은 중독의 대상을 넘어서 IT, 디지털은 물론이고 인문학, 미학까지 넘나드는 문화 텍스트로 자리매김한다.

이 교수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간단한 명제를 사회적으로 설득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판단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게임은 단순히 ‘킬링 타임’용 서비스 산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하나의 문화미디어다.

저자는 게임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고 복합적인 문화구성체로 인식할 것을 주문한다. 또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 무조건적 셧다운제보다 ‘생애주기론’을 도입해 세대별로 다르게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의 관점에서는 게임을 소비하는 특정 세대의 행동양식과 문화적 취향은 가변적이다. 청소년보호론 시각에서는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면 심각한 장애를 가져온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게임과몰입이 개인의 문화 정체성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매체 특성상 게임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게임이 시간을 소모한다는 생각은 종종 게임의 중독성을 비판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이는 일정한 시간대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을 금하는 법률안들이 공포된 것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법으로 게임 시간을 줄이겠다는 발상은 게임의 근본적인 이용 원리와 정면충돌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게임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 따라서 게임이 시간의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 게임의 도구가 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게임이 단순한 놀이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는 시각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생소할 수도 있다. 저자도 이 점은 인정한다. 이동연 교수는 “‘게임이 문화’라는 너무도 당연한 말은 게임을 개발하고 제작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이나 그것을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썼다.

게임이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놀이 매체로 등장한지 오래고 산업규모만 놓고 보면 가장 지배적인 문화 콘텐츠인데도 불구, 그 가치를 폭넓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저자는 게임의 사행성과 중독성이 부각되는 기현상으로 게임의 문화적 의미와 잠재적 효용가치들이 묻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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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게임의 서사와 규칙을 정복하거나 상대방의 경험치를 압도하고 싶은 본원적인 경쟁 욕구를 갖는다… 게임중독과 그것을 유발하는 사회적 요인은 결과와 원인이 완전히 구분되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의 관점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게임의 문화코드/이동연 지음/이매진 펴냄/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