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4사 "종편 난국, 혁신으로 타파"

일반입력 :2011/01/04 18:06    수정: 2011/01/04 18:13

정현정 기자

KBS·MBC·SBS·EBS 등 지상파4사는 새해 신년사에서 종합편성채널 등장으로 촉발될 미디어 빅뱅의 난국을 혁신으로 타파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상파4사는 올 하반기 등장할 4개의 종합편성채널을 ‘공공의 적’으로 인식하고 다매체 다채널의 무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위기를 돌파할 해법으로 KBS는 내부통합을 통한 단결을, MBC는 성과제 운영을 통한 조직 개편을, SBS는 젊은 리더십을 통한 혁신을, EBS는 수평적 소통을 각각 제시했다.

손병두 KBS 이사장은 “KBS는 그동안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엄중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종편 4곳과 보도채널 1곳이 선정됨에 따라 방송계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되고 무한경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미디어 빅뱅을 ‘난국’이라고 표현하며 수신료 현실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올해 KBS에 부과된 또 하나의 중요한 책무는 사회통합”이라며 “KBS는 한쪽으로 편향된 특정이념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명령인 헌법가치를 구현하면서 사회통합의 교두보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내부 갈등을 의식해 “‘천시(天時)가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地利)가 인화(人和)만 못하다’는 맹자의 말을 인용해 구성원 간 화합을 강조했다.

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는 MBC의 김재철 사장은 “새해에는 ‘방송환경이 급변한다’는 말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며 “올해 방송을 시작하는 종편 채널과 보도 채널의 등장은 우리 문화방송에 더욱 큰 경쟁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시청자들의 엄격한 기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며 “주말뉴스의 시간대를 옮기고 형식을 바꾼 것처럼 공영성을 가진 프로그램도 공영성을 살리면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구시대적 조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운을 뗀 후 “성과를 내는 프로그램과 성과를 내는 사람은 확실하게 우대를 받고 보상받을 것”이라며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조직이 어떤 곳인지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력한 조직 혁신 의지를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달라진 환경에서 1등 방송으로 살아남으려면 뉴미디어를 과감하게 활용해야 한다”며 “인터넷 기반 방송 서비스를 확대하는데 주력하는 등 뉴미디어를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BS는 윤세영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히며 젊은 리더십을 통한 혁신 의지를 내비쳤다.

윤세영 SBS 회장은 3일 SBS 미디어그룹 시무식에서 “오는 2월 주총 이후 SBS 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서 그룹 발전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윤 회장은 “미디어 생태계 변화가 SBS의 리더십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SBS가 더욱 젊고 혁신적인 모습을 갖추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인 변화를 실천해야 하는 지금의 치열한 방송 경쟁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의 나이가 70대 후반이라는 점도 일선 퇴진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SBS는 새로운 리더십과 관련해 이사회와 주총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윤 회장의 발언으로 장남인 윤석민 SBS미디어홀딩스 부회장으로의 후계체제가 가시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동안 SBS는 SBS홀딩스를 설립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지분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2대 경영 체제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공공재산인 지상파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송사의 사유화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는 비판의 시각도 존재해 이달 예정된 이사회와 2월 주주총회를 즈음해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방송공사 EBS 역시 ‘변화’를 화두로 내밀었다.

곽덕훈 EBS 사장은 올해를 “EBS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고비의 파도”라고 표현하며 “변화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새해 EBS를 둘러싼 방송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며 “종편·보도 채널 사업자들이 올해 공식적으로 방송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불어닥칠 미디어 빅뱅의 회오리에서 EBS만 안전지대일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덕훈 사장은 “올해 30년 동안 인상되지 않았던 수신료 인상과 그에 따른 EBS의 배분율이 결정 될 것”이라며 “작년 EBS수능성과를 바탕으로 EBS에 더 많은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1 국민에게 드리는 7가지 약속’을 언급하며 “7가지 약속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소통과 화합의 조직문화를 통해 우리가 가진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곽 사장은 “협업을 통한 조직의 창의성과 효율성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수직적 소통에서 탈피해 수평적 소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실천 방안으로 “타 직종과 부서간에 크로스 미팅을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