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4권을 핀의 머리에 담자
“우리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4권 전체를 핀 머리에 기록할 수 없을까요?......핀머리의 지름은 약 1.6mm입니다. 이를 2만5천배 확대하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모두 펼쳐놓은 넓이와 같지요. 따라서 백과사전에 기록된 모든 것을 2만5천분의 1로 축소해서 기록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할까요?” 1959년 12월 29일 저녁. 캘리포니아공대(CalTech)가 주최한 물리학회 디너모임이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패서디나 시내의 헌팅턴 쉐라톤호텔에서 열렸다. 강연자로 등장한 41세의 유쾌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칼테크 교수의 느닷없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는 “저는 아직까지 거의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원리상...엄청난 것들이 이뤄질 수 있는 한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주 작은 크기의 수준에서 사물을 다루고 통제하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파인만박사의 강연 제목은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는 일견 좀 허무맹랑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이 분야에 대해 “바닥이 없는 것 같아서 얼마든지 파면 팔 수록 깊이 파고들 수 있다”는 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강연시작 5분도 안돼 청중들을 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극초미세의 세계로 이끌기 시작했다.
전세계에 있는 관심을 가질 만한 책 2천400만권의 책이 모두 백과사전 크기와 같다고 가정해 계산해 보니...인류가 세상의 모든 책에 축적해 온 정보는 한변이 약 0.1mm인 정육면체에 모두 기록할 수 있습니다.“
■기계가 기계를 복제할 것이다
그의 강연은 이어졌다. 하지만 와인을 한잔씩 걸친 청중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이런 주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세계의 모든 중요한 책들을 한 알의 모래알갱이 속에 집어 넣어도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는 아인슈타인 이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라는 리처드 파인만이었다.
게다가 그는 또다른 상상하기도 힘든 이야기 주머니까지 펼쳐보였다.
“...약간 작을 뿐 정확히 그 자신과 똑같은 절대적으로 작은 기계를 복제해 내는 기계들이 원자를 조작하게 될 것입니다.”
“기계가 기계를, 그것도 똑같이 복제해 내다니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어리둥절해 하는 과학자들 앞에서 파인만박사는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기계가 등장하며, 인간은 마치 핵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원격제어장치(SCADA)를 이용하는 것처럼 원자규모의 기계를 제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저는 서로 똑같은 10억개의 극초미세형 공장들을 짓고 싶습니다. 그것들은 동시에 물건을 만들고 구멍을 뚫고 부품들을 찍어내는 등의 일을 할 것입니다.”
그는 이것이 가능하다는 근거로 인간 몸속 DNA를 예로 들었다.
“이 모든 정보들은 긴 사슬의 DNA분자 형태로 세포의 아주 작은 영역 속에 들어있는데 거기선 1비트의 정보에 약 50개의 원자들이 사용됩니다. 화학적 힘은 반복적으로 이용돼 온갖 불가사의한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나 자신도 그 결과 가운데 하나입니다.”
평소 내기하기를 좋아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파인먼은 젊은 과학자들에게 상금을 걸었다.
“어떤 책 한쪽에 적힌 정보를 2만5천분의 1 크기로 축소 기록해서 전자현미경으로 읽을 수 있게 한 최초의 사람에게 상금 1천달러를 드리겠습니다. 또 한변이 0.4mm인 정육면체 크기의 모터로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회전전기모터를 최초로 만든 사람에게도 상금 1천달러를 드리죠.”
■파인만 교수의 도둑맞은 1천달러
대중매체들은 이날 파인만 교수의 강연을 새로운 과학적 센세이션으로 보고 다투어 실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바닥엔 풍부한 공간이 있다.-자동차를 이점(• )보다 작게 만들 수 있다/어느 저명한 과학자의 강연'이란 제하로 발췌문을 실었다. 라이프지와 사이언스뉴스 등도 이 내용을 다루었다.
이듬해 2월. 이 강연의 전문이 칼테크 동문용 학술지 ‘공학과 과학’에 실렸는데 이것이 1950년 칼테크 졸업생인 윌리엄 H.매클레런의 눈에 띄었다. 그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공학과과학 6월호를 보고 아무도 그때까지 초미세 회전전기모터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알자 생각이 바뀌었다.
게다가 그는 파인만 교수가 강연 말미에서 제시한 1천달러의 상금에도 마음이 끌렸다. “내가 만약 무언가 하지 않는다면 이사람의 상금은 도전받지도 못하고 그대로 사장될 거야.”
그는 이 작업을 위해 특별히 250달러짜리 바슈롬현미경을 구입해 작업을 시작했다.그는 결국 1제곱인치의 64분의 1 크기에 열세개의 부품, 250마이크로그램의 무게를 갖고 있으며 전류의 진동수에 따라 분당 0회에서부터 2천회까지의 속도로 회전하는 모터를 만들었다.
1960년 11월 그는 파인만박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비서와 약속을 정했다.
“어라, 어느 누구도 현미경을 가지고 오지는 않았는데...”
파인만박사 앞에 상자를 들고 나타난 매클레런은 상자에서 현미경을 들어올렸다.
그것은 작고 기묘한 기계로서 발동기를 아무리 빨리 돌려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매클레런은 며칠후 우편으로 천달러짜리 수표를 받았다.
약 4반세기가 지난 1983년 리처드 파인만은 '다시찾은 바닥의 공간'이란 제목의 새로운 강연에서 당시를 회상했다.
“저는 직접손으로 만들 수 없는 발동기를 원했습니다. 그 작은 기계들의 목적은 분명 비디오게임같은 오락에 있습니다. 밖에서 조정할 수 있는 이 기계는 칼로 무장했고 뭍에서는 또 짚신벌레처럼 되니까요...”
빌 맥클레런역시 “그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구리로부터 코일을 키우고 그위에 절연 피막을 입힐 수 있는 공장을 상상해 보세요....”라며 스스로 이를 인정했다.
또다른 과제는 1985년 초 풀렸다. 스탠퍼드대생인 톰 뉴먼은 전자빔을 이용해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이야기’를 파인만이 원하는 규모로 축소했고 이 때 파인만은 기꺼이 1천달러를 지불했다.
■미스터나노가 제시한 제조업의 미래
이후 파인만 교수의 강연내용은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파인만 교수의 강연이 이뤄졌을 때 네살짜리 아기에 불과했던 한 청년이 나노테크의 개념과 미래를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그는 MIT에서 우주개발 관련 모임에 다니다가 그 방법론으로 나노기술을 이용해 스스로 조립하는 기계를 생각했던 괴짜 청년이었다. 그는 우주에 발사되는 로켓이 우주에 버려지고 일부분만이 우주에 남겨지는 것을 극복할 수단은 나노기술밖에 없다고 보았을 정도의 비전을 가진 청년이었다. 이 청년은 서른한살되던 해인 1986년 창조의 엔진이란 책을 통해 나노기술이 말 그대로 새로운 창조의 엔진이라는 생각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는 ‘생화학자들이 오래전부터 분자기계에 대한 연구를 해왔는데 이들 대부분은 단백질 분자로 되어 있는 생명체의 주된 활동기계‘라고 정의했다.
드렉슬러는 여기서 “ ...유전공학자들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생체내 분자기계를 이용해 이러한 단백질을 값싸게 만들어 낼 수 있다.....유전공학자들은 박테리아에게 반응에 필요한 물질을 흡수하고 구성원자들을 재배열시켜 생성물을 세포안에 저장하거나 밖으로 내보내도록 유도한다. 미국의 제약회사는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인슐린 제품인 휴멀린'을 이미 시장에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6년후 그의 생각은 드디어 정치권에서도 작용하게 되고 이후 세계적인 나노기술연구 열기로 이어진다. 1992년 6월2일 오전 9시30분. 워싱턴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러셀 상원의원 사무실 빌딩 253호실로 에릭 드렉슬러 박사가 들어섰다. 그는 위원들에게 9쪽 짜리 문건 50부를 배포했다. ‘의회 통상과학운송상원위원회의 과학기술및 우주소위원회에서의 분자나노기술에 대한 K 에릭 드렉슬러박사의 진술’이라는 긴 제목의 논문이었다. 앨 고어 의원이 말했다.
“....박사께서 말하는 분자나노기술은 바로 조립과 제조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죠. 물건을 만드는 지금의 방식은 가공되지 않은 커다란 덩어리를 가져와 필요한 크기로 깎아 만든 여러 부분들을 모아 붙이는 것입니다....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하나의 분자로부터 물건을 만들기 위한 기초연구는 비약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따라서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 연구들의 응용입니다. 그런 분자수준의 접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그는 드렉슬러박사의 생각을 철저히 이해하고 있었다.
■집에서 쇠고기를 만드는 풍요한 미래
“일단 원자를 개별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면 흔한 물질들을 물리적으로 신선한 쇠고기로 변환시키는 블랙박스-육류제조기(meat machine)또는 육우배양기 같은 종류의 것을 발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15세 때 이런 생각을 한 드렉슬러는 이 블랙박스-쇠고기제조기의 구상과 관련, 쇠고기는 단백질이고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조합이며 아미노산은 안정된 화학적 상태에서 결합된 탄소,수소,산소,질소로 구성된 분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소와 육류제조기가 필요한 분자를 필요한 위치에 갖다놓는다는 점에선 같다. 하지만 소는 생물학적으로, 육류제조기는 기계적으로 일한다는 차이일 뿐이라고 보았다.
그는 로봇들이 싼 가격에 많은 물건들을 생산해 내서 사람들 누구나 각자가 원하는 것을 갖게 될 것이라는 미래도 펼쳐보였다.
나노기술은 질병과 노화까지도 충분히 방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빈혈은 특정한 아미노산이 헤모글로빈 구조안에 잘못 자리잡음으로써 생기는 질병이지만 적절한 분자를 제자리로 돌려보내면 이 병은 치유될 수 있다.
노화역시 분자가 상실되거나 잘못 자리잡음으로써 시작되는 것이므로, 적절한 자리에 적당한 분자를 갖다놓으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다. 프로그래밍된 작은 로봇들을 인체와 혈액속에 유입시키면 어떤 종류의 세포든 수리할 수 있다.그는 나노기술이 빈곤을 제거하고 사람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보았다. 그 모습은 차근차근 드러나기 시작했다.
1989년 IBM의 펠로우 돈 아이글리는 원자력힘현미경(AFM)을 이용해 인류 최초로 크세논 원자 35개를 옮겨 IBM이라는 글자를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나노기술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1959년 파인만이 “위대한 미래에 우리는 원자들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나하나 배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드렉슬러가 제시한 인공단백질 합성 가능성은 실제로 1987년말에서 1988년초 사이에 듀퐁연구진에 의해 실현됐다. DNA합성기를 이용해 원하는 DNA의 배열을 만들어 낸 다음 그것을 E콜라이 박테리아 배양균속에 넣은 것이었다. 1993년에는 버클리대 연구원들이 올리고카바메이트라는 유사 단백질까지 만들어냈다. 이어 벨연구소에서 레이먼드 아슈리란 학자가 실제로 인공원자를 발명해 냈다. 이로써 인류는 이제 새로운 원자들을 결합해 분자를 만들고 인공고체물을 만들 단계에 와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자기복제 나노기술의 위협
드렉슬러 박사는 나노기술이 점점 진화되고 있는 가운데 처음엔 밝히지 않았던 나노기술의 위험에 대해 밝힐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
세미컨덕터 인터내셔널 1980년 5월호의 새소식란이 계기였다.
‘단백질거대분자와 집적회로의 접합’이란 제하의 기사에는 “이제 반도체소자는 단백질 분자의 크기에 이르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문제는 이제 전자회사들이 실제로 단백질 분자를 이용해 칩설계를 하고 이를 컴퓨터회로의 소자로 가공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건 내가 1976년에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어...”
드렉슬러는 그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위험하고 너무나도 끔찍한 결과들을 초래할지 몰라 스스로도 아이디어를 내고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다른 사람들도 드렉슬러같은 사고단계를 밟아 그와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그를 더욱 두렵게 한 것은 전자부품개발자 둥의 한사람이 그 제조방법으로 유전공학을 논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 기사 가운데 “장기적인 목표들 가운데에는 집적소자의 제조에 응용하기 위해 단백질 분자를 생산하는 유전공학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 그를 자극했다.
세미컨덕터인터내셔널 어디에도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와 기술남용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다만 단백질을 기초로 한 집적 회로를 인간의 뇌에 이식하면 인류에게 엄청난 크기의 효과적인 지식증대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전망을 화려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뇌에 이식된 단백질IC가 비정상으로 제어돼 컴퓨터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이상증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인류는 이미 컴퓨터에서 컴퓨터바이러스를 통해 스스로 증식하는 자기복제기계의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인간 나노기계의 먹이가 되다
게다가 드렉슬러는 스스로 복제기계들이 순식간에 스스로를 복제한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될지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두개의 복제기가 곧바로 2개를 더 복제해 내고 그 4개의 복제기가 또다른 4개를, 그리고 8개의 복제기가 또다시 8개를 복제해 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10시간뒤에는 36개가 아니라 680억개이상의 새로운 복제기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들의 무게는 하루도 안되서 1톤이나 될 것이므로 4시간 정보 더 지나면 태양과 태양계의 다른 모든 행성의 무게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이 나갈 것입니다 한병의 화학약품이 빨리 마르지 않을 경우에 말입니다.”
“우리는 곧 피실험자의 몸에서 가장 큰 동맥인 대동맥의 내부를 보게 될 것입니다.하지만 그밖에 허파꽈리나 손끝의 작은 모세혈관내부까지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우리가 피실험자의 혈관속에 투입한 카메라가 적혈구 세포보다도 작기 때문입니다.”
쥬라기공원,잃어버린 세계 등의 과학소설로 세계적 명성을 떨친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나노세계의 미래가 가져다 희망과 그 뒤에 숨은 위협을 놓치지 않았다. 2002년 내놓은 먹이(PREY)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이것은 파인만이 1959년 친구의 말을 인용해 설명한 나노기술의 미래를 설명한 대목과도 일치한다.
“내 친구는 외과의사를 꿀꺽 삼킬 수 있다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말합니다. 기계의사를 혈관속에 넣으면 이것이 신장으로 가서 둘러봅니다. ...다른 작은 기계들을 영구적으로 몸속에 넣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관을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크라이튼의 소설은 더할 나위없이 생생한 꿈과도 같다.
“우리카메라는 길이가 100억분의 1인치입니다. 보시다시피 오징어처럼 생겼지요. 화상이 생성되는 부분은 이 주둥이입니다. 꼬리쪽의 미세관은 연의 꼬리처럼 안정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활발하게 움직여 추진력을 제공하기도 하지요.제리, 주둥이가 보이도록 카메라를 돌릴 수 있으면...자, 정면에서 보면 한복판에 움푹 들어간 곳이 보이지요? 그게 바로 눈의 망막 역할을 하는 축소형 갈륭비소 광자 탐지기입니다. 그리고 그걸 둘러싸고 있는 띠모양으로 된 부분은 -레이디얼 타이어처럼 생겼죠-생물 발광기로, 이건 전방을 밝혀줍니다....”
그것은 드렉슬러가 창조의 엔진에서 제시한 그림과 똑같은 것이었다.
“박테리아의 경우 밧줄 모양의 단백질 덩어리를 프로펠러처럼 회전시켜 이동한다. 만약 이런 프로펠러에 아주작은 자동차를 부착시킨다면 수십억개의 자동차를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뿐더러 우리의 모세혈관은 이런 초미니 자동차의 150차 선 고속도로가 될 것이다.”
■진화하는 스웜 나노기계와 인류
크라이튼은 영화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로봇들이 통신하듯 이 나노카메라의 떼(swarm)가 프로그래밍에 의해 상호교신하는 모습과 함께 진화를 해가는 생물체와 결합한 나노기계의 위험성도 그리고 있다.
“당신네 카메라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는 거야? 저 조그만 카메라들이 서로 교신한다구?”
“그래요 사실상 일종의 스웜이죠.”
그녀는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줄곧 웃고 있었다.
“미립자들이 모여 하나의 눈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눈에서 나오는 영상은 수백만개의 광자탐지기들이 합성해 낸 것이지요. 인간의 눈에서 수많은 망막 세포가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죠.“
조립기 설계를 수정해서 세균 표면에 달라붙도록 기부를 지방친화성으로 만들었죠. 그랬더니 조립기와 부품분자들의 접촉률이 좋아졌고 생산량도 즉각 십만배로 뛰어올랐어요.
“그래서 이제 조립기들이 세균위에 올라타고 있나?
“맞았어요. 외부 세포막에 붙어있죠.”
이들은 이 나노기계를 이용해 인체는 물론 적국을 감시하는 군사용 나노카메라를 만들기에 이른다.
하지만 스스로 프로그래밍된 대로 움직이지 않고 멋대로 진화하고 있는 나노기계의 비극적 종말을 고하고 만다. 먹이를 사냥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나노기계들이 생명체를 먹이(Prey)로 삼아 스스로 진화를 지속하면서 지능을 높여가면서 동물은 물론 인간까지 먹이로 삼으면서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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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70년대 초 스티븐 슈필버그의 영화 '이너스페이스(Inner Space)'에서처럼 광선을 쪼이고 작아진 초소형 잠수정을 타고 인체로 들어가는 상상도 필요없어졌다.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이 동반한다는 메시지에 다름아니다.
전세계 어느 연구소에선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유전공학과 나노기계에 기반한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기계, 즉 자기복제 나노로봇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에릭 드렉슬러가 말한 것보다는 늦겠지만 이제 나노기술은 화학, 유전공학, IT의 결합을 망라하는 미래의 희망이자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