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마케팅이 돋보였다. 그러나 컴퓨터는 치킨이나 피자와 다르다. PC 이용자 대다수는 꼼꼼하게 사양을 따져보고 제품을 구매한다.
롯데마트가 최근 중소PC업체 모뉴엘과 손잡고 29만8천원 짜리 넷북을 선보이자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판매개시 다섯 시간만에 준비된 물량 1천대가 모두 팔려나갔다. 롯데마트는 다급히 추가물량 2천대를 내년 2월경 발주할 것이라 발표했다. 피자나 치킨처럼 '통큰 가격'의 마트용 넷북이 흥행을 이어갈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였다.
이와 관련 PC업계에선 롯데마트의 넷북 판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미풍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23일 기자와 인터뷰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연간 노트북 시장 규모는 약 250만~300만대 정도고 이중 넷북이 2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데 비해 1천대는 그리 존재감 있는 수치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너무 흔한 가격 '29만9천원'
넷북은 지난해,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일반 노트북보다 사양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이동성이 강화됐다는 점이 인기비결이었다. 에이서, 아수스, MSI 등 국내 진출한 대만 업체들이 넷북으로 시장점유율을 키운 대표적인 예다.
빠른 시간안에 소비자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PC제조업체들은 저마다 '더 싼 넷북'을 시장에 선보였다. 값이 떨어질수록 넷북은 잘 팔려나갔고, 판매량이 늘수록 가격은 저렴해졌다. 용산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30만원 이하 넷북을 찾기는 쉽다. 이미 대다수 PC업체들이 비슷한 가격의 제품을 하나씩 선보였기 때문이다.
아수스 코리아 곽문영 마케팅팀장은 이미 용산과 온라인 채널에서는 29만9천 원짜리 넷북이 너무 많다며 판매량 또한 용산과 온라인에서 나가는 수량이 마트보다 압도적이다고 지적했다.
마트용 저가 넷북이 가격파괴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가격이나 수량면에서 기존 제조업체들이 긴장하기에는 중량감이 약하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MSI코리아 관계자도 일명 '통큰 넷북'도 언론매체에서 이슈화 하면서 소비자들이 관심을 더 가진 면이 많다면서 실제로 다른 PC업체들이 경각심을 느낄만큼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넷북 아닌 울트라씬으로 승부할 것
업계 관계자들은 '29만원'이 상징성은 있지만 지속하기는 어려운 가격이라고 말한다. 부품가격, 환율, 서비스 비용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제조업체 측에서는 자칫 손해를 볼수도 있는 가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단발적인 이벤트로 29만원짜리 제품을 선보일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이서 관계자는 29만원은 생산업체에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라며 모든 업체들에서 경쟁적으로 그 가격에 제품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서비스 비용도 건질 수 없는 가격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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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업체들은 내년 주요 전략 제품으로 넷북 대신 울트라씬을 앞세운다. 더 이상 넷북으로 가격경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미 넷북을 체험해본 소비자들도 성능부문을 고려해 울트라씬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었다. 승승장구하던 넷북 성장률도 올해 중반들어 주춤하는 추세다. 그 자리를 울트라씬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HP 퍼스널컴퓨팅그룹(PSG) 최동섭 차장은 씬앤라이트 계열 노트북과 프리미엄 등 하이엔드 제품군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넷북의 판매량은 지키겠지만 하이엔드급 노트북의 비중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