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우리는 비슷한 등급의 많은 상품을 놓고, 다양한 비교를 하게 된다. 동일한 가격에 보다 많은 기능이 있거나 같은 기능이라면 조금 더 싼 제품을 찾는 것이 기본적인 사람의 생각이다.
IT에서도 이러한 심리는 비슷하다. 2000년도 초반 벤처 기업에서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을 소개할 때, 프레젠테이션 마지막 단락에 꼭 경쟁사와 기능을 비교하는 슬라이드를 넣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몇년전보다는 줄어들긴 했지만, 근래에도 종종 이러한 형태의 자료를 세미나 후에 요청해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형태의 비교는 기능들을 쭉 나열해놓고, A사 기술, B사 기술에 대해 기능 탑재 여부 등을 동그라미, 세모, 엑스 표시를 해가면서 쭉 비교한 후, 더 많은 쪽이 우월하다고 판단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IT에선 조금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IT 기술은 점차 컨버전스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 다양한 기술들이 조화롭게 엮여 동작한다는 얘기다. 인프라가 전혀 없는 기업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틀리지만, 이미 구축후, 잘 동작하고 있는 인프라에 기술 발전 또는 비즈니스 요구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연동하고자 할 경우, 단순히 기능이 우월한가보다는 기존 인프라와 유기적인 결합을 더욱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모바일 분야도 이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05년 이후, 하나의 IT 업체가 시장을 독식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기술간 상호 운용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기능이 많다는게 꼭 좋은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기능이 기존 인프라에 대한 연계성을 저해할 수 있고, 아예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물론 기술 르네상스로 인해, 모든 것을 덮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미 IT는 비즈니스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어, 이를 무시한 채,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는 어렵다.
엔지니어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언급한 형태의 비교와 더불어, 약간의 물음표를 갖게되는 질문이 바로, 최대치에 대한 부분이다. “최대 지원하는 숫자가 얼마죠?”란 질문이다. 가끔 해외에서 개최되는 세미나에 연사 또는 참석자로 가보았을 때, 최대치에 대한 질문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나, 우리나라에서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중 하나다.
일상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 비슷한 케이스를 많이 볼 수 있다. “최대 출력, 토크가 얼마인가요?” 물론 최대치도 중요한 숫자다. 하지만, 최대치가 모든 선택의 1순위가 되어야할까?
최대 몇개를 지원하고 몇 명을 지원하느냐라는 변수에 의해, 기술을 선택한다고 치자. 과연 그 기술이 항시 최대 숫자를 넘나들면서 운영이 될까? 주로 시내 주행만을 하려고 선택하는 자동차가 슈퍼카에 버금가는 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조금은 과잉 투자이지 않나란 생각도 든다. 적정 성능과 추가적인 기술이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형태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나무에 집중하다가 숲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분명히 필요한 이유가 있어서, 기술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다 보면, 해당 기술에만 집중하게돼 본연의 이유를 잊을 수도 있다.
기술의 채택 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단순한 기술의 숫자와 유무 비교는 기존 인프라와의 연계 및 차후 사용 단계에서 분명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겪지 않으려면, 기술에 대한 접근 시각에 대한 변화와 더불어, 현장에서 현재 인프라를 운영하는 현업 엔지니어, 그리고 사용자의 목소리에 기획자는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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