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철 본부장 “하이원은 태백 E-시티를 위한 첫 단추”

일반입력 :2010/12/20 09:45

김동현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E-시티(E-City)의 첫 단추입니다. 단순히 게임 사업이 각광 받기 때문에 도전을 하는 건 아니에요. 우린 더 큰 콘텐츠의 미래를 꺼낼 겁니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차분하고 힘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한파가 온 지난 15일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신생 퍼블리셔 하이원엔터테인먼트에서 노철 본부장을 만났다. ‘슈퍼다다다’와 ‘삼국지존’을 일주일 사이에 론칭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의 만남이었다.

“아마 제가 경험한 게임 사업 중 이번 일이 제일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게임을 통해서 지역 산업을 활성화 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그리고 2020년 대형 테마파크를 만드는 일까지 어느 하나 작은 것이 없어요. 단순히 콘텐츠가 아닌 문화와 산업을 만드는 일입니다”

노 본부장은 데이콤 천리안 사업부를 시작으로 KRG, 구름 인터렉티브,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온 인물이다. 그의 손을 거친 게임도 수십 종이 될 정도로 오랜 시간 게임 산업에 자신을 투자해왔다. 그런 그가 게임을 통해 문화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이원의 설립은 강원 랜드의 취지와 비슷합니다. 지역 산업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벤처타운과 교육 시설이 있는 E-시티, 그리고 콘텐츠를 이용한 테마파크까지 준비하고 있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리고 싶습니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태백에 위치한 강원 랜드의 자회사다. 2015년 내국인 카지노 독점권이 끝나는 강원 랜드가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것이 필요했고 대규모 투자보다 아이디어나 인재로 만들 수 있는 게임 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시작됐다고.

“2015년 이후에도 태백을 알릴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죠. 이런 입장에서 게임은 색다른 형태의 대안이었습니다. 문화 콘텐츠를 이용해 수익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고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죠. E-시티는 그런 강원 랜드와 태백 시민의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노 본부장은 하이원엔테인먼트가 앞선 미래를 위한 큰 도약의 첫 발판이라고 했다. 어떤 일이든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니 그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태백과 서울을 오가고 있다. 여유 있는 의사 결정보다는 빠른 움직임으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저도 많은 게임을 론칭해 봤지만 회사 창립 5개월 만에, 그것도 일주일 주기로 2개의 게임을 꺼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건 대형 퍼블리셔들도 웬만해서는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이죠. 급해서가 아니라 안정적인 구조를 하루 빨리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슈퍼다다다’와 ‘삼국지존’을 잇따라 선보인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게임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노 본부장은 이런 일을 해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고생한 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원엔터테인먼트 대부분 직원들은 론칭 시기에 야근을 밥 먹듯 했고 심지어 몇 일째 집에 가지 못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요즘처럼 환경이 좋아진 게임 산업에서 이렇게까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것도 대부분 5~10년차 경력자들이다.

“하이원이 첫 단추라는 부담도 있지만 정말 빨리 안정적인 수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야지 강원 랜드와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게임 아카데미, E-시티 등을 선보일 수 있으니깐요. 지금 당장 어떻다고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또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입니다”

강원 랜드와 하이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게임 아카데미는 대형 퍼블리셔도 포기한 아이템이다. 게임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흑자가 되기에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는 이 일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선택했고 꾸준히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사업은 인재로 이루어져있고, 움직입니다. E-시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게임 산업과 아카데미가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항상 인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죠. 그걸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다면 이 사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70여명의 인재가 모인 하이원이 5개월 만에 성과를 낸 것도 인재들의 노력 때문이다. 거창한 프랜차이즈나, 게임 브랜드도 있으면 좋지만 노철 본부장은 지금 모인 인재들이 기존 회사들이 보여주지 못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산업이든 자리 잡는데 짧으면 5년, 길게는 10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강원 랜드가 경제적인 윤택함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없죠. 하지만 우리를 지원해주시는 태백 시민들이나 강원 랜드의 입장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서라도 결과를 내고 싶은게 저희의 마음이죠”

노 본부장은 국내 중소 개발사 및 관계자들에게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단순히 모회사의 힘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최대한 개발사에 대한 지원을 늘려 함께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내부적으로는 당장 넘어서야 할 문제들이 조금 많습니다. 아직은 태백 시민들이나 강원 랜드 측에서도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편이죠. 우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 문제를 해소하고 내년에는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하이원이 되고 싶습니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도 많지만 노철 본부장은 장기적으로는 작은 개발사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과 하이원 브랜드 파워로 중소 개발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최대 6개 게임 론칭, 그 중에는 자체 개발 게임도 있을 예정입니다. 하이원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이 꿈을 이룰 것이고 더 많은 개발사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계속 지켜봐주세요”

대형 게임사들의 인수 합병과 중소 개발사들의 몰락이 거세지고 있는 요즘, 하이원 같은 회사가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노철 본부장. 그의 바램대로 2020년 후에는 70여명의 직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완성될 거대한 콘텐츠 테마파크가 완성되길 기대해본다.